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물가 여파로 경기침체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26일 오후 서울 명동 건물에 붙은 임대문의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경기침체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26일 오후 서울 명동 건물에 붙은 임대문의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경기 침체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기 침체 리스크를 완화시켜주는 지표가 잇따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 리스크와 대내외 변수가 ‘공포’를 더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경기 침체라는 걱정의 벽이 한 단계가 높아지는 분위기지만 공포를 가져야할 단계는 아니”라며 24일 이 같이 말했다. 경기선행지수 급락과 달리 경기 침체 리스크를 완화시켜주는 지표들도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서비스 PMI 지수라며, 서비스 업황 호황이 유로존 경기의 회복세를 지지되고 있음은 물론 미국 경기침체 우려도 완화시켜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문제는 ‘정치 리스크’와 ‘대내외 변수’다.

박상현 애널리스트는 “미국 정치리스크 벽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시장의 공포가 더 커질 가능성을 제시했다.

첫째는 미국 CDS프리미엄의 급등이다. 지난 21일 미국 5년 CDS프리미엄은 전일대비 4.4bp급등한 54.3bp를 기록했고 1년 CDS 프리미엄은 23bp나 급등한 129.9bp수준까지 치솟았다. 연초 1년 CDS프리미엄이 16bp수준 내외였음을 고려할 때 거의 8배 수준 상승한 것이다. CDS 프리미엄뿐만 아니라 미국 1개월 T-bill 금리도 급락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4월초 미국 1개월 T-bill 금리 수준인 4.57%와 비교하면 21일 종가 기준으로 131bp급락했다.
자료=하이투자증권
자료=하이투자증권
박 애널리스트는 “미국 CDS와 1개월 T-bill 금리가 요동치는 가장 큰 원인은 부채한도 협상에 대한 불안감”이라며 “교착 상태에 빠져있는 부채한도 협상으로 미국이 2011년과 같은 일시적 채무불이행 사태가 재발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채한도 협상이 경제적 이슈지만 공은 정치권으로 넘어간 상황이어서 돌발적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정치적 리스크는 G7의 대러시아 추가 제제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5월 말 개최되는 G7정상회담에서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 강화 방안으로 거의 모든 품목의 대러시아 수출 금지 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애널리스트는 “대러시아 수출 금지 조치가 현실화된다면 신냉전 분위기의 급속한 확산과 러시아의 맞대응 수위에 따라서 부정적 파장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대러시아 추가 제재 시 글로벌 금융시장은 러시아와의 갈등에서 촉발된 미-중 갈등 증폭 및 달러 체제 우려 등 또 다른 정치 벽에 부딪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마지막으로 대내외적 변수다. 가장 큰 변수는 경기와 외교적 리스크 복합된 중국 관련 리스크다. 박 애널리스트는 “한국의 대중 및 대미 수출비중의 급격한 변화 추세는 국내 경기와 금융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한-미간 경제안보동맹 내용과 함께 9월말 종료 앞둔 중국내 한국 반도체공장 관련 규제 유예 향배는 국내 반도체 업황 사이클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부동산 리스크도 또 다른 변수다. 전세가격의 경우 하락 폭이 확대되고 있어 깡통전세 리스크가 증폭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박 애널리스트는 “경기라는 걱정의 벽은 우려보다 높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지만 각종 정치 및 외교적 갈등으로 인한 걱정의 벽은 높이와 상관없이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경계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