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내내 이어진다”…한국인의 식지 않는 커피 사랑
[비즈니스 포커스-커피 특집] 코엑스와 한국커피연합회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4월 5~8일 개최한 ‘2023 서울커피엑스포’. 커피 산업과 관련한 최신 트렌드를 전달해 주는 이 행사를 통해 커피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개막 첫날부터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연일 전시관은 북적였다. 주최 측이 집계한 방문객 결과도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다시 코로나19 사태가 기승을 부리는 악조건 속에서도 무려 4만여 명에 달하는 인파가 행사장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주요 외신도 주목할 정도다. 최근에는 AFP가 한국의들의 ‘커피 사랑’을 조명했다.
이 매체는 “한국인들은 한겨울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신다”며 ‘얼죽아(Eoljukah)’라는 단어까지 소개했다. 얼죽아는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보도처럼 한국인들의 커피 사랑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이어진다. 봄·여름·가을·겨울 할 것 없이 출근길이든, 퇴근길이든 늘 손에 커피를 쥔 채 이동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한국은 이미 세계 최대 규모의 커피 시장이다. 2018년 ‘세계 3대 커피 소비국’으로까지 올라섰다. 당시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인 유로모니터가 조사한 것에 따르면 한국 커피 전문점 시장 규모(주요 업체들의 매출액 기준)는 약 43억 달러였다.
한국보다 커피를 많이 소비하는 나라는 미국(261억 달러)과 중국(51억 달러)뿐이었다. 특히 두 국가와 비교해 한국의 인구 규모가 훨씬 적다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인들이 커피를 얼마나 많이 마시는지 가늠할 수 있다.
현재 시장 규모는 더욱 커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유로모니터는 한국의 커피 시장과 관련한 통계를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한국의 커피 수입을 통해 이를 추측해 볼 수 있다. 유로모니터가 한국의 커피 시장 규모를 집계했던 2018년 당시 한국의 커피 수입은 6억3700만 달러였다.
지난해에는 커피 수입이 13억500만 달러가 됐다. 5년 사이 수입액이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콜라보다 더 많이 팔리는 커피한국인들이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서 가장 많이 구매하는 음료도 커피다. 콜라나 사이다 등 탄산음료보다 더 많이 팔린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집계한 ‘음료류 품목별 국내 판매액(2021년 기준)’ 추이를 살펴보자. 전체 음료 시장은 약 9조5800억원 규모인데 이 가운데 커피류가 차지하는 비율은 32.52%다. 탄산음료(23.96%)를 크게 앞지른다. 커피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커피 시장이 계속 팽창하는 가장 큰 이유는 커피를 마시는 행위가 단순히 기호 식품을 섭취하는 것을 넘어 하나의 일상이 된 점을 꼽는다. 친구를 만나거나 일할 때도 습관처럼 커피를 음용하는 이들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기업 문화가 커피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해외 기업들과 비교해 회의도 잦고 업무 집중도를 요구하는 한국 기업들의 문화가 ‘현대인의 포션’이라고 불리는 커피 섭취량을 증가시켰다는 분석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커피의 주성분인 카페인은 피로 해소와 집중력을 높여 주는 효과가 있다. 물론 많이 마시게 되면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해외 국가들에 비해 커피를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것도 커피 시장에 계속해 커지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 오면 가장 놀라는 것 중 하나가 커피숍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주요 상권이 아니더라도 외진 골목이나 주택가 등지에서도 커피숍 하나 정도는 쉽게 찾을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런 환경 때문에 한국의 커피류 수입량이 매년마다 급증해 사상 최대치를 새롭게 경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계속 급증하는 커피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커피업계도 매년 새로운 전략을 앞세워 고객들을 그러모으고 있다.
올해 커피업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어떻게 하면 ‘더 깐깐해진 고객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커피 수입액이 늘면 늘수록 커피 관련 니즈가 다양해지고 있고 맛의 기준도 높아져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이색 협업으로 기준이 높아진 소비자들을 공략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롯데GRS와 SPC가 대표 격이다.
커피 프랜차이즈 엔제리너스를 운영하는 롯데GRS는 내놓은 유명 베이커리와 협업한 이색 매장을 연이어 선보이며 매출이 크게 늘었다. 이를 통해 다시 소비자들 사이에서 ‘핫 플레이스로’ 입소문 나는 등 브랜드 이미지도 개선했다.
SPC가 운영하는 던킨도 협업을 앞세워 신제품을 출시했다. 유명 커피 맛집인 ‘커피 리브레’와 손잡은 것이다. 줄을 서야만 마실 수 있던 커피 리브레의 커피를 도심 곳곳에 있는 던킨 매장에서 선보이며 소비자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한편으로는 고물가 시대를 맞아 상대적으로 저렴한 ‘즉석 음료(RTD : Ready TO Drink) 커피’도 더욱 각광받고 있다. 특히 가격은 저렴하지만 뛰어난 맛을 앞세운 ‘가성비’ 제품들이 소비자들에게 인기다. 빙그레는 고급 원두인 스페셜티를 활용한 ‘아카페라’를 앞세워, hy는 ‘콜드부르’ 제품을 내놓고 이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빙그레는 지난해 커피 매출(아카페라 브랜드 기준) 400억원을, hy는(전체 제품 기준) 14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그런가 하면 믹스커피 시장의 최강자 동서식품은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홈 커피족’을 공략하기 위해 캡슐 커피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상태다.
매일유업은 카페라떼와 잘 어울리는 오트(귀리) 음료 브랜드 ‘어메이징 오트’를 여러 커피숍들에 공급하며 커피 맛와 함께 건강까지 챙기려는 소비자들을 겨냥하고 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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