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한경신춘문예 장편소설 부문 수상작
주인공 ‘현조’를 통해 마주하는 사랑의 의미에 대한 근원적 질문

[서평]
홀로 신혼여행을 온 여자에게 숨겨진 비밀은?
세노테 다이빙
노은지 지음 | 마시멜로 | 1만3800원


멕시코 칸쿤에 혼자 신혼여행을 온 현조. 그녀는 연인과 가족으로 가득한 리조트에 홀로 들어오자마자 직원에게 남편의 행방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현조는 대답한다. 그녀의 연인은 죽었다고.

마야 유적지인 치첸이사 투어에서, 와인을 마시러 간 야외 풀 바에서 현조는 왜 혼자 신혼여행을 왔는지 묻는 사람들과 계속 마주친다. 그도 그럴 것이 홀로 그 리조트로 여행을 오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에 멀리서 혼자 여행 온 동양 여자 현조에게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그리고 체크인할 때 직원에게 그녀의 연인은 죽었다고 말한 것이 어느새 리조트 전체로 퍼져 진짜 그녀의 연인이 죽어 혼자 온 것인지 사람들은 궁금해 한다.

그때마다 현조는 굳이 그녀의 연인, 도훈이 죽은 경위를 알려준다. 현조의 이야기에서 도훈은 결혼식 1주일 전에 총각 파티를 하다가 승강이가 붙어 맞다가 넘어져 죽고 도훈의 여동생을 스토킹하던 전 남자 친구와의 싸움 도중 칼에 맞아 사고사하기도 하며 단순한 교통사고로 죽기도 한다. 연인의 죽음을 때에 따라 여러 이유로 말하는 현조에겐 과연 어떤 진실이 숨어 있는 것일까.

놀라운 흡인력으로 독자들을 빠져들게 만드는 구성과 생동감 넘치는 묘사로 심사위원들을 사로잡은 2023 한경 신춘문예 장편소설 부문 당선작 ‘세노테 다이빙’이 출간됐다. 작가가 2018년 신혼여행지에서 처음 구상한 이 책은 카리브해로 혼자 신혼여행을 떠나온 주인공 현조의 여정을 따라가며 전개된다. 특히 작가 특유의 자연 묘사가 인상적인 작품으로, 이국적인 장소 그 자체가 하나의 캐릭터가 되고 주체가 되는 작품이다. 그런데 현조는 왜 신혼여행을 혼자 온 걸까.

현조가 지인의 소개로 처음 만나게 된 도훈은 처음엔 그녀의 이상형과는 부합하지 않는 모습에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한 번도 겪어 본 적 없는 배려와 이해를 접하며 현조는 굳게 닫힌 마음이 서서히 열리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둘은 연인 사이가 됐다. 이후 도훈과 함께 떠난 여행에서 그가 위험에 처한 자신을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본 현조는 그를 자신만의 유일한 보석 같은 존재이자 진심을 다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으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행복하게 지내던 어느 날 도훈은 그녀에게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고백한다. 하지만 현조는 그런 그를 놓지 못하고 자신을 갉아먹는 선택을 하고 마는데…. 이들 사이에 벌어진 일은 무엇일까. 그리고 도훈의 죽음엔 어떤 비밀이 있을까.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이 작품의 초고는 단편이었다. 하지만 등장인물을 이해하기 위해 좀 더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원고를 쓰고 지우는 고통스러운 시간의 반복 끝에 완성된 작품이 이 책이다. 그는 “중도에 포기하거나 길을 바꾼 것들이 많았지만 이 소설만은 달랐다. 아래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곡괭이질을 멈출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특히 작가가 제일 공력을 들인 부분은 바로 자연과 와인에 대한 묘사다. 칸쿤 특유의 아름다운 경관을 문장으로 그려 내기 위해 현지에서 들은 세노테에 대한 설명과 관련 사진을 참고했고 와인 공부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며 여러 차례 퇴고를 거쳤다. 그 노력은 고스란히 전해져 소설 속 와인이 나오는 부분에서는 읽다 보면 금방이라도 그 맛과 향이 입안에 맴도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현조가 세노테를 마주한 부분에서는 마치 고요한 바닷속에 들어간 듯 같이 숨을 죽이게 된다. 이러한 세밀한 묘사는 독자들로 하여금 소설에 빠져들게 되는 또 하나의 묘미가 될 것이다.

“내게 소설은 현실에서 떨어져 있을 수 있는 도피처였다. 이제는 내 소설이 누군가에게 도피처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작가의 말처럼 현조와 함께 현실에서 벗어나 소설 속 세노테에 같이 빠져 들게 되길 바란다.

노민정 한경BP 출판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