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3대장 ‘에루샤’ 역대급 실적에 본사 배당급만 늘려
샤넬은 기부금 10억, 에르메스는 5억6000만원
사회공헌이나 기부에는 인색해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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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구매 열풍에 힘입어 지난해 해외 명품 업체들이 한국에서 호실적을 기록했다. 이른바 3대 명품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가 한국에서 4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렸다. 이 해외 명품 업체들의 국내 법인들은 증가한 수익의 대부분 본사로 송금하는 '배당금'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내에서의 사회공헌활동·기부 등을 통한 경제 기여도는 인색해 논란이 되고 있다.

15일 에르메스코리아·루이비통코리아·샤넬코리아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세 명품 브랜드의 지난해 매출 합계는 3조932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3조2192억원) 대비 22% 증가한 수치다.

가장 매출이 높았던 브랜드는 루이비통코리아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1조6923억원, 영업이익은 38% 급증한 4177억원으로 집계됐다. 당기순이익도 69% 성장한 3380억원으로 나타났다.

샤넬코리아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한 1조5900억원, 영업이익은 66% 성장한 4129억원에 달했다. 당기순이익은 3115억원으로 74% 증가했다.

에르메스코리아는 지난해 전년 동기 대비 23% 성장한 6501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영업이익은 23% 증가한 2105억원으로 집계됐다. 당기순이익은 23% 늘어난 1538억원이었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혀버리자 보복소비 영향으로 명품 수요가 급증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백화점 3사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샤넬 매장이 문을 열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사진=연합뉴스
샤넬 매장이 문을 열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사진=연합뉴스
가격 인상도 주요 명품 업체들의 실적이 잘 나온 배경으로 꼽힌다. 명품 수요가 폭발적으로 치솟자 이들 명품 가격을 수시로 올렸다.

루이비통은 지난해 두 차례 가격을 올린 바 있다. 샤넬은 네 차례 가격을 인상한 데 이어 올해 2월에도 한 차례 가격 더 올렸다.

코로나19 확산 3년간 해외여행 등이 자유롭지 못하자 보복소비 영향으로 명품 수요는 급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국민 1인당 명품 소비액은 325달러(약 43만 원)로 세계 1위였다.

한국에서 매출 성장률이 두 자릿수에 달한데 힘입어 이들 명품 업체들은 해외 법인 배당도 대폭 늘렸다.

에르메스코리아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1538억 중 1170억원을 싱가포르 법인에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전년(960억) 보다 22% 증가한 수치다.

루이비통코리아는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한 2252억원의 배당금을 프랑스 본사에 보냈고, 샤넬코리아 역시 327.5% 증가한 2950억원을 룩셈부르크 법인에 지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의 기부는 인색해 논란이다.

특히 본사 배당금을 가장 많이 늘린 루이비통코리아의 경우 감사보고서를 제출하기 시작한 2020년부터 3년째 기부금은 ‘0’원이다.

샤넬코리아는 같은 기간 10억원을 기부금으로 냈다. 전년 동기 7억원에서 3억원 늘린 수치다. 에르메스코리아도 지난해 기부금을 5억6100만원 냈는데 전년도 4억5800만원 대비 1억원 증가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