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화된 MS vs 구글의 AI 경쟁…사무용 소프트웨어와 AI의 결합 “생산성 혁신의 시작”

[스페셜 리포트-챗GPT, 너 내 동료가 돼라!]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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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포럼(WEF)은 3월 24일 “AI 황금시대 ; 챗GPT가 시작일 뿐인 이유(The golden age of AI : Why ChatGPT is just the start)”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대화’는 사람들이 업무를 처리하고 상호 작용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수단이다. 사람과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이 특히 남다른 의미를 갖는 이유다. 앞으로 10~20년간 AI는 인류가 일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 놓을 것으로 예측된다.

챗GPT가 세상에 등장한 지 4개월. 이후 AI 기술의 발전은 숨가쁠 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오픈AI는 챗GPT보다 똑똑해진 GPT-4를 세상에 선보였고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AI를 활용해 우리의 일상을 바꾸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MS는 뉴빙을, 구글은 바드를 출시하며 AI 챗봇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이들의 ‘진짜 전쟁’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 AI를 활용해 우리가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꿔 갈 수 있을까, 그 키를 쥔 자가 AI 전쟁에서도 진정한 승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AI 군단이 우리가 일하는 공간인 사무실로 점점 더 빠르게 장악해 들어오고 있다.
오픈AI 챗GPT vs MS 빙 vs 구글 바드, 가장 똑똑한 AI는?
AI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MS와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챗GPT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오픈AI는 챗GPT 공개 이후 불과 4개월 만인 3월 14일 GPT4.0을 선보이며 다시 한 번 충격을 줬다. GPT-4는 GPT-3.5에 기반한 챗GPT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텍스트로만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던 챗GPT와 비교해 그림으로도 대화를 나누는 게 가능해진 것이다.

챗GPT 이후 MS와 구글의 ‘AI 속도전’ 또한 제대로 불이 붙었다. 2월 7일 MS가 미 워싱턴 주 레이먼드에서 언론 행사를 통해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탑재한 ‘뉴 빙’을 공개한 데 이어 2월 8일 구글이 챗GPT의 대항마 격이라고 할 수 있는 ‘바드’를 선보였다. GPT-4를 탑재한 MS의 뉴 빙은 지난 2월 말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에 미리 보기 버전으로 출시된 뒤 일반에게 공개됐다. 한 달여 만에 하루 활성 사용자 수(DAU)가 1억 명을 돌파할 만큼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MS의 빙은 오픈AI의 GPT 모델에 기반하고 있지만 챗GPT와는 다르다. GPT-3.5에 기반한 챗GPT와 비교해 빙은 GPT-4를 탑재하고 있다는 점도 차이가 있지만 질문에 답변을 내놓는 스타일이나 방식 면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현재 챗GPT는 오픈AI의 웹 사이트를 접속할 수 있다. 오픈AI에 계정을 생성하기만 하면 누구나 무료료 챗GPT를 이용할 수 있다. 3월 10일 유료 버전인 ‘챗GPT 플러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사무용 메신저인 슬랙과 디스코드 등에도 연동하는 등 활용 범위를 확대해 나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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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의 빙은 현재 MS의 검색 엔진인 빙이 지원되는 모든 장치에서 사용할 수 있다. MS 빙 화면의 위쪽에 ‘채팅’을 누르고 들어가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이 밖에 MS의 화상 통화 플랫폼 스카이프와 웹 브라우저인 엣지에도 통합돼 구동되고 있다.

2021년 데이터까지만 학습이 된 챗GPT와 비교해 빙은 훨씬 최신 자료까지 답변으로 보여준다. 1시간 전까지의 데이터를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묻는 질문에 챗GPT는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답을 내놓지만 MS의 빙은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알려준다.

