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거리 확장 나선 신생 항공사…기존 항공사보다 넓은 이코노미 좌석으로 만족감 높여
[비즈니스 포커스] 정부는 2019년 항공 산업 강화를 위해 총 4곳의 신규 항공사에 항공 운송 사업 면허를 발급했다. 이들은 저마다 포부를 안고 의욕적으로 항공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키려고 했다. 하지만 무언가를 해 보기도 전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큰 암초를 만났다.지난해가 돼서야 엔데믹(주기적 유행) 전환으로 항공 여객 수요가 증가하면서 신생 항공사들은 다시 날아오를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는 곳이 있다. 자칭 ‘하이브리드 항공사’ 에어프레미아다.
엔데믹 전환 이후 여객 수요는 급격히 늘었지만 모자란 공급으로 인해 항공료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20~25% 올랐다. 이러한 상황에서 에어프레미아는 다소 저렴한 가격과 기존 이코노미보다 넓은 좌석을 공급하면서 시장에 빠른 속도로 안착하고 있다.
뉴욕 노선 셋째 취항한 한국 항공사
에어프레미아가 내세운 것은 ‘합리성’이다. 사명인 ‘프레미아’는 다수에게 합리적으로 제공하는 프리미엄 서비스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대형 항공사보다 합리적인 가격, 저비용 항공사가 가지 못하는 중·장거리 노선을 공략하며 시장에 진출했다.
에어프레미아는 4월 1일 보잉 787-9 드림라이너 4호기를 도입했다. 4월 말에는 5호기를 도입할 예정이다. 또 2024년까지 동일 기종으로 3대의 항공기를 추가 도입한다.
보잉 787-9 드림라이너는 한 번에 1만5500km를 운항할 수 있는 중·장거리 기종이다. 에어프레미아의 드림라이너 도입은 신생 항공사로서는 꽤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장거리 노선에 신생 항공사가 도전하는 일은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에어프레미아는 지난해 10월 로스앤젤레스(LA) 취항으로 미주 노선 운항을 시작한데 이어 올해 5월 뉴욕, 6월 프랑크푸르트 노선을 선보이며 미주·유럽 장거리 노선 운항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미주 노선에서 에어프레미아의 취항은 항공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말 에어프레미아는 국적기로는 31년 만에 LA 노선에 신규 취항했고 오는 5월 뉴욕에도 취항한다. 뉴욕 노선에서 에어프레미아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에 이어 셋째로 취항하는 항공사가 됐다.
기존의 국적 항공사들은 뉴욕 JFK공항에 취항하지만 에어프레미아는 뉴욕 뉴어크 리버티 공항에 운항한다.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는 “뉴어크 리버티 공항은 뉴욕 도심과의 접근성이 좋다”며 “한국 교민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는 뉴저지 지역에서는 뉴어크 리버티 공항이 JFK공항과 가까워 뉴저지 교민과 관광객들에게 또 하나의 선택지가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에어프레미아의 서비스는 순항하고 있다.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는 “국제선 노선별 평균 탑승률이 9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에어프레미아가 소비자들에게 호평을 받은 것은 좌석이다. 에어프레미아는 ‘이코노미’와 ‘프리미엄 이코노미’ 등 두 가지 형태로 좌석을 운영한다. 이코노미 클래스는 35인치,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는 42인치인데 이는 기존 저비용 항공사(LCC)의 좌석이 29~31인치, 대형 항공사(FSC)의 이코노미 좌석이 31~32인치인 것에 비해 넓다. 비좁은 좌석에 다리를 완전히 펴기도 어려웠던 탑승객들이 좋은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가격 역시 합리적이라는 평가다. 이코노미는 국적사 대비 80~90%, 프리미엄 이코노미는 국적사 비즈니스석의 절반 수준으로 제공한다. 이에 따라 ‘가심비’를 만족시키는 항공사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렇게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신생 항공사의 자금 사정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 기존 항공사들이 최대한 많은 좌석을 활용해 승객을 실어 나르는 것은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사정에 비춰볼 때 좌석 간격을 늘린 에어프리미아의 운영 방식은 다소 특이하게 느껴진다.
에어프레미아는 2022년부터 한국 투자 기관과 LA 교민 등에게 투자를 유치해 안정적 재무 구조를 확보했다. 운영 방식 역시 최대한 비용 감축을 추구했다.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는 “운항 기종을 연료 효율성이 높은 보잉 787-9 드림라이너로 단일화해 연료비는 물론 기장과 승무원 훈련, 항공기 정비에 드는 비용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좌석 등급을 두 가지만 운영하는 것도 등급별 서비스를 다양화하는 데 따르는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매각 절차는 현재 진행 중”
최근 한국의 국제선 항공 시장 확대는 LCC가 운항하는 단거리 노선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5시간 이상의 중·장거리 노선은 소형 항공기를 중심으로 보유하고 있는 LCC들이 발을 들여 놓기 어려워서다.
여기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과정에서 대한항공이 영국 당국으로부터 합병을 승인받기 위해 영국 히드로 공항에 슬롯을 반납하기로 했다. 슬롯은 항공사가 원하는 시간대에 공항에 취항할 수 있는 권리다. 대한항공이 합병을 세계 각국에 승인받는 과정에서 슬롯을 반납했다는 의미는 장기적으로 한국 항공사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결국 지금은 유일하게 중·장거리 노선 취항에 힘 쓰고 있는 게 에어프레미아인데 이 전략이 얼마만큼 성공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엔데믹에 들어서면서 전 세계 항공업계의 공급 부족이 지속되고 있다.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기간 동안 공항과 항공사가 인력을 줄였고 공항의 인프라 역시 부족해졌다. 항공 취항 스케줄도 정상화되지 않았다. 이처럼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장거리 노선의 수요를 에어프레미아가 얼마만큼 흡수할 수 있을지가 향후 이 항공사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생 항공사로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주주 교체는 에어프레미아의 약점이다. 2017년 설립된 에어프레미아는 그간 네 번의 경영권 변동을 거쳤다.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부사장 출신 이응진 이사와 항공업계 전문가 김종철 대표 주축으로 설립된 이후 2018년 장덕수 DS자산운용 회장, 홍성범 휴젤 창업자, 패스트인베스트먼트와 공동 경영 체제를 확립했다. 2021년 3월엔 JC파트너스가 약 650억원을 투자해 에어프레미아 경영권을 인수했다.
지난해 JC파트너스는 에어프레미아 경영권 매각을 추진했고 우선 협상 대상자를 지정해 매각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만약 매각이 완료되면 에어프레미아의 대주주는 회사 설립 이후 1년에 1번씩 바뀌게 된다. 에어프레미아 측은 “매각 절차와 관련해 현시점에서 구체적인 진행 사안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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