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조원' 달성 앞둔 디올, 국내 기부금은 '1620만원'
4월은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의 감사보고서가 공개되는 달입니다. 지난해 한국에서 얼마나 벌었는지, 수익률은 전년 대비 얼마나 개선됐는지 등 다양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죠.얼마 전, 첫 실적이 공개됐습니다. 한국에서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을 운영하는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가 감사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디올의 지난해 매출은 9305억원, 영업이익은 3238억원을 기록했는데요. 1조원에 가까운 매출에다가, 영업이익률은 34.8%에 달합니다.
영업이익률이 34.8%라는 건, 한마디로 '장사의 신'이라는 겁니다. 스마트폰도 팔고, 가전제품도 팔고,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절대강자인 삼성전자조차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14.4%입니다. 산업군은 다르지만, 임직원 12만1404명을 거느린 한국의 1위 기업도 디올 같은 영업이익률은 못 냅니다.
디올은 전년 대비 실적도 크게 늘었습니다. 디올의 2021년 매출은 6139억원, 영업이익은 2115억원이었습니다. 1년 만에 매출은 51.6%, 영업이익은 53.1% 급증했습니다. 광고선전비, 판매촉진비, 매장운영비 등 사업을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은 모두 늘었습니다. 한국 시장에 공들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죠.
그런데 정작 기부금은 얼마나 냈는지 아세요? 1620만원입니다. 제가 숫자를 잘못 읽은 줄 알고, 소리 내면서 한 번 더 읽었습니다.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천만…." 그런데, 맞더라고요. 디올이 지난해 국내 생태계 발전을 위해 기부금 형태로 지출한 금액은 1620만원이네요.
2021년에는 딱 1000만원만 냈는데, 지난해 620만원 더 냈으니 그래도 늘긴 했습니다.
한국에는 세계적인 명품기업이 없으니까, 국내 패션기업과 한번 비교해보죠.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계열사인 한섬이 지난해 낸 기부금은 67억원입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16억3410만원을 기부금으로 냈고요. 심지어 불매운동의 핵심 타깃이었던 유니클로(에프알엘코리아)조차 약 19억원(2021년 9월~2022년 8월)의 기부금을 내고 있습니다.
기부금은 강제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얼마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면 얼마 정도의 기부금을 내야 한다는 게 법으로 정해진 게 아니니까요. 회사가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부분이지만, 보통 국내 기업들의 경우 소외계층을 돕고, 문화예술 분야를 후원하고,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돈을 버니 한국에 다시 일정 금액을 투자하는 거죠.
디올의 모회사인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얼마 전,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한국 시장 매출이 늘면서 전 세계 명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커졌거든요. 그래서 회장까지 직접 방한하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기 시작한 겁니다. 회장이 직접 온 것이니, 한국을 얼마나 중요하게 보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거죠.
보통은 국내 기업들이 해외 기업보다 더 많은 기부금을 냅니다. 글로벌 기업들은 기부금에 인색한 편이거든요. 그래도 디올은 한국에 애정을 쏟고 있으니,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선한 영향력을 나누는 디올을 기대해봐도 되겠죠.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