정관에 주류업·화장품 판애업 추가가 대세…롯데는 NFT, 현대리바트는 세탁 서비스 도전

유통업계의 올해 주총 화두는 신사업 강화다. (사진=신세계)
유통업계의 올해 주총 화두는 신사업 강화다. (사진=신세계)
3월 주주 총회 시즌이 돌아왔다. 유통업계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적극적으로 신사업을 확대하거나 검토해 왔지만 올해는 대부분의 주요 기업들이 새로운 정관을 추가하지 않으며 기존 사업의 안정을 택했다. 다만 일부는 여전히 새로운 시도에 나서고 있다. 특히 주류 판매업과 화장품업을 정관에 추가하는 곳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류 판매업은 와인·위스키·전통주 등에 대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관심이 커지자 내놓은 결정이고 화장품업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외부 활동이 늘어남에 따라 화장품 시장에 다시 이목이 쏠린 결과다.

이 밖에 완전히 새로운 시도를 하는 곳도 있다.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사업을 하겠다는 롯데하이마트와 세탁물 공급업을 신규 사업으로 추가한 현대리바트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실적 방어를 위해 기존 사업과 연관은 없지만 실적을 낼 수 있는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변화보다 안정’ 추구하는 2023년유통업계는 이르면 3월 중순부터 정기 주총을 개최한다. 한 해 결산과 사업과 관련한 세부 안건을 논의하는 등 회사의 중요 사안을 결정하는 자리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매년 3월에 주총을 개최한다.

이번 주총에서도 사업 다각화에 초점을 맞춘 정관 변경이 예고되고 있다. 대세는 ‘화장품 제조업’과 ‘주류 판매업’이다.

현대백화점은 3월 28일 제21기 주총을 개최하는데 정관 일부 변경의 건(사업 목적 추가의 건)을 상정한다. ‘화장품 제조 및 도소매업’과 ‘여행업’을 추가하기 위한 결정이다. 화장품 제조 및 도소매업은 2021년 처음 선보인 친환경 비건 뷰티 편집숍 ‘비클린’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올해 뷰티 편집숍을 적극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비클린은 현대백화점에서 직접 소싱한 친환경 제품과 인디뷰티 브랜드들을 큐레이션한 전문점이다. 3월 기준 더현대 서울·목동점·판교점 등 3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여행업은 여행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시도로, 리오프닝 이후 여행 수요가 회복되고 있는 만큼 더현대닷컴을 통해 여행 상품 판매를 시작한다.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제조업자 개발 생산(ODM) 패션 사업을 영위하는 중견기업 한세그룹 계열사 한세엠케이 역시 3월 28일 제28기 주총을 열고 화장품 도소매업 및 종합 주류 판매업을 추가한다. 사업 범위를 확장하기 위한 취지다. 한세엠케이는 TBJ·앤듀·버커루·NBA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패션 기업이지만 올해 정관 변경을 통해 패션·뷰티 회사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계획이다. 이는 신세계인터내셔날과 같은 행보로, 신세계인터내셔날 역시 패션 전문 회사에서 화장품 사업을 점차 늘리며 패션·뷰티 회사로 전환했다.

이마트는 3월 29일 제12기 주총을 열고 정관에 ‘주류 소매업’과 ‘데이터베이스·온라인 정보 제공업’을 추가한다. 주류 소매업은 와인 주류 판매점 등 신규 사업 계획에 따른 사업 목적을 추가하기 위한 결정이다.

이마트는 정관 변경 이후인 4월 하남 스타필드에서 와인 중심의 주류 전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PK마켓을 철수한 1600㎡(약 500평)의 공간을 활용해 테스트 매장을 운영할 방침이다. 전문점의 정식 명칭과 정확한 오픈 일자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운영 방식은 롯데마트의 와인 전문점 ‘보틀벙커’와 유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보틀벙커는 2021년 롯데마트 잠실점(제타플렉스)에서 처음 선보였는데 오픈 초반 오픈런이 생길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CJ프레시웨이는 3월 27일 제35기 주총을 열고 기존 주류 판매업에 ‘수입 주류 중개업, 주류 수출업’을 추가하고 통신 판매업에는 ‘통신 판매 중개업, 부가 통신 사업, 상품권 판매 대행업’을 추가한다. 와인 판매를 넘어 유통까지 직접 관리하겠다는 것으로, 와인 사업의 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시도다.