둘의 가장 큰 차이점은 ‘출처’의 표시다. 챗GPT는 학습한 자료들을 종합해 답을 내놓는 과정에서 그 출처를 알려주지 않는다. 이와 비교해 빙은 훨씬 더 짧고 간결한 문장으로 답변을 제시하면서 이와 함께 그 답변이 포함돼 있는 문서들의 출처를 표시해 준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여전히 오류가 많은 답변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MS의 빙이 답변의 오류를 확인하고 따져보기에는 훨씬 더 안정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챗GPT는 어떤 질문에도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답을 내놓는 반면 빙은 사용자의 질문에 보다 중립적이고 윤리적인 답변을 내놓기 위해 조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자기소개서’를 써 달라는 요청에 챗GPT는 답을 해 주지만 빙은 “자기소개서는 개인적인 글이기 때문에 스스로 작성해야 한다”는 답을 내놓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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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2월 8일 공개 시연에서 바드가 오답을 내놓는 등의 해프닝을 겪었다. 이후 여러 보완을 거쳐 3월 22일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AI 챗봇 바드의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MS에 한 발 늦었지만 본격적인 반격 태세를 갖추고 있다.

바드는 현재 미국과 영국 외의 장소에서는 사용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자세한 성능에 대해서는 공개된 바가 없다. 다만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 등에 이미 자세한 후기가 상당수 공개돼 있다. 국내에서는 VPN을 활용해 바드를 써 본 경험을 공유하는 유튜버들도 꽤 있다.
구글의 람다(LaMDA) 언어 모델에 기반을 두고 있는 바드는 답변의 수준이나 방식 등에서 챗GPT에 적용된 GPT3.5 모델과 유사한 수준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글에 따르면 현재 바드에 적용되고 있는 람다는 일종의 ‘경량 버전’인데 이후 더 똑똑한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바드는 세 AI 챗봇 중에서도 가장 조심성이 많다. 질문을 입력할 수 있는 ‘텍스트 프롬프트 필드’ 위에 “저는 창의적이고 도움이 되는 협력자인 바드입니다. 하지만 저는 한계가 있고 항상 정답을 맞히지는 않습니다. 여러분의 피드백이 저의 개선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는 환영 메시지가 띄워져 있다.

한 가지 질문에 한 가지 답변을 내놓는 챗GPT나 빙과 비교해 사용자가 질문에 대한 답을 선택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의 초안’을 제공한다는 것도 큰 차이점이다. 각 대화 버블의 왼쪽 상단에 ‘다른 초안 보기’를 뒀다. 이를 통해 사용자가 AI가 내놓는 답 외에도 스스로 답변을 비교해 보고 자신만의 콘텐츠를 생성해 나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AI와 인간의 ‘협업’에 보다 중점을 둔 방식이다. 정보 출처를 표시하고 있는 빙과 마찬가지로 바드 역시 화면의 하단부에 검색 결과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는 링크를 표시하고 있다.
MS 코파일럿 vs 구글 AI 워크스페이스, 사무실의 주인이 될 AI는?
MS의 빙, 구글의 바드와 같은 AI 챗봇이 ‘검색 시장’을 노리고 있다면 AI 경쟁의 진짜 승부는 ‘사무실’에서 결판이 날 가능성이 높다. AI 챗봇은 얼마든지 업무에 활용할 수 있다. 이미 AI 챗봇을 업무에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노하우들을 소개하는 콘텐츠가 무궁무진하게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검색’ 만으로 업무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AI가 사무용 소프트웨어에 결합돼 이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을 때 업무 생산성이 향상되는 것은 물론 업무 처리 방식이나 패턴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오픈AI에서 GPT-4를 공개한 뒤 이틀 뒤인 3월 16일 MS는 워드·엑셀·파워포인트·아웃룩 등 오피스 제품군에 GPT-4를 결합한 ‘MS 365 코파일럿’을 선보였다. 사티아 나델리 MS 최고경영자(CEO)는 코파일럿의 목적을 “우리의 시간·창의성·에너지를 앗아가는 작업에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AI를 통해 업무의 생산성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사진=M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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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365 코파일럿은 쉽게 말해 MS의 오피스 애플리케이션(앱)에 AI를 삽입한 것이다. 사용자는 워드·엑셀·파워포인트와 같은 프로그램을 평소처럼 이용하면 된다. 해당 앱 상단의 도구 모음에 ‘코파일럿’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에 이 기능은 MS의 빙과 같은 ‘챗봇’을 호출하는 기능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MS 오피스에 삽입된 코파일럿은 말하자면 사용자들의 ‘명령을 수행’할 수 있는 보조자의 역할을 하도록 설계돼 있다.

