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국가 모두 유가 증권으로 간주하고 컨소시엄 형태로 이뤄져…장외 거래가 핵심 될 것
토큰 증권은 블록체인 산업이 발생하면서 새롭게 떠오른 자본 조달 방식이다. 증권을 블록체인 네트워크상에서 거래할 수 있는 토큰화한 것을 의미한다. 미국과 일본 등 다양한 나라에서 토큰 증권 시장이 먼저 열렸고 증권사나 기업이 토큰 증권으로 자본을 조달 받은 사례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한국도 2월 5일 금융위원회(금융위)가 토큰 증권 발행 및 유통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토큰 증권 시장 진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금융위가 현행 법에 대한 개정안을 제시한 것은 정부 차원에서 토큰 증권을 공식적으로 수용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한국 토큰 증권 발행 및 유통 구조한국에서는 토큰 증권을 ‘분산 원장 기술(Distributed Ledger Technology)을 활용해 자본시장법상 증권을 디지털화한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분산 원장 기술은 일반적인 블록체인의 특성과 함께 규제안에 포함하기 위한 추가 요건이 요구되는데 대표적으로 운영 주체(노드)의 51% 이상이 다른 금융회사, 전자 등록 기관, 발행 주체와 특수 관계인에 해당하지 않는 계좌 관리 기관으로 구성돼야 한다는 점(4항)이 있다.
즉, 한국 증권 시장에서 토큰 증권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운영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퍼블릭(public) 블록체인이 아닌 일부 승인된 주체들만 참여할 수 있는 컨소시엄(consortium) 혹은 프라이빗(private) 블록체인을 사용할 것으로 여겨진다. 객관적으로 한국의 토큰 증권 시장은 기술적·제도적으로 많은 한계가 존재하며 혹여 범죄가 발생하면 책임 소재도 명명백백하지 않아 안정된 체제 위에서 시작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금융위가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토큰 증권을 음식과 그릇에 비유해 발행 형태(그릇)만 바뀌었을 뿐이지 그 안에 담긴 본질(음식)은 변함없는 증권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토큰 증권 역시 전자증권법 제도상 발행되는 전자증권의 하나의 형태로서 기본적으로 기존 증권 발행 및 유통 시장 구조를 따를 것이라고 암시했다.장외 시장이 유통의 핵심 될 것 토큰 증권은 기본적으로 기존 증권의 발행 체계를 따르고 있지만 ‘발행인 계좌 관리 기관’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발행인 계좌 관리 기관은 증권을 발행한 주체가 계좌 관리 기관의 역할까지 동시에 수행하는 발행인을 의미한다.
즉, 기존 전자 증권과 달리 발행인 계좌 관리 기관은 자기 자신이 발행한 증권을 중개인을 거치지 않고 직접 예탁결제원에 전자 등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존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계좌 관리 기관이라는 중개인을 거치며 다양한 수수료를 지불해야 했던 비효율적인 구조가 블록체인을 활용한 토큰 증권 발행으로 일정 부분 해결될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은 혁신은 여러 노드들이 참여해 기록을 검증하기 때문에 사후 조작 및 변경을 방지할 수 있는 블록체인의 특성으로 인해 발현될 수 있었고 정부 측에서 블록체인을 하나의 법상 공부(公簿)의 기재 방식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토큰 증권 유통 시장의 핵심은 비정형적 증권(비금전신탁 수익증권·투자계약증권)을 활발하게 거래할 수 있는 장내·외 시장 신설이다. 장내 시장에서는 기존 한국거래소(KRX) 내에 디지털 증권 거래 시장을 신설할 것으로 보이고 장외 시장에서는 장외 거래 중개업자를 신설하며 일반 소액 투자자 대상의 다자 간 상대 매매 중개 업무를 허용하려는 계획을 발표했다.
토큰 증권의 특성상 정형적이고 높은 허들을 가진 장내 시장보다 장외 시장에서의 활발한 거래가 토큰 증권 사업의 핵심으로 보인다.
