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RE100 정책 제안
발전단가 낮추기 위한 대책 마련

올리버 윌슨 클라이밋그룹 공동 총괄.사진=조수빈 기자
올리버 윌슨 클라이밋그룹 공동 총괄.사진=조수빈 기자
“한국은 전 세계에서 8번째로 전력 소비가 많은 나라지만 사용 전력 중 2%만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수출 의존도가 큰 한국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더욱 과감한 조치가 필요한 때입니다.”

15일 글래드 여의도에서 열린 ‘RE100 한국형 정책 제언 발표회’에서 올리버 윌슨 클라이밋그룹 공동 총괄이 한국의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국내 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해 RE100(사용 전력 재생에너지 100%) 캠페인을 주도하는 클라이밋그룹, 기후솔루션,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이날 한국에 맞는 RE100 달성 정책을 공개했다. 국내외 RE100 회원사, 이해관계자 및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한 제언들은 이후 정부 측에 전달될 예정이다.

클라이밋그룹은 지난해 11월 정부가 공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초안 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축소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항의 서한을 보낸 바 있다. 이번 정책 제언도 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에 대한 우려와 적극적인 행동을 요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클라이밋그룹과 기후솔루션,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한국에 특화된 재생에너지 확산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6가지 한국형 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6가지 과제는 ▲공정하고 투명한 전력시장 제도와 정책환경 마련 ▲국가 재생에너지 목표 상향 등 정책 기반 마련 ▲기업의 전력구매계약 활성화 저해 장애물 제거 ▲전력망 운영 유연성 및 공정성 강화 ▲사업장 내외 전력구매계약 확대를 위한 재생에너지 투자 환경 개선 ▲신재생에너지인증서(REC) 및 추적시스템의 투명성, 지속가능성 및 추가성 강화 등이 꼽혔다.

단가 낮추려면 정책 개선 필요

RE100 참여 기업 대부분이 재생에너지의 높은 발전단가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다. 발전단가는 인허가 제도, 정책 지원, 보급 확대, 시장 활성화, 기술 향상 등 다양한 요소의 영향을 받는 가격이다. 조은별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가격 하락의 첫 번째 정책적 단계가 인허가 제도 개선이다. 인허가 제도를 개선함으로써 내수시장 확대, 경험 축적을 위한 기술 향상 등이 발전단가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인허가 규제를 완화하는 추세다. 유럽의 새로운 에너지 전략인 리파워EU는 풍력과 태양광을 최우선 공익 프로젝트로 지정하고, 환경성 평가 포함 인허가 승인 과정 최대 2년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지난해 영국의 경우 에너지안보전략 내 해상풍력 인허가 기간을 현 최대 4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는 내용을 담았다.

국내는 여전히 산발된 규제, 잠재량을 제한하는 규제 등으로 인해 재생에너지 확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 연구원은 “태양광의 경우 법 개정을 통한 기초지자체의 이격거리 규제 완화, 주민 수용성 완화 등에 관련된 제도를, 풍력의 경우 공공주도 입지선정 제도를 통해 사업 확대 및 인허가 간소화를 이루어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좌측부터 이상복 이투뉴스 부국장, 안병진 전력거래소 처장, 박강훈 한국에너지공단 팀장, 최규종 대한상공회의소 센터장, 정세윤 현대위아 매니저,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 박진표 법무법인 태펴양 변호사.사진=조수빈 기자
좌측부터 이상복 이투뉴스 부국장, 안병진 전력거래소 처장, 박강훈 한국에너지공단 팀장, 최규종 대한상공회의소 센터장, 정세윤 현대위아 매니저,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 박진표 법무법인 태펴양 변호사.사진=조수빈 기자
규제뿐 아니라 전력시장 개편을 위해 활용되는 제도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PPA 참여 기업 중 상당 수는 과도한 비용부담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현재 재생에너지 기준가가 전력시장 도매가격(SMP)와 재생에너지 인증서(REC) 가격을 합산해 형성되기 때문에 기업은 한전 요금보다 약 2배 가까이 비싼 금액을 치르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한국전력이 내놓은 직접PPA 전용 요금제가 시행될 경우 기존 산업용 전기요금보다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에 기업에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강승진 한국공학대 교수는 “직접 PPA에서 발생된 보완공급 및 초과발전 판매를 모두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사업자가 전력시장을 통하여 처리할 수 있게 하는 등 시장의 역할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PPA 발전사업자가 받을 수 있는 REC 인센티브 즉, 시장에 들어올 수 있는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패널로 참여한 기업들 역시 재생에너지 확산 노력을 위한 제언에 목소리를 보탰다. 최규조 대한상공회의소 그린에너지지원센터장은 “공공 부문, 민간 재생에너지 사업자뿐만 아니라 수요 기업 역시 발전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추진하는 등의 적극적인 시장 참여가 필요하다”며 수요 기업의 역할을 강조했다.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는 “지금까지는 재생에너지 공급량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루어졌으나, 이제는 재생에너지 퀄리티 상승도 고민해야 한다. 추가성이 높은 수단으로 재생에너지 공급 이행을 해야 공급량도 늘고, 가격 견제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