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은 사업 단계별로 급격하게 가격 상승, 합리적인 시점에 감정 평가해야

[똑똑한 감정 평가]
‘영끌’로 마련한 재건축 아파트 프리미엄, 이혼 시 재산 분할에 반영될까?[박효정의 똑똑한 감정 평가]
얼마 전 우리 사무소에 상담을 요청한 A 씨는 30대 중반의 여성으로 몇 년 전에 결혼할 당시 경기도에 소재하는 재건축 추진 가능성이 있는 아파트를 매수했다고 한다.

당시 신축 아파트 전세를 갈 수도 있었지만 아이가 없을 때 이른바 ‘몸테크(몸+재테크)’를 하는 것이 장기적인 투자 관점에서 옳다고 판단해 신혼살림을 노후한 아파트에서 시작한 것이다.

몇 년 후 부부가 이혼을 하는 과정에서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재산분할가액이 문제가 됐다. 신혼 초에 영혼까지 그러모아 재건축을 기대하며 매수했던 오래된 아파트가 실제로 재건축이 추진되면서 한동안 매수 금액의 50% 이상인 2억원 정도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됐는데 최근 높은 추정 분담금 통지 이후 프리미엄이 급격하게 빠져버린 상황이었다.

상담자 A 씨는 재산을 분할 받아 오는 쪽이었는데 혼인 관계가 완전히 파탄됐던 시점은 재건축 사업 시행 인가가 나 프리미엄이 가장 높을 때였다고 했다. 감정 평가의 기준 시점이 언제이냐에 따라 가격 차이가 상당히 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감정 시점에 프리미엄이 존재한다면 그것 또한 시가 산정에 반영된다.

법원에서 이혼 소송 시 부동산 등의 재산 분할을 위한 감정 평가를 의뢰하는 경우 감정인은 감정신청서를 수령한다. 감정신청서에는 통상 감정 평가 대상물에 대한 감정 시점 당시의 ‘시가’를 산정할 것을 요청한다.

‘시가’라는 개념은 시장 가치의 준말인데 감정 평가에 관한 규칙 제2조 제1호에서는 시장 가치를 감정 평가의 대상이 되는 토지 등이 통상적인 시장에서 충분한 기간동안 거래를 위해 공개된 후 그 대상 물건의 내용에 정통한 당사자 사이에 신중하고 자발적인 거래가 있을 경우 성립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인정되는 대상 물건의 ‘가액(價額)’이라고 규정한다.

따라서 정상적인 시가를 산정하기 위해 감정인은 급매 사례라든가 친인척 간의 거래처럼 특수 관계인 간의 거래로서 특별한 사정이 개입된 사례를 배제하고 대상 물건이 속한 부동산 시장 내에서 정상적으로 거래된 실거래 사례를 수집해 감정 평가를 한다.

그런데 재건축 아파트의 프리미엄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재건축 사업이 구체화돼 가는 과정에서 각 사업의 단계별로 급격한 차이를 내며 증가하는 특징이 있다. 물론 상담자 A 씨처럼 프리미엄이 증가했다가도 사업의 지연이나 추가 분담금 등 문제로 하락하는 경우도 있다.

사업 단계에 따른 가격의 격차는 재건축 사업의 조합 설립 인가 당시보다 사업 시행 인가 당시에 재건축 아파트에 붙은 프리미엄이 더 높은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두 시점 사이에 1~2년의 시간 차가 존재하면 감정 평가 시 1~2년 전 거래 사례를 수집해 평가한다면 현시점의 프리미엄이 붙은 정상적은 재건축 아파트 시가를 반영하기 어려운 측면이 발생한다.

A 씨의 사례처럼 프리미엄이 급격히 올랐다가 빠지는 경우 감정 평가의 시점에 따라 재산 분할 대상인 아파트의 시가의 변동이 크게 날 것이고 또 시가 산정을 위한 감정 평가 시 사례 수집의 범위에 따라 가격의 차이가 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사업이 구체화되는 단계별로 가치의 차이가 큰 재건축 아파트는 시기에 따라 프리미엄의 형태가 다를 수 있으므로 각 시점별로 산정될 수 있는 가치에 대한 추정치를 예상하고 개별 소송 당사자의 시각에서 합리적인 시점을 파악해 감정을 신청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박효정 로안감정평가사사무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