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라일리 PMI 사장 “일본 전자 담배 사용률 ,한국의 2배…일반 담배와 전자 담배 규제 달리해야”

[인터뷰]
왜 일본인들은 한국인들보다 전자 담배를 더 많이 피울까[인터뷰]
“‘말보로’처럼 태워서 피우는 일반 담배(연초)는 곧 사라질 것이다.”

폴 라일리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 동아시아·오세아니아·면세 지역 총괄 사장은 3월 21일 서울 여의도 한국필립모리스 사무실에서 진행한 한경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각 나라별로 시기는 다르겠지만 PMI는 최대 10년 안에 더는 연초를 생산하지 않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100년 넘게 말보로라는 연초 브랜드를 앞세워 성장한 PMI가 사업의 방향을 완전히 바꾼 것이다.

그의 말처럼 세계 최대 담배 회사인 PMI가 그리는 미래에는 연초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2014년 궐련형 전자 담배 아이코스를 출시하면서 ‘담배 연기 없는 미래’를 기업의 비전으로 삼고 글로벌 시장에 공표했다.

이후 소비자에게 접근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흡연을 계속하고자 한다면 일반 담배보다 유해성이 덜한 전자 담배라는 차선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마케팅을 펼친다. PMI의 이 같은 행보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라일리 사장은 “궐련형 전자 담배라는 더 나은 대안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이보다 몸에 더 해로운 일반 담배를 소비자들에게 권하는 것은 이치상 맞지 않는다”며 그 이유를 밝혔다.

일반 담배로 성장한 기업이 더 이상 이를 생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자동차 시장을 예로 들 수 있다. 지금 자동차 산업의 흐름을 살펴보면 가솔린과 디젤로 대표되는 내연기관차 시대가 저물고 전기차로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덜하기 때문이다. 담배도 마찬가지다. PMI는 수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연구·개발(R&D)을 진행한 끝에 기존의 연초보다 훨씬 더 유해성이 낮은 궐련형 전자 담배를 개발하는데 성공했고 이를 글로벌 시장에 내놓았다. 물론 담배는 끊는 것이 가장 좋지만 이게 어렵다면 연초보다 유해성이 낮은 전자 담배를 소비자들에게 권하는 것은 기업으로선 당연한 일이다.”

2014년 세계 시장에 아이코스를 출시해 약 9년의 시간이 지났는데 그간의 성과는 어땠나.
“전 세계에서 아이코스를 선택한 사용자는 2022년 기준 2500만 명을 넘어섰다. 전년 대비 약 15% 이상 늘어났다. 이에 힘입어 PMI 전체 매출에서 전자 담배와 같은 비연소 제품이 차지하는 비율도 약 30%로 높아졌다. 2025년에는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여기에서 창출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앞으로 전자 담배를 찾는 사람들은 더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신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러 선진국들이 소비자들에게 일반 담배의 대안으로 아이코스와 같은 궐련형 전자 담배를 권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미국·일본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 국가들이 이 같은 정책을 펼치는 이유는 일반 담배와 비교해 전자 담배가 더 낫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돼서다. 각국의 연구 기관들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일반 담배와 비교해 전자 담배같은 대안이 더 낫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돼서다.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알리며 흡연을 지속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전자 담배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라일리 사장에 따르면 영국은 전자 담배를 통해 일반 담배의 흡연율을 빠르게 줄이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다. 전자 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95% 가량 유해물질 배출이 적다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일반 담배 흡연자의 전자 담배 전환을 유도하는 금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영국 공중보건국은 “전자 담배를 피우는 것이 일반 담배보다 덜 위험하다”고 밝히며 최소 2만 명이 전자 담배와 같은 대안을 통해 금연에 성공하거나 상당한 건강 혜택을 얻는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깐깐하기로 유명한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PMI의 아이코스에 대해 “담배를 태우지 않고 가열하기 때문에 유해 물질과 잠재적 유해 물질 발생이 현저하게 감소한다”는 마케팅을 미국 내에서 펼칠 수 있도록 했다.

라일리 사장은 “FDA의 이 같은 인가는 전자 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유해성이 낮다는 골자로 PMI가 제출한 광범위한 과학적 증거 자료를 검토한 후 나온 결과”라고 강조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전자 담배로 흡연 인구를 전환하는 데 가장 적극적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일본의 전자 담배 시장은 어떤가.
“일본은 전체 담배 시장에서 전자 담배가 차지하는 비율이 매년 빠르게 급증해 현재 약 35%를 돌파했다. 흡연자 10명 중 3명이 전자 담배를 사용하는 셈이다. 일본 정부의 전자 담배 관련 정책이 효과를 낸 결과다. 일본 정부는 일반 담배와 전자 담배 관련 규제를 완전히 구분해 시행 중이다.”

예를 들어달라.
“이를테면 특정 레스토랑이나 지역에서 ‘전자 담배는 피울 수 있는데 일반 담배는 안 된다’와 같은 차별 정책들을 취했고 이를 통해 두 담배의 차이점을 소비자들이 인지할 수 있었다. 이것이 일본에서 빠르게 전자 담배의 점유율이 오르고 있는 이유다.”



이에 비해 아직까지 한국은 전자 담배가 많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기획재정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담배 시장에서 전자 담배가 차지하는 비율은 15% 정도에 불과하다. 일본과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왜 한국에서는 전자 담배가 흡연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나.
“먼저 한국 흡연자들의 성향부터 파악해 보면 몸에 덜 유해한 담배를 태우려는 니즈는 확실하다. PMI 내부적으로 한국에서의 일반 담배 판매 현황을 보면 타르나 니코틴 함량이 높은 담배보다 낮은 담배가 더 잘 팔린다. 또 ‘킹 사이즈’보다 ‘슬림’형 담배를 선호한다. 하지만 전자 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유해성이 덜하다는 정보가 다른 국가들만큼 확산되지 않아 여전히 전자 담배 점유율이 낮다고 본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다른 국가들과 달리 일반 담배와 전자 담배를 똑같이 ‘몸에 나쁜 담배’로 취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소비자들은 전자 담배의 유해성이 일반 담배보다 현저히 낮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이들이 많다. 친환경 전기차에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처럼 정책적으로 일반 담배와 전자 담배 역시 확연히 구분해 규제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라일리 사장은 “흡연은 생명과도 연관된다. 이는 담배를 파는 기업도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다. PMI가 궐련형 일반 담배에서 전자 담배로 사업을 전환해 나가는 것은 전자 담배가 소비자들의 건강을 덜 해치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국에서도 올바른 정보가 확산되도록 노력해 소비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