다만 올해 대체적인 주총 분위기는 ‘안정’이다. 유통 빅3로 꼽히는 롯데·신세계·현대 가운데 2곳이 안정에 무게를 뒀기 때문이다. 지난해 사업 다각화에 나섰던 롯데쇼핑과 신세계는 올해 주총에서 신규 사업을 추가하지 않는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주류 소매업, 일반 음식점 등을 추가하며 사업 다각화를 시도한다고 밝혔지만 올해는 이사 선임의 건,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 등만 다룬다. 이번 주총의 주요 안건은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의 재선임이 전부다.

신세계 역시 지난해에는 부가 통신 사업, 인터넷 경매 및 상품 중개업, 광고업, 광고 대행업, 인터넷 콘텐츠 개발 및 공급업 등 다수의 사업을 새로 추가하며 신사업으로 미술품 사업을 낙점,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올해는 이사 선임에만 집중한다. 신세계는 3월 23일 주총에서 권혁구 신세계그룹 전략실장 사장을 사내이사에 재선임할 예정이다.

반면 현대백화점은 이사회 내 위원회에 ESG경영위원회를 추가하는 것 외에는 별도의 정관 변경 안건을 올리지 않았다.
롯데하이마트는 NFT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사진은 롯데하이마트 매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롯데하이마트는 NFT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사진은 롯데하이마트 매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유통업의 가장 큰 특징은 ‘빅블러’올해 주총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는 곳도 있다. 우선 롯데하이마트는 3월 27일 제36기 주총을 개최하는데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 기반 암호화 자산(NFT 포함)의 개발, 매매·중개업’을 추가한다. 신규 사업을 대비하겠다는 것으로, 롯데하이마트는 NFT 발행·판매·중개 등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기존 ‘통신 판매업, 광고 대행업’에 부가 통신 사업도 추가한다. 이 역시 NFT 판매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준비다.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롯데홈쇼핑의 ‘벨리곰 NFT’와 같은 방식으로 NFT 사업을 전개할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홈쇼핑은 MZ세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꾸준히 ‘벨리곰’ 캐릭터를 활용해 NFT를 발행하고 벨리곰 멤버십 NFT를 선보이는 등 적극적으로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리바트는 3월 29일 제24기 주총을 통해 ‘세탁 서비스 및 세탁물 공급업’을 신규 사업으로 추가한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신사업 검토 차원에서 사업 목적에 세탁 관련 사업을 추가했다”며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여러 사업들을 검토하고 있고 세탁 사업도 그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시도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해 연간 기준 영업 적자 52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3.8% 감소한 3조3370억원이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로 인한 소비 침체, 부동산 거래 침체에 따른 이사·혼수 감소로 가전 수요가 줄어들면서 실적이 둔화된 영향이다.

현대리바트도 같은 상황이다. 지난해 매출은 1조4957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6.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되며 279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이 2012년 현대리바트를 인수한 이후 첫 적자로, 주택 매매 거래량 감소 등 부동산 경기 침체 지속과 원부자재 가격 상승 등 시장 상황 악화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이 밖에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곳도 있다. 오뚜기는 3월 29일 제52기 주총을 통해 종자·묘목 생산 및 판매업을 추가한다. 이는 지난해 10월 시작한 ‘한국 농업 상생 발전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당시 오뚜기는 농가 상생을 위한 핵심 과제로 계약재배, 한국 농산물 소비 증대, 국산 종자 사용 등을 약속했다. 이번 주총에서는 관련 프로젝트를 예정대로 진행하기 위해 관련 안건을 다룰 계획이다.

신세계푸드는 ‘김치’를 신사업으로 정했다. 3월 28일 열리는 제28기 주총에서 김치류 제조업, 과실 및 채소 절임 식품 제조업, 채소 가공 및 저장 처리업, 화물 운송 중개·대리 등 서비스업을 추가한다.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주총에서 콘텐츠 제작 유통 및 판매업, 캐릭터 상품의 제조 판매업 및 제3자 라이선싱 부여를 사업 목적으로 추가하고 캐릭터 사업을 본격화했는데 올해는 김치를 앞세워 해외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은 빅블러 현상이 가장 잘 보이는 산업”이라며 “정보기술(IT)과 연계도 가능하고 물류·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와 새로운 전략을 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올해도 그런 트렌드를 중심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한 시도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