사용자들은 워드의 코파일럿 기능을 통해 문서를 ‘편집’하고 ‘초안’을 작성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셋째 단락을 좀 더 간결하게 작성해 달라”거나 “문서의 톤을 좀 더 캐주얼하게 변경해 달라”는 요구를 할 수 있다. 엑셀은 ‘추세를 분석’하거나 전문가 수준으로 ‘시각화된 데이터’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파워포인트에서는 “워드의 문서를 기반으로 5개의 슬라이드 프레젠테이션을 만들고 관련 스톡 사진을 포함해 주세요”와 같은 간단한 문장만으로 간단한 프레젠테이션을 만들 수도 있다.

아웃룩에서는 코파일럿을 통해 ‘e메일 내용을 요약’하거나 ‘답장 초안을 작성’하는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 AI에 편지함을 비워 달라는 부탁만으로 단 몇 분 내에 메일을 깨끗이 비울 수도 있다. 팀즈를 활용하는 이들이라면 코파일럿을 통해 ‘주요 논의 사항을 요약’해 달라거나 또는 어떤 참석자가 어떤 내용의 발언을 했으며 사람들이 어떤 의견에 동의하고 동의하지 않았는지를 분석하는 등의 기능도 제공된다.

‘코파일럿’이라는 하나의 번들로 AI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 MS와 비교해 구글의 접근 방식은 조금 다르다. 각 앱을 활용하는 사용자들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구글문서·구글시트 등 프로그램 전반에 걸쳐 AI 기능을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구글에 따르면 AI를 활용하는 목적으로 “워크스페이스의 사용자들이 생성형 AI를 활용해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연결되고 협업할 수 있도록 돕는 데” 더욱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로서는 MS가 오피스 AI 경쟁에서 훨씬 앞서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구글 또한 만만치 않은 후발 주자다. AI 기술과 관련해 오랫동안 가장 앞서 있던 데다가 구글문서·구글시트 등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소프트웨어도 강점이 많기 때문이다. 더욱이 MS와 구글의 오피스 AI 경쟁이 이제 막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 회사는 빠르게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갈 가능성이 높다. 누가 진정한 승자가 될지는 그 누구도 쉽게 짐작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구글은 3월 14일 구글 워크스페이스의 생성 AI 기능을 발표했지만 같은 날 오픈AI가 GPT-4를 공개하며 화제성을 챙기지 못했다. 구글은 지메일·구글문서·구글시트·구글슬라이드·구글미트 등의 소프트웨어에 AI를 결합해 질문과 대화로 콘텐츠를 만드는 기능을 선보였는데 현재로서는 MS의 코파일럿과 비교해 큰 차이점이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다.

구글문서는 AI를 활용해 브레인스토밍이나 교정·문서의 작성·재작성이 가능하고 구글슬라이드에서는 이미지·오디오·비디오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구글시트는 원시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혹은 인사이트를 발견하는 데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구글 지메일은 e메일 초안을 작성하는 것은 물론 우선 순위를 지정하는 기능도 눈에 띈다. 구글미트에서는 새로운 배경을 생성하거나 메모를 캡처하는 기능 등을 AI를 통해 활용할 수 있다.

다만 현재까지 구글 측에서 발표한 기능으로만 보면 MS와 비교해 부족한 점이 있다. MS의 코파일럿은 현재 작업 중인 문서를 지원하기 위해 다른 관련 문서·e메일·채팅·회의·연락처에서 정보를 가져올 수 있는데 구글은 이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
하지만 구글에서는 달리나 미드저니와 같은 AI 이미지 생성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구글슬라이드에서 이미지·비디오·오디오를 자동 생성하는 데 이 AI 기능이 활용된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