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은 돌고 돌아 2023년에 정착했다. 젊은 층, 특히 Z세대가 스티커 사진의 새로운 버전인 네컷사진에 푹 빠졌다. 하굣길이나 친구들과의 주말 모임, 남자친구와의 데이트까지 이들의 일상에 네컷사진은 필수코스로 자리 잡았다. 주말에 홍대나 청담, 성수, 문래 등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상권에선 포토 부스 앞에 길게 늘어선 줄도 흔한 풍경이 됐다. 인스타그램에 유명 네컷사진 브랜드 세 곳의 이름만 검색해도 무려 158만여 개 게시글이 쏟아져나온다. 한 커뮤니티에서는 친구와 도전해보기 좋은 네컷사진 포즈를 공유하는 글이 조회수 3만 회를 기록하며 인기 글로 등극하기도 했다. KB국민카드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무인 사진관 사용 금액은 전년 대비 271% 급증했으며, 신규가맹점 비중도 전년 말 대비 54%나 증가했다.
인기가 점점 커지자 각종 업계는 네컷사진을 연계한 마케팅을 펼치기 시작했다. 대기 시간이 발생하는 외식업계나 젊은 이미지를 강조하고 싶은 패션업계는 오프라인 매장 내 포토 부스를 들여왔다. 사진에는 자동으로 자사 로고가 출력되어 자연스럽게 SNS 바이럴이 이루어지도록 했다. 반대로 네컷사진 업체와 협업을 통해 전국 포토부스에 자사 로고 프레임을 출시하는 경우도 흔하다. 샤넬과 프라다, 티파니와 같은 명품 브랜드까지 네컷사진 마케팅에 뛰어들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요즘 휴대폰은 디지털카메라에 버금갈 정도로 기능도 많고 화질도 좋다. 사진을 찍을 기회도 많아졌다. 그런데 Z세대는 왜 네컷사진에 열광하는 걸까?
Z세대는 아이가 귀한 시대에 태어나 가족과 친척들, 지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컸다. 또 언제든 유튜브 계정에 들어가 내 영상을 올리고, 인스타그램 릴스나 틱톡으로 구독자들과 소통한다. 그만큼 타인의 관심에 익숙하고 '주인공’이 될 기회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이런 성장 배경 덕에 자신의 개성과 매력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것에 거리낌이 없고 만족감을 느낀다. 나만의 포즈로 개성을 담아 사진 찍을 수 있는 네컷사진은 하나의 자기표현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두 번째, 디지털 환경에서 나고 자란 젊은 층은 아날로그 문화를 새롭고 재밌게 받아들인다. 휴대폰으로 손쉽게 사진을 찍고 편집하는 것보다 현장감 담은 추억을 출력해 손으로 만지고 보관할 수 있는 매력을 더 특별하게 느낀다. 번거로워도 희소성 있는 아날로그 감성을 선택한 것이다. 아날로그의 대표 아이템인 필름 카메라와 LP 판매량이 급상승하고 있는 현상도 같은 맥락이다.
마지막으로, 네컷사진은 가성비 좋은 놀이 문화다. 매장에 들어서 준비된 머리띠, 선글라스 등 소품으로 다양하게 연출을 하고 준비한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다. 또 원하는 배경색이나 프레임을 선택해 사진을 꾸밀 수도 있다. 친구와 찍은 네컷사진을 자랑스레 SNS에 업로드하고, 집에 가 다이어리에 보관하는 것까지가 이들의 놀이 방식이다. 이 모든 일련의 놀이 과정을 즐기는데 채 1만 원이 넘지 않는다.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젊은 층이 부담 없이 즐기기 좋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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