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적인 분위기가 흐르는 작은 재즈 공연장…‘불금’에 가볼까

“재즈를 수혈하세요” 코튼 클럽 사운즈 한남[MZ공간 트렌드]
2016년 겨울 개봉된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는 환상적인 음악 연출로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이 영화 속 의미 있는 장소를 꼽자면 단연 재즈클럽 아닐까. 서울 한복판에서도 ‘라라랜드’를 연상케 하는 재즈클럽을 만날 수 있다. 미국인가 싶을 정도로 이국적인 분위기에 ‘불금’을 맡겨 본다.
◆사운즈 한남을 찾아서‘코튼 클럽 사운즈 한남’에 가기 위해선 한남동의 대표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사운즈 한남으로 가면 된다. 사운즈 한남은 카카오의 자회사인 제이오에이치(JOH)가 만든 복합 문화 공간으로, 도심 속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을 제안한다. 1983㎡(600평)대에 달하는 이 건물은 특이하게도 중앙에 소규모 광장이 있고 그 주변에 가게들이 블록형으로 자리해 있다. 이곳은 서점·카페·식음료점을 비롯한 각종 다양한 브랜드로 채워져 있다.
코튼 클럽은 사운즈 한남 5층에 자리하고 있다. 재즈 공연을 볼 수 있다고 해서 넓은 공연장을 상상했다면 오산이다. 이곳은 좁은 공간에 처음 보는 사람들과 옹기종기 모여 재즈 공연을 감상하는 곳이다. 1919년 미국에 금주법이 제정됐던 시절, 숨어서 술을 마시던 사람들처럼 숨어서 재즈를 보러 온 기분이랄까….
무대를 비롯한 벽면에 쳐져 있는 붉은 커튼이 이곳의 분위기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튼(cotton)이 아니라 커튼(curtain)이 아닐까 자꾸만 간판의 글씨를 다시 읽어 보게 될 정도다. 공연을 하지 않는 브레이크 타임에는 붉은 커튼 속에 숨어 있던 흰색 벽면이 나타나고 빔 프로젝터 영상이 비쳐진다. 재즈 음악과 관련된 영화·공연 등의 영상이 나오면서 모든 시간을 재즈로 채운다.
“재즈를 수혈하세요” 코튼 클럽 사운즈 한남[MZ공간 트렌드]
◆소음도 음악이 되는 순간코튼 클럽은 원래 뉴욕 할렘 인근에 있는 오래된 클럽이다. 1923년 개장해 현재까지도 영업 중이고 듀크 엘링턴, 루이 암스트롱 등 전설적인 뮤지션이 다녀간 곳으로 유명하다. 1984년에는 ‘코튼 클럽’이라는 영화도 만들어졌다고 하니 당대의 인기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코튼 클럽 뉴욕을 오마주해 탄생한 컨템퍼러리 재즈클럽이 바로 코튼 클럽 사운즈 한남이다.
코튼 클럽 사운즈 한남에서는 식사를 하면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재즈클럽이란 그런 곳인가 보다.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포크를 떨어뜨리고, 물잔을 깨뜨리고, 아무 때나 물개박수를 하는 그런 곳 말이다. 음악과 소음이 공존하고 소음이 곧 음악이 된다. 그래서 그럴까. 공연 중간에 손님이 들어와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음악을 듣는 순간만큼은 꽤나 많은 것들에 관용을 베풀게 된다.
코튼 클럽에서 펼쳐지는 정상급 재즈 뮤지션들의 음악에 자연스레 음식은 뒷전이 된다. 악기의 솔로 연주가 끝날 때마다 손뼉을 치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하다. 그래도 음식은 꼭 맛보길 권한다. 파스타·뇨끼·피시앤드칩스 등 이곳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음식은 보고 듣고 맛보기까지 삼박자가 맞아떨어지게 만들어준다.
재즈클럽에서는 밤 8시와 밤 9시 20분 등 총 두 번의 공연이 펼쳐진다. 코튼 클럽에서 공연하는 뮤지션은 매일 다르기 때문에 미리 확인하고 방문하길 권한다.
“재즈를 수혈하세요” 코튼 클럽 사운즈 한남[MZ공간 트렌드]
◆ 재즈를 좋아하세요?재즈는 미국 흑인들의 민속 음악과 유럽의 음악이 결합되며 탄생한 음악이다. 악기·멜로디 등은 유럽의 전통 음악을 따르되 리듬·사운드·하모니 등은 흑인 음악 특유의 성질을 띠고 있다. 이 흑인 음악 장르를 ‘재즈’라고 부르게 된 것은 1910년대에 들어서부터다. ‘재즈’라고 부르게 된 이유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하지만 재즈가 재즈(jazz)인 단 하나의 이유는 없다. 어원마저 이렇게 부르든, 저렇게 부르든 상관없다는 것일까. 똑부러지지 못한 태도는 재즈라는 장르를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듯하다.
기자가 방문한 날에는 어느 노년의 피아니스트가 ‘라라랜드’의 OST ‘시티 오브 스타(City of star)’를 연주했다. 아마 대중적인 재즈에 익숙한 혹은 영화 속 한 장면을 기대하고 방문한 관객들을 위해 마련한 곡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자기소개를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죽을 때까지 피아노를 칠 겁니다.”
피아니스트의 인사말은 코튼 클럽의 존재를 새롭게 되새기게 한다. 죽을 때까지 무엇인가에 열정을 쏟는다는 것을 생각해 보는 멋진 밤이 그곳에 있다. 역시 음악은 좋은 것이라고 몇 번이고 되뇌게 만든다.


이민희 기자 min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