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시장 성장세 타고 지난해 연매출 1000억원 돌파…고평가 논란도

서울 시내 마트의 와인 코너 / 자료 = 한국경제신문
서울 시내 마트의 와인 코너 / 자료 = 한국경제신문
와인 수입 유통 업체 나라셀라가 업계 최초로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한다. 나라셀라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홈술 열풍과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와인 소비가 증가하면서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은 미국 물류 창고 개발과 와인 수입에 사용하고 강남구 신사동에 건립 중인 신사옥에도 투자할 예정이다. 이곳에 와인 체험과 교육 등이 가능한 와인 복합 문화 공간을 만들 계획이다.◆한국 4위 와인 수입 유통 업체
1997년 설립된 나라셀라는 신세계L&B·금양인터내셔날·아영FBC와 함께 한국 와인 유통사 중 빅4로 꼽힌다. 동아원그룹의 계열사인 나라식품이 전신이다. 동아원그룹은 와인이 수입 허가 품목에서 해제된 1996년 수입사인 대산물산을 설립해 와인 사업에 진출했다. 이듬해 미국·호주·칠레 등 신대륙을 비롯해 프랑스·이탈리아의 와인을 수입하는 나라식품을 세웠다. 이후 2004년 단하유통을 인수하고 주류 수입 및 한국 오프라인 소매 매장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한국의 와인 시장이 개화되기 이전부터 칠레의 몬테스, 미국의 케이머스·조셉펠프스·파니엔테 등 프리미엄 와인을 한국에 선보였다. 2004년 레드 와인이 심장병 발병률을 낮춰 준다고 알려지면서 한국에 와인 열풍이 불었고 2005년 연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2014년 동아원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회사는 매각 위기에 처했다. 2015년 수입 주류를 전문으로 유통 사업을 하던 마승철 오크라인 대표가 회사를 인수했다. 마 대표는 주류 유통이 물류센터에서 소매상으로 직접 배송하는 형태로 바뀔 것을 예측하고 유통 구조 혁신 작업을 시작했다. 자체 물류센터를 매각하고 와인 물류 회사인 나라로지스틱스로 물류를 통합했다. 그 결과 인수 첫해인 2016년 회사는 연매출 300억원을 돌파했다.

나라셀라는 현재 120여 개 브랜드와 1000여 종의 와인 독점 공급권을 갖고 있다. 한국 최초로 누적 판매 1000만 병을 돌파한 국민 와인 ‘몬테스 알파’를 독점 수입하고 있다. 2021년 말 기준 마트·편의점·도소매상 등 750여 개 업체와 거래하고 있다. 업종 특성상 특정 거래처에 매출이 편중되지 않고 다수의 거래처를 통해 매출이 발생한다.

2020년 매출은 592억원으로 2019년 대비 26.2% 증가했다. 2021년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와인 소비가 늘면서 전년 대비 매출이 49.4% 증가한 884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매출은 21.2% 늘어난 1071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몬테스 알파’로 대박 난 나라셀라, IPO는?[전예진의 마켓 인사이트]
◆한국 와인 소비량 1인당 1.9병…성장성 커
대형 유통 그룹사가 잇달아 와인을 전략 사업으로 육성하면서 한국의 와인 시장은 격변기를 맞았다. 대기업이 초저가 와인을 출시하는 등 주류 코너를 키우자 와인 매출은 매년 60% 가까이 증가했다. 한국이 와인 수입액은 2014년 2000억원에서 2021년 6400억원으로 연평균 17.4% 성장했다. 최근 2년간 연평균 47%의 높은 성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와인 수입액은 2020년 처음으로 맥주 수입액을 넘어서며 전체 수입 주류 1위에 올랐다. 와인이 향후 주류 시장의 성장을 이끌어 나갈 주요 주류로서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다.

현재 한국의 와인 시장은 해외 와이너리나 유통사에서 수입해 한국의 도소매 업체를 중심으로 판매되고 있다. 미국과 칠레 등 주요 해외 와이너리의 판권은 한국의 수입자가 독점 계약하고 가져온다. 한국 유통은 대형 수입사들이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다. 와인 시장이 성장하면서 2020년 390개였던 와인 수입사는 2021년 474개로 늘었다. 하지만 상위 5개사가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 나머지 업체들의 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주류업계는 와인 시장이 앞으로도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 국가 중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이 가장 높은 수준인 한국의 와인 소비량은 1인당 약 1.9병이다. 한국보다 와인을 일찍 수입하기 시작한 일본은 와인 소비량이 1인당 3.6병이다. 일본의 시장 규모는 한국 와인 시장의 10배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1인당 소비량을 비교해도 한국의 와인 소비량은 일본·중국보다 낮은 수준이다.
◆기업 가치 2000억원…4월 20일 일반 청약
나라셀라 마승철 대표 / 자료=나라셀라
나라셀라 마승철 대표 / 자료=나라셀라
나라셀라는 5월 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해 주당 공모가를 2만2000~2만6000원으로 책정했다. 상장 후 예상 시가 총액은 1417억~1674억원이다. 나라셀라는 지난해 당기순익 89억원에 주가수익률(PER) 23배를 적용해 기업 가치를 2057억원으로 평가했다. 공모가는 주당 평가가액(3만1883원)에 18.45~31.00% 할인해 산출했다. 공모가가 희망 가격 상단으로 결정된다면 나라셀라의 PER은 18.5배다. 한국 1위 음료 기업 롯데칠성보다 기업 가치를 약 두 배 높게 평가한 셈이다.

나라셀라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와 유명 와이너리 운영사를 비교 기업에 포함해 기업 가치를 산정했다. 대표적인 회사가 LVMH(모에헤네시루이비통)다.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둔 LVMH는 명품 가방뿐만 아니라 향수·화장품·손목시계·보석 등의 제품을 판매한다. 와인·코냑 등 주류 브랜드도 갖고 있다. 대표 제품으로는 모엣샹동·크룩·샤토 디켐 와인·헤네시 코냑 등이 있다.

나라셀라는 LVMH 외에도 미국 나파밸리에 와이너리를 보유한 와인 제조사 덕혼 포트폴리오(31.44배), 프랑스 와인 제조사 아드비니(30.35배), 이탈리아 와인 제조 유통사 마시 아그리콜라(34.58배) 등 PER 30배 수준의 기업들을 비교 기업으로 선정했다. 비교 기업 중 하나인 페르노리카는 제임슨 위스키, 더글렌리벳 위스키를 제조하고 로랑 페리에는 회사 이름을 딴 로랑페리에와 샴페인 드 카스텔란, 살롱 등의 제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나라셀라 측은 LVMH를 비교 기업으로 선정한 이유로 와인이 럭셔리 재화로 분류된다는 점을 들고 있다. 한국의 와인 유통 업체 중 첫 기업공개(IPO) 기업이어서 비교 기업으로 해외 상장사를 대거 포함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국의 주류 제조업체들과 달리 주요 와이너리를 관리하고 와인에 특화한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어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증권가에서는 나라셀라가 1000억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 회사 측은 이번 상장으로 최대 320억원을 조달해 디지털 온라인 판매 채널 구축과 신사옥 건립, 물류센터 구축 등에 투자한다. 수도권 주요 거점에 물류 체인을 확대해 재고 자산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영업 인력도 늘려 규모의 경제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4월 14일부터 17일까지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 예측을 진행해 공모가를 확정하고 4월 20~21일 일반 청약에 나설 계획이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