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롤렉스·파텍필립·오데마르피게 중고가 연평균 20% 올라

중고 명품 시계 시장이 지속 확대되고 있다. (사진=파텍필립 홈페이지)
중고 명품 시계 시장이 지속 확대되고 있다. (사진=파텍필립 홈페이지)
중고 명품 시계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다. 롤렉스·파텍 필립·오데마르 피게 등 스위스 3대 시계 브랜드 등 일부 하이엔드 브랜드는 중고 제품 가격이 꾸준히 상승해 ‘주식보다 좋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전체 명품 시계 시장의 성장을 중고 시계가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른 명품과 달리 시계는 이미 출시된 모델을 추가 판매하지 않고 단종시키는 경우가 많아 희소성이 높다. 여기에 공급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수요가 높아지자 구매 이후에도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상품 가치가 지속 상승하고 있다. 중고 명품 시계는 앞으로도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S&P500’보다 수익률 좋다는 명품 시계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최근 ‘명품 시계의 시간이 왔다(Luxury Preowned Watches, Your Time Has Come)’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명품 시계 수요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BCG는 “부유한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비하기 위해 대체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투자자들에게 명품 시계는 수요가 높게 나타난다. 지난 5~10년간 대체 시장에서 강력한 가격 방어를 증명했기 때문에 대체 자산의 한 부류로 두각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BCG는 구매자들이 롤렉스·파텍 필립·오데마르 피게 등 최상급의 명품 시계 브랜드뿐만 아니라 F.P·주른·드 베튠 등 주요 브랜드 가치도 꾸준히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비싼 값을 지불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명품 시계 모델의 95% 가까이가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다는 점이 중고 시장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가격도 올랐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롤렉스·파텍 필립·오데마르 피게 등 3사 브랜드의 중고 가격은 연평균 2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주식보다 수익률이 좋다. 같은 기간 미국 증시의 3대 지표 중 하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연평균 상승률은 8%에 그쳤기 때문이다.

BCG는 “지난해 주식 시장과 암호화폐 시장은 하락했지만 중고 시계 시장은 이들에 비해 좋은 성과를 거뒀다”며 “장기적으로는 전통적인 투자 방법보다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거래의 신뢰도가 높아진 것도 시장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 전자 상거래 업체인 와치박스(WatchBox), 온라인 명품 시계 업체 크로노24(Chrono24) 등은 구매자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하면서 가격 투명성을 높였고 이를 통해 기존 명품 시계 시장의 비공개 거래 문화를 없앴다는 평가를 받는다. BCG는 온라인 판매가 이미 경매와 매장 판매를 웃돌고 있고 2026년까지 중고 명품 시계 시장의 6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요 고객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다. 이들은 온라인 거래를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고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는 롤렉스, 파텍필립 등이다. (사진=롤렉스 홈페이지)
중고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는 롤렉스, 파텍필립 등이다. (사진=롤렉스 홈페이지)
명품 시계, ‘아트·와인’보다 돈 된다전체 명품 시계 시장은 2020년 570억 달러(약 75조원)에서 지난해 750억 달러(약 98조원)까지 성장했고 2022년 시장은 790억 달러(약 103조원)까지 늘어났다. 이 시장은 2026년 1010억 달러(약 132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 가운데 중고 명품 시계는 전체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중고 명품 시계 시장은 2020년 180억 달러(약 24조원)에서 2021년 220억 달러(약 29조원), 지난해 240억 달러(약 31조원)까지 확대됐다. 2026년에는 350억 달러(약 46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규 명품 시계 시장은 2026년까지 연평균 6% 성장하는 반면 중고 명품 시장은 연평균 9% 성장을 기록하며 전체 시장의 확대를 주도할 것이라고 BCG는 예측했다.
중고 명품 시계 시장이 커지고 있다. (자료=보스턴컨설팅그룹, 그래픽=박명규 기자)
중고 명품 시계 시장이 커지고 있다. (자료=보스턴컨설팅그룹, 그래픽=박명규 기자)
BCG는 “새 시계의 희소성은 중고 시계의 가치도 높인다”며 “과거 중고 시장은 할인된 가격에 구매하기 위해 가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통적인 판매점에서 구매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구매자들은 프리미엄이 많이 붙어도 중고 시장으로 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부분의 제품들은 구매 이후 가격이 떨어지지만 시계는 그렇지 않다”며 “명품 시계는 반대의 경향이 있는데 인기 브랜드의 모델을 찾기 어려운 것은 재판매 가치가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시장 분석에 따르면 2020년 이후 명품 시계 시장의 매출은 17% 감소한 반면 중고 시계 매출은 3% 증가했다. 심지어 중고 명품 시계의 소매가는 2020년 이후 1.5배에서 2배까지 뛰었다. 쉽게 말해 공식 매장에서 1000만원에 구매한 시계를 중고 시장에서 판매하면 2000만원에도 팔린다는 의미다.

BCG의 실태 조사에서 응답자 29%가 최근 구매한 중고 명품 시계에 대해 소매가보다 더 높은 금액을 지불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최소한의 착용 상태(41%), 구매까지 걸리는 긴 대기 부담(40%) 등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중고 시장에서 인기가 있는 △파텍 필립 ‘노틸러스’ △오데마스 피게 ‘로얄오크’ △롤렉스 ‘데이토나’와 ‘GMT마스터2’ 등 소수 모델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품 시계는 주요 대체 투자 품목 중에서도 성장세가 가장 높다. BCG는 수익성이 좋은 대체 자산으로 예술품·와인·시계·자동차·보석·명품백·가구 등을 꼽았는데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시계의 연평균 성장률은 27%로 집계됐다. 뒤를 이어 와인 18%, 핸드백 17%, 예술품 14% 등으로 나타났다.

중고 명품 시계 시장은 앞으로도 더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BCG는 “시계 산업의 제한된 생산 능력은 희소성과 수집성을 향상시킨다”며 “높은 수준의 장인 정신과 제조사의 사업 전략은 생산 확대를 어렵게 만든다. 이것들은 구매자에게 매력적인 요소”라고 밝혔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