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 치아, 어떤 경우에 뽑지 않고 살릴 수 있나[건강]
저번 칼럼에서 어쩔 수 없이 치아를 발치해야 하는 경우를 알아봤는데 어떤 분이 그러면 빼지 않고 살릴 수 있는 경우는 없느냐고 문의해 왔다. 흔히 아프고 흔들리기만 하면 치아를 발치해야 할까.

먼저 충치가 심하거나 치아가 갈라졌어도 잇몸뼈 밑으로 진행되지 않았다면 신경 치료로 치아를 살릴 수 있다. 흔히 신경 치료는 신경을 죽인다는 표현으로 많이 설명한다. 그래서 신경 치료는 치아를 죽인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

신경 치료는 충치나 잇몸병 등 여러 이유로 인해 치아 안에 있는 신경 조직이 염증 상태에 빠져 더 이상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없을 때 하게 된다. 만일 신경 치료를 하지 않으면 치아의 신경 내에 세균이 퍼져 치아의 뿌리끝 염증이 점점 더 심해져 무지막지한 통증에 시달릴 수 있다. 결국 이 통증에서 구해 내는 것이 신경 치료다. 일부 유튜브 콘텐츠에서 신경 치료로 인해 치아가 더 망가지고 몸에 병을 만든다는 비과학적인 주장을 한다. 그걸 믿고 필요한 치료인 데도 치아가 아플 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치아를 빼게 되는 이유가 된다.

둘째, 신경 치료를 하고 나서도 통증이 계속되거나 치아 뿌리 끝에 염증이 커졌다면 발치하기보다 수술적 방법으로 치아를 살릴 수 있다. 그 방법은 치아 뿌리 끝 염증을 수술로 제거하고 치아 뿌리를 잘라내는 치근단 절제술이다. 치근단 절제술은 신경 치료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게 치아의 신경관이 막혀 있거나 기존의 보철 치료가 돼 있어 재신경 치료가 어려울 때, 치아의 염증이 커 수술적인 방법으로 제거해야 할 때 할 수 있다.

치근단 절제술은 단순히 치아 뿌리를 잘라내는 것뿐만 아니라 치아 뿌리 끝에 빈 공간이 생기지 않도록 역으로 뿌리 부분을 충치 치료를 하듯이 막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역충전이라고 한다. 치아 뿌리 끝에 염증을 제거하고 건강한 뿌리 부분이 남도록 치아 뿌리 끝을 일부 잘라내고 신경이 있던 자리 부분을 생체 적합성이 좋은 충전 물질로 막아 세균이 더 이상 활동하지 못하게 하면 성공적으로 치아의 수명을 늘릴 수 있다. 치근단 절제술은 아주 작은 치아 뿌리를 치료하므로 좀 더 잘 보이는 확대경이나 현미경을 이용해 수술하게 된다.

셋째, 잇몸 수술을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잇몸이 좋지 않으면 스케일링을 기본으로 치아의 뿌리 부분의 염증을 긁어내는 치료를 한다. 잇몸 염증을 긁어내는 치료로 치아 주위의 염증을 해결하면 치아가 다시 건강한 잇몸뼈에 고정되도록 한다. 단순히 마취하고 치아의 주위 염증을 감으로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잇몸을 열어 치아에 문제가 없는지, 잇몸의 염증이나 잇몸뼈가 날카로운 부분은 없는지 등을 고려해 염증을 제거하고 치아 표면의 단단한 치석이나 치태를 눈으로 보면서 깨끗하게 제거하고 잇몸을 다시 재위치시키는 수술이다,

예전에는 녹은 잇몸뼈 주위에 골 이식도 많이 진행했지만 최근에는 잇몸 염증를 깨끗하게 제거하고 항생제 연고나 잇몸의 재생을 돕는 연고 등을 적용해 좀 더 빠르게 잇몸 치료를 촉진하고 있다.

셋째, 치아가 잇몸 밑으로 깨지거나 갈라졌을 때 치아가 충분하게 길다면 수술로 치아의 머리 부분을 좀 더 노출시켜 신경 치료를 하고 기둥을 세워 치아 머리 부분인 크라운을 만들어 씌워 치아를 살릴 수 있다. 이때 하는 술식이 치관 확장술이라는 치료다. 치아 주위의 잇몸뼈 부분을 좀 더 다듬어 치아 보철을 만들 수 있는 환경으로 바꾸면 치아를 발치하지 않고 충분히 치아를 살려 쓸 수 있다.

이과 같이 다양하게 치아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 치아를 빼야 한다고 실망하지 말고 다양한 치료적인 조언을 얻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김현종 서울탑치과병원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