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더비 경매서 운동화 기준 최고가 경신…1998년 NBA 결승전서 착용

마이클 조던. (사진=연합뉴스·AP)
마이클 조던. (사진=연합뉴스·AP)
미국의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지금의 자리에 오른 것은 스포츠 스타들의 마케팅 영향이 큽니다. 각 분야의 최정상급 선수들과 함께 새로운 라인을 론칭하고, 여기에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이야기를 담습니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나이키의 '스토리텔링 마케팅'이죠.

나이키의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말할 때 빠질 수 없는 선수가 있습니다. 농구 황제로 불린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 마이클 조던이죠. 조던은 1984년 NBA에 데뷔했는데, 나이키와의 첫 계약도 1984년입니다. 이제 막 데뷔한 신인 선수와 계약을 한 것도 놀라운데, 비교적 큰 금액인 25만달러의 계약금을 준 것도 화제가 됐습니다. 이 선수가 얼마나 성장할지, 어느 정도로 인기를 얻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큰 금액을 투자하자 업계도 놀랄 정도였죠.

왜냐면, 나이키는 절박했거든요. 1970~1980년대에는 운동화를 만드는 모든 회사들의 주력 상품이 농구화였습니다. 나이키 역시 농구화를 팔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들이 만든 농구화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경쟁사인 컨버스와 아디다스가 농구화 시장을 장악하면서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힘들었죠. 상황을 반전시킬 무기가 필요했는데, 그때 조던이 나타난 거죠.

조던의 영향은 대단했습니다. 데뷔 첫해부터 좋은 기량을 선보이면서 관중들의 관심을 받았고, 이 관심은 그가 착용한 농구화로도 이어졌습니다. 나이키의 연매출은 기존 8억달러에서 40억달러로 크게 뛰었습니다. 말 그대로 '대박'이 난 거죠.

조던의 스타성이 증명되자 나이키는 1985년 그의 이름을 딴 '에어 조던' 농구화를 만듭니다. 현재도 나이키 매출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에어 조던 시리즈가 이때 처음 나온 것입니다. 에어 조던은 출시 첫해 1억26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나이키는 단숨에 농구화 시장 1위로 올라서게 됩니다.

이게 바로 지금의 나이키를 만든 '스토리텔링 마케팅'입니다. 제품에 특정 선수의 이야기를 담는 거죠. 마이클 조던이 직접 신고 경기를 뛰었다는 자체가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기 충분한 겁니다. 조던으로 재미를 본 나이키는 이후에 다양한 스타들과 신규 라인을 론칭하기도 했죠.

그런데 얼마 전, 에어 조던이 경매가 220만달러(29억원)에 낙찰됐다고 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조던이 1998년 NBA 결승전에서 신은 에어조던 XIII 모델이 소더비 경매에 나왔는데, 운동화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액을 경신했습니다. 조던은 이 농구화를 결승 2차전 후반에 신었고, 경기가 끝나자 사인을 해서 볼보이에게 선물했습니다.

조던이 직접 착용한 에어 조던의 가치는 어마어마합니다. 2021년에도 조던의 농구화가 소더비 경매에 나왔는데, 147만2000달러(약 19억원)에 팔렸습니다. 스포츠 브랜드 1위가 된 지금의 나이키를 만들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죠. 마이클 조던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이키도 없었을 테니까요.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