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지의 IT뷰어]
네이버웹툰의 4월 1일 만우절 이벤트로 바뀐 웹툰 썸네일 캡쳐.
네이버웹툰의 4월 1일 만우절 이벤트로 바뀐 웹툰 썸네일 캡쳐.
네이버웹툰은 매년 4월 1일 만우절이 오면 썸네일을 교체합니다. 네이버에 분사된 다음해인 2018년부터 이 이벤트를 진행했으니 올해 벌써 6년차를 맞이했네요. 이벤트 첫 해인 2018년에는 160개 작품의 썸네일을 각 웹툰 담당자들이 직접 그린 그림으로 교체했는데 당시 역대 최고 방문자수를 기록했습니다. 작년에는 웹툰 작품과 관련된 가짜 굿즈로 590여개 썸네일을 제작했죠.

올해는 어땠을까요? 2023년 만우절의 컨셉은 '만찢 AI 썸네일'이었는데요, 내가 보는 웹툰의 실사화는 어떤 모습일까라는 상상을 AI 기술을 통해 구현했다고 합니다. 독자들은 2D로 만들어진 웹툰 주인공들을 AI로 만든 3D 이미지로 볼 수 있었습니다.

네이버웹툰의 만우절 이벤트가 6년이나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그간 독자들의 반응이 좋았기 때문이었겠죠?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달랐습니다. 바뀐 썸네일 이미지에 대해 독자들은 “비슷비슷한 그림체 때문에 웹툰이 다 똑같아 보인다”, “불쾌한 골짜기같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벤트의 반응이 시들시들한 건 단순히 화풍 때문이 아닙니다. AI의 등장으로 최근 일러스트 업계가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런 상황에 “왜 하필 AI 썸네일이야?”라는 반응이 나올 수 밖에 없었죠.

명령어와 밑그림을 입력하면 작품을 생성해주는 AI프로그램의 출시로 일러스트 업계가 긴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노벨AI가 신호탄을 쐈는데요, 10~30초 만에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넘어 공포감이 생겨났죠. 이와 비슷한 미드저니, 달리 등도 연달아 출시됐습니다.

그간 인간들에겐 창작 영역 만큼은 AI나 로봇에 절대로 밀리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이 있었죠. 그런데 이러한 자신감이 조금씩 깨어지고 있습니다. AI가 그린 그림은 초창기만 해도 어색한 화풍, 사진과 그림의 중간 형태로 사람의 작품과 비교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완전히 달려졌습니다.

당연히 일러스트업계는 이에 부정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AI 작품 생성 프로그램이 학습하는 것이 기존 작가들의 화풍이라는 점에서 ‘표절 논란’도 안고 있죠. 일자리 침해와 표절 가능성까지. 이러저러한 논란이 많은 상황인데 하필이면 AI 썸네일을 택했다는게 네이버웹툰의 실수 아닌 실수라는 거죠.

웹툰업계는 과도한 노동 시간, 불법 사이트로 인한 저작권 문제 등 눈 앞에 산적한 고민을 안고 있습니다. 여기에 AI 플랫폼의 등장으로 일자리까지 위협받는 상황에 처하게 됐죠.

이런 점에서 ‘K-웹툰’을 글로벌 콘텐츠로 키워낸 네이버가 AI의 웹툰 영역 도입에 적극적이라는 것은 참 아이러니합니다. 지난 2021년 네이버는 '웹툰 AI 페인터'를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창작자가 원하는 곳에 색을 터치하면 AI가 필요한 영역을 구현해 자동으로 색을 입혀주는 서비스입니다. 작가들의 일손이 덜어질 것이란 긍정적 전망도 있었지만, 어시스턴트의 자리가 줄어듬과 동시에 결국엔 웹툰 작가라는 직업이 AI로 대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죠.

네이버 입장에서는 AI에 사활을 걸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빠른 속도로 생성AI가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죠. 자칫하면 오픈AI를 비롯한 글로벌 업체에게 영원히 주도권을 뺏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실험이 왜 하필이면 웹툰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