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출신의 1978년생 디자이너, 지난해 6월부터 에트로 CD로

마르크 드 빈센조(사진 오른쪽)가 지난해 6월부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에트로를 이끌고 있다. (사진=마르크 드 빈센조 인스타그램)
마르크 드 빈센조(사진 오른쪽)가 지난해 6월부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에트로를 이끌고 있다. (사진=마르크 드 빈센조 인스타그램)
"컨셉이 바뀐 것 같은데, 오히려 더 트렌디해졌네?"


요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탈리아의 명품 브랜드 에트로와 관련된 글이 종종 올라오고 있습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를 바꾸고 9개월 만에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한 것 같습니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1978년생 디자이너 '마르코 드 빈센조'는 지난해 6월부터 에트로를 이끌고 있는데요. 올해 만 45세로, 그리 어리진 않습니다.

1999년에 펜디에 입사해 가죽부문의 디자인 헤드 디렉터까지 올랐는데요. 이후 펜디를 나와 2009년에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마르크드빈센조'라는 브랜드까지 론칭하면서 업계에서 인정받는 디자이너가 됐습니다. 다만, '마르크드빈센조' 브랜드는 론칭 11년 만인 2020년 전개를 중단했습니다.

에트로에 합류한 것은 자신의 브랜드를 중단한 지 2년 만의 결정인데요. 업계에서는 '감각적인 디자이너'라는 평가를 받은 빈센조가 에트로의 대표 백을 만들어주길 원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당시 에트로 CEO인 파브리지오 카르디날리 역시 브랜드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 빈센조를 환영한다며 에트로의 아카이브를 재해석해주길 원한다고 밝혔는데요.

우선, 절반은 성공했습니다. 최근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첫 작품, 에트로의 새 시그니처백 '벨라'를 공개하고 큰 관심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에트로 특유의 페이즐리 무늬를 없애고 가방에 부착한 심볼 액세서리에만 에트로의 상징인 날개달린 말 그림이 아주 작게 들어가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에트로 백인지도 모를 정도로요.

사실 그간 에트로는 페이즐리의 대표 브랜드라고 불렸죠. 브랜드 창업자이자 원단 공급업자인 짐모 에트로가 인도 여행 중에 이 페이즐리 문양에 매혹됐고, 1981년 컬렉션에서 첫 페이즐리 디자인을 선보이며 에트로를 흥행시켰으니까요. 이후 페이즐리 문양은 꾸준히 에트로 제품에 적용되면서 대표 이미지가 됐죠.

이후 에트로의 상징과도 같던 페이즐리가 42년 만에 사라졌습니다. 빈센조의 결단으로요. 40년 전에는 파격적이고 신선하다는 평을 받은 '페이즐리'가 지금은 '올드함'을 나타내는 디자인이 됐으니까요. 그래서 오자마자 이 올드한 문양부터 치워버린 겁니다.

반응은 좋습니다. 트렌디하다는 의견부터, '에트로가 웬일이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으니까요. 가장 중요한 건, '엄마들이 드는 브랜드'라는 말이 쏙 들어간 것이죠. 저도 이 가방을 처음 보고, '이게 진짜 에트로에서 나온 거 맞아?'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