특히 금융위는 장외 거래 중개업자가 되기 위한 인가 요건을 증권 유형에 따라 구분하고 매출 공시 면제 및 시장 감시 비적용 등 신규 사업자의 소액 투자를 장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장외 시장에서의 토큰 증권 활성화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만약 비상장 시장 내 토큰 증권의 거래가 완만히 정착하고 성장한다면 기존 증권사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테크핀 기업들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현재 예정돼 있는 투자 한도를 넘어 토큰 증권의 장외 시장 규모가 커져 가는 모습을 기대할 수 있다.일본, 토큰 증권 유통 블록체인 플랫폼 통해야한국보다 먼저 토큰 증권 시장이 열린 일본 역시 토큰 증권을 유가증권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기존의 증권과 동일하게 금융상품법(이하 금상법)에 의해 일본 금융청의 관리 감독을 받는다. 발행자가 유가증권 등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토큰 증권을 발행하면 이를 증권사와 은행 등 인수자를 통해 투자받게 된다는 본래 유가증권의 발행 구조를 기본적으로 따르고 있다. 하지만 분산 원장 기술을 사용함으로써 기존 유가증권의 발행 체계와 구분되는 확연한 차이점이 있다. 사채원부(社債原簿)의 관리를 증권 보관 이체 기구가 아닌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담당한다는 점이다.
사채원부는 사채와 사채권자에 관한 사항을 기재한 회사의 장부를 의미한다. 현재 일본에서는 금상법에 따라 기업이 일반채와 단기 사채 등 채권을 발행하면 해당 채권의 사채원부를 증권 보관 이체 기구에 전자 등록 및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토큰 증권은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사채원부를 관리하기 때문에 발행자는 투자자에 대한 정보를 해당 블록체인 플랫폼을 통해 접근할 수 있다.
현 금상법상 토큰 증권의 권리 이전은 블록체인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일본 내 토큰 증권 생태계에서 블록체인 플랫폼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엄격한 금융 규제하에서 이뤄져야 하는 증권 거래의 특성상 블록체인 노드의 스크리닝을 위해 대부분의 블록체인 플랫폼이 컨소시엄 형태를 사용하고 있고 발행체, 사채원부 관리자, 금상업자, 중개업자, 수탁인이 노드로 참여하고 있다. <표3>은 일본의 토큰 증권 유통 시장 구조를 나타낸 모식도다. 분산 원장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자산을 유동화 할 수 있는 토큰 증권의 특성상 새롭게 유동화 된 자산들을 원활하게 2차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성공적인 토큰 증권 규제 정비의 핵심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토큰 증권의 발행 및 투자자 관리를 담당하는 블록체인 플랫폼 측에서는 구조상 증권 약정을 담당할 수 없기 때문에 플랫폼 외부의 새로운 유통 시장을 개설하는 것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토큰 증권 현황과 과제이렇게 한국과 일본의 토큰 증권 발행 및 유통 체계에 대해 알아봤다. 관련 법률과 시장 정비안을 살펴보면 두 국가 모두 동일한 방향성을 가진 내용도 있는 한편 차이점 역시 존재한다.
우선 공통점으로는 각 국가가 기존에 유가증권을 다루는 법률(한국 자본시장법, 일본 금융상품법)을 토큰 증권에 적용했다는 점이다.
토큰 증권은 그 발행 형태만 블록체인으로 변화된 것이지 그 본질은 증권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 밖에 두 국가 모두 토큰 증권 발행 플랫폼으로 컨소시엄 형태의 블록체인을 사용한다는 점, 장내·외 유통 시장을 신설한다는 점 등에서 공통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토큰 증권이라는 새로운 금융 시장은 증권사·은행·상장기업 등 기존 금융 시장 플레이어들의 사업 다변화와 테크핀 기업, 스타트업 등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등장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시장에서 선두에 자리 잡기 위한 경쟁은 가이드라인이 발표되기 이전부터 시작됐고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이후에는 가속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토큰 증권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예상되는 증권사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러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과의 업무협약, 자체적인 증권 토큰 유통 플랫폼 개발, 컨소시엄 블록체인 노드 선점, 다양한 자산과 지식재산권(IP) 보유 등이 핵심으로 보인다.
김동혁 디스프레드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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