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 둔화 확인에도 남아있는 긴축 기대, 4월 금통위 동결, 국내 통화 정책 기대 전환점
[머니 인사이트]혼돈의 1분기가 종료되고 4월이 시작됐지만 투자자들의 고민은 여전하다. 고금리 스트레스로 인한 금융 불안의 잔재는 남아 있지만 아직은 높은 물가와 양호한 경기 여건을 보면 현 금리 수준은 싸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금융 시스템 리스크가 불거져 1분기 내에 금리 인하가 확정적이지 않다면 당장 2분기 미국채 10년 금리는 3.2%를 깨지 않을 것이다. 이후 경기 둔화를 반영해 연말까지 3.0%를 향해 가며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 또한 유지한다.물가와 펀더멘털 상황은 금리에 부담 요인 실리콘밸리은행(SVB) 사건 이후 정책 당국의 빠른 대응으로 금융 시장은 안정 흐름을 찾고 있지만 4월 들어 확인된 미국 중심의 경기 지표는 예상한 것보다 둔화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기업 활동 관련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가 산출하는 ISM 지수는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까지 둔화 압력이 높아지면서 ‘무착륙(no landing)’ 기대가 과도했다는 것을 확인해 줬다. ISM 지수 내 세부 사항을 보면 제조와 서비스업 배송 지연이 대부분 해소되고 재고 증가가 빠르게 늘면서 신규 수주 부진으로 이어졌다. 누적된 거시 경제 비용은 상반기 내내 기업 활동 위축을 견인할 것이고 주춤했던 기업 활동 물가 또한 큰 폭으로 하락했다.
3월 미국 고용 지표 결과는 대부분 예상에 부합한 가운데 실업률이 예상을 밑돈 결과만 가지고 미국채 10년 금리를 3.4% 부근으로 8bp(1bp=0.01%포인트)나 끌어올렸다. 하지만 미국 경제 균열이 기업 활동에서 누적되고 있어 고용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실제 기업들이 사람을 구하는 구인률의 하락과 감원의 증가는 실업 급여 청구가 늘어나는 데 영향을 줬다.
임금은 레저와 서비스 같은 저임금 중심으로 늘고 테크와 금융 같은 고소득자들의 감원 부담으로 상승 탄력이 낮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경제 활동 참여율 증가는 저소득 노동자 공급 증대와 연관되고 임금 서베이나 자발적 실업자 감소는 향후 임금 상승 탄력이 줄어갈 것을 시사하고 있다.
기업 활동 둔화를 좇아 타이트한 고용 여건이 느슨해지고 임금 상승 탄력이 줄면 소비 둔화와 함께 물가 안정 기대도 높아질 것이다. 연방 금리 추가 인상을 강하게 주장해 온 래리 서머스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재정 지출에 따른 물가 부담이 높았던 것을 지적하면서 연말로 갈수록 재정 압력에 따른 물가 부담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과잉 저축으로 인한 소비 여력이 높은 근원 물가를 지지했지만 그 힘이 점차 빠질 것이라는 부분과 같은 내용으로 볼 수 있다.
미국 소비와 관련해 1월 급증했던 카드 매출액은 3월 들어 지방 정부 소득세 감면 같은 일시적 재정 효과 소진으로 빠른 속도로 둔화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3월 소매 판매 역시 1~2월 선방했던 수준을 크게 밑돌 것으로 보인다.
