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약 89.9조원 예산
원전, 수소 키우고 산업계 부담 줄여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윤석열 정부의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2023~2042)’이 21일 공개됐다. 지난해 시행된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수립된 정부 차원의 첫 탄소중립·녹색성장 최상위 법정계획이다. 정부는 22일 공청회 등을 거쳐 의견 수렴 후 최종안을 보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2018년 대비 탄소배출량을 40% 감축하는 것이 골자다. 기본계획은 목표 달성을 위해 전환, 산업 등 10개 부문의 37개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지난 2021년 10월 발표됐던 기존 NDC에서 달라진 것은 전환, 산업, 수소,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국제감축 부문 목표다. 기존 NDC에서는 전환 부문에서 44.4%, 산업 부문에서 14.5% 감축을 발표했으나, 이번 기본계획에는 각각 45.9%, 11.5%로 조정됐다. 줄어든 감축분은 국제감축과 수소, CCUS으로 재분배했다.
전환 부문에서 속도를 내는 대신 산업 부문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윤 정부의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원전 발전 비중을 2021년 27.4%에서 30년까지 32.4%, 신재생에너지는 7.5%에서 21.6% 이상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산업 부문에서는 배출권거래제 내 배출 효율이 우수한 기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자발적 감축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청정수소 기반의 생태계 구축 등 수소경제 확장에 대한 의지도 관찰된다. 기존 목표 7.5%에서 8.4%로 확장됐으며 세부적으로는 수소차를 2022년 기준 29,733대에서 2030년까지 300,000대까지 확보한다는 목표가 담겼다. 청정수소의 경우 현 시점에는 생산량이 없지만, 2030년까지는 2.1%의 생산량을 만들겠다고 했다. 수소 입찰시장 확장 등 여러 제도 지원을 통해 수소의 활용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CCUS 기술 역시 탄소 감축을 위한 신산업으로 분류, -10.3%에서 –11.2%로 상쇄량을 확대할 방침이다. CCUS 산업, 안전, 인증을 포함한 단일법을 제정하고 CCS 실증과 추가 저장소 확보를 추진하기로 한다. 국제 감축사업도 승인, 취득, 실적 관리 등의 이행기반을 착실히 마련하고 협정체결 대상국 확대, 부문별 사업 발굴 등으로 저변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정책과제 달성을 위한 예산도 윤곽이 잡혔다. 탄소중립 산업 핵심기술 개발(산업 부문), 제로에너지·그린리모델링(건물 부문), 전기차·수소차 차량 보조금 지원(수송 부문) 등 온실가스 감축 사업 예산은 5년간(2023~2027) 54.6조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기후적응 분야에는 19.4조원, 녹색산업 성장에는 6.5조원이 투자될 전망이다. 전환 방식, 시기에는 의문
하지만 전날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조속한 대응’을 언급한만큼 기본계획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도 쏟아진다. 쟁점이 된 것은 전환, 산업 부문과 연도별 감축 목표다.
환경연합은 21일 논평을 통해 “기존 NDC에서도 전환, 수송 등 타 부문이 27~46%까지 감축하는 동안 산업부문은 14.5%만 감축할 정도로 느슨한 책임을 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ESG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고객사를 보유한 기업의 경우 이미 NDC를 넘어서 고객사의 요구, 수출 국가의 탄소 규제에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탄소 규제를 느슨하게 한다는 시그널은 중견·중소 기업과 산업계에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도별 감축목표 측면에서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올해를 기준으로 윤 정부 임기 내내 배출 예정인 탄소배출량은 매년 6억톤 이상이다. 이후 2027년(585.0백만톤)에서 2030년(436.6백만톤)년까지의 감축량은 약 1억5000만톤이 되는 것이다. 2029년부터 2030년까지 1년간 감축량은 9290만톤(17.6%)에 달한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이번 정부의 감축량은 화력발전 축소와 재생에너지 성장에 따른 전환 부문, 수송 부문 개선에 의한 것이다. 2027년에서 2030년까지 감축량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과학적 감축 시나리오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고 말했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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