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라이트 및 요약본 영상을 소비하는 젊은 층이 늘어났다. 하이라이트 영상은 말 그대로 드라마나 영화처럼 긴 호흡의 콘텐츠를 가장 흥미 있는 부분만 잘라 짧게 재가공한 영상을 뜻한다. 젊은 층 사이에서는 주로 ‘짤’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린다. 지난 3월 말일에 개봉한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의 하이라이트 영상은 최다 조회수 586만 회를 기록했다. 한 회에 1시간짜리 드라마에서 중요한 장면들만 이어 붙여 약 10분 내외로 만든 요약본 영상도 큰 인기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을 애니메이션으로 재가공해 3분으로 요약한 영상은 조회수 1억1000만회를 기록했으며, SBS 드라마 '모범택시' 요약본 인기 영상의 조회수는 무려 1416만 회에 달한다.
콘텐츠가 홍수처럼 넘쳐나는 시대.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수많은 영상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생겨났다. 주로 영상을 소비만 하던 과거와 달리 현재 MZ세대는 영상을 소비할 뿐만 아니라 직접 만들어내고 배포하는 생산자 역할도 한다. 거기에 OTT, SNS 등 영상을 접할 수 있는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콘텐츠 양은 방대해졌다.
마음만 먹으면 드라마나 영화, 예능까지 바로 꺼내 볼 수 있는 환경은 사람들이 긴 영상에 쉽게 피로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이들이 점점 짧고 재밌는 콘텐츠를 선호하게 된 배경이다.
젊은 층의 콘텐츠를 짧은 시간 내 쉽게 소비하고 싶어 하는 성향, 그리고 인기 콘텐츠를 소재로 한 또래 친구와의 대화에 소외되고 싶지 않은 욕구가 만나 요약본 수요가 많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또 MZ세대의 짠테크(짜다+재테크) 트렌드도 영향을 미쳤다. 고물가,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고정 지출을 줄이고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구독 해지율이 함께 증가했다. 월 1만 원이 넘는 OTT 구독 서비스는 고정지출을 줄일 수 있는 쉬운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OTT 구독 서비스를 해지 후 각종 SNS를 통해 하이라이트, 혹은 요약본 영상으로 원하는 콘텐츠를 쉽고 빠르게 확인한다.
실제 핵심 사용자층인 2030세대의 이탈로 OTT 시장의 성장세는 둔화하고 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주요 부가통신사업자 별 일평균 이용자 수 및 트래픽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넷플릭스 국내 일평균 이용자 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30.5% 감소한 117만 명을 기록했다. 티빙은 지난해 목표였던 유료 가입자 수 400만 명을 달성하지 못했으며, 웨이브는 현재 가입자 수 401만 명으로 2023년 목표인 500만 명에서 100만 명이 부족한 상황이다. 또 구독자 확보를 위해 콘텐츠에 큰 비용을 투자했지만, 지난 1월 기준 각각 1191억 원, 121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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