상업용 부동산(CMBS) 관련 잠재적 위험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미국 경제에 대한 과도한 자신감 자체는 줄어들 정도의 둔화 기조가 확인되고 있다. 여기에 5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제한한 ‘반이민법’ 폐지가 예정돼 있어 멕시코 국경에 막혀 들어오지 못한 170만 명의 값싼 노동력이 유입될 수 있다. 8월에는 학자금 대출 상환 유예도 종료될 예정인 점도 소비에 부담 요인이다.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깜짝 감산을 결정하면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값이 80달러대로 올라섰음에도 전반적인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 측면에서 우려는 통제되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금융 불안으로 미국 중앙은행(Fed)이 완화 기조 전환으로 서두를 정도는 아니지만 현 경기 둔화 여건만 인정해도 통화 정책 기대의 전환점이 머지않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실제 은행들의 긴축적 대출 태도만 봐도 Fed가 현 수준에서 추가적인 긴축을 단행할 상황인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높은 금리가 유발한 금융 스트레스를 확인한 상황에서 5월 5.25%로 25bp 인상 정도를 단행하면 이번 미국의 긴축은 마무리되고 연말 정도 인하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용이 그나마 선방하면서 미국채 10년이 3.4%까지 오른 것은 5월 인상 기대를 적절히 반영한 수준으로 2년은 4% 내외 정도 등락이 맞다. 당장 3분기 인하가 아니라면 미국채 10년 3.2% 아래는 과도한 측면이 있지만 하반기 경기 둔화 여건을 감안해 내년 정책 기대를 높이면 하반기에는 3.0% 정도까지 가능하다. 경기 둔화 확인, 금리 하단 낮아질 것국내 채권 시장의 자체 요인을 찾자면 수급 재료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대외 재료에 의해 움직였다. 국내 기준금리 3.75% 콜 또한 일부 물가 부담을 인정하더라도 미국 연방 금리 5.75%에 대한 두려움이 대부분이었다.
4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는 3.50%에서 동결됐다. 3분기까지 물가가 전년 대비 3%대를 깨느냐 마느냐 싸움 속에 경기 둔화와 부동산 구조 조정 과정에서 연내 금리 인하 기대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2분기에는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구조 조정이 본격화될 예정이다.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를 실시하고 일부 정책 보조를 통해 주택 가격 둔화에도 건설 주가와 PF 관련 조달 금리 부담이 크게 완화됐다. 금융 당국에서는 현재 5000여 개 PF 사업장의 전수 조사를 실시하고 있고 이 중 300여 개 정도의 위험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할 정도로 ‘질서 있는 구조 조정’을 위한 노력에 나서고 있다.
정책 당국의 노력에도 구조 조정은 내수 경기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고 민간이 배드뱅크를 주도한다고 해도 정책 지원의 필요성이 높다. 2월까지 세수가 지난해 대비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2분기 중 추가경정예산 관련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고 일부 적자 국채 공급이 늘 수 있다고 본다.
게다가 은행들이 부실화된 부동산 자산을 인수하면서 조달이 늘어날 수 있어 국고채와 은행채 공급이 늘어날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공급 부담으로 금리가 오를 충격이 클까. 재정 준칙을 강조하면서 1~2월 추경은 없을 것으로 이야기한 정부 방침이 변화하는 것은 그만큼 국내 경기 어려움을 인정한 현실일 것이다. 이는 곧 현재 긴축적인 통화 정책 여건에도 변화의 계기가 될 것이다.
기준금리는 2.75%까지 갈 수 있다는 믿음이 연내 4분기 첫 인하를 실시하고 유지된다면 국고 3년은 3.0%까지 하락할 여지가 있다. 최근 주변국 중 호주가 금리 동결을 결정하고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 뒀음에도 시장 금리는 기준금리 아래다. 심지어 깜짝 빅 스텝을 단행한 뉴질랜드도 사정은 유사하다.
3월 초 제롬 파월 Fed 의장의 50bp 인상에 속았던 시장은 포지션이 가벼운 상황이다. 외국인들은 SVB 사건 이후 현선물을 강하게 매수하고 있는데 필자의 정보에 따르면 2분기 부동산 구조 조정 관련 관심이 높다고 한다.
중·장기야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준금리가 3.5%인데 1년 이하 단기 금리(레포 포함) 또한 3.3% 이하 수준으로 내려왔다. 현 금리는 분명 비싼 영역이라는 점에서 단기 변동성이 높게 유지되는 것은 인정해도 중기 변동성이 낮아지는 것은 ‘어찌 됐든 채권은 살 고민이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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