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개발 통해 데이터 확보할 수 있고 고객 이탈 막을 수 있어

아마존이 자체 물류 서비스 강화에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마존이 자체 물류 서비스 강화에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탁월한 능력은 새로운 과제에 직면할 때 잘 나타난다. 또한 이 과제를 해결할 때 발전한다.

세계 경제 전망이 요동치는 가운데 정보기술(IT)업계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기술 솔루션의 자체 개발’과 ‘서비스의 내재화’다. 외부 공급 업체 없이 필요한 모든 것을 회사에서 자체 개발하고 공급하는 인하우스 전략이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기업들은 왜 인하우스 개발을 하려고 할까. 세계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 아마존과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이 숙제를 어떻게 풀고 있는지 살펴보자.직접 겪고 깨달은 아마존아마존은 2013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외주 회사 UPS의 배송 지연 사고로 대규모 환불 사태를 겪은 적이 있다. 이후 자체 물류 시스템 확립에 대한 의지를 굳혔다. 배송 지연 사고로 인해 외주 업체에 전적으로 의존한 물류 관리는 고객 경험을 치명적으로 훼손한다는 점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2015년부터 아마존은 페덱스와 UPS의 임직원 수를 추월할 속도로 물류 배송 채용 늘렸다. 2016년 대형 화물기 40대를 임대하고 2019년 벤츠 스프린터 2만 대를 주문했다.

2019년 인카 딜리버리(주문자가 무선 네트워크로 차량 트렁크를 열어주면 택배 운전사가 배송품을 트렁크 안에 넣어 주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아마존은 자체 물류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기술 연구 결과와 특허도 지속적으로 확보했다. ‘예측 배송’이 대표적이다. 고객의 구매 의사가 생성되기 전에 상품 추천과 배송을 진행하는 게 핵심이다. 소비자가 “맞아, 이거 마침 딱 필요했어! 그렇지 않아도 사야 했었는데! 잘됐네!”라고 느끼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필요하지만 아직 주문하지도 않은 상품이 알아서 배송되도록 한다. 배송 시간이 0에 수렴한다.

‘공중 및 수중 물류센터’라는 아이디어도 있다. 도심 상공에 뜬 대형 비행선을 허브 삼아 소규모 드론이 수시로 드나들며 배송한다. 개개인의 집과 회사 건물에 드론이 물건을 가져다주고 반품도 한다. 주문 급증 예상 품목이나 당일 배송 품목을 도심의 극심한 교통 체증을 피해 미리미리 배송하는 장점이 있다. 지상은 교통 체증이나 교통사고, 시스템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공중에 물류센터가 있다면 배송 문제에 대한 변수를 최소화할 수 있다.

‘수중 물류 창고’는 깊은 물 속, 호수 같은 곳에 특수 탱크를 두고 물품을 보관하는 방식이다. 방수 포장된 물품을 드론이 공중에서 낙하산으로 물속에 떨어뜨리면 밀도에 따라 특정 위치에 물건이 보관된다. 배달할 때는 음파가 물을 타고 전송돼 물품에 부착된 압축 공기를 이용해 물품을 수면으로 상승시키는 원리다.

대중을 위해 상용화된 것도 있지만 아직 아이디어만 있어 구상 중인 것도 있다. 이 콘셉트에 대한 기술 연구와 특허를 이미 아마존이 하고 있다. 비싼 땅값이나 규제 지역에 대한 제한이 없으니 기술 개발이 자유롭다. 또한 이 위치는 복잡한 도심에 비해 예측 불가능한 특이점이 발생할 일이 상대적으로 거의 없다.

이 물류 전략을 아마존이 가지게 되면 다양한 이득을 볼 수 있다.

첫째, 정확한 배송으로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다. 모든 것을 아마존이 통제할 수 있고 관리할 수 있으니 배송 오류나 문제 발생률이 굉장히 낮을 것이다. 한마디로 물류 배송에서 일어날 ‘변수’가 최소화된다.

둘째, 외주 택배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다. 아마존 자체 인력, 자체 보관, 자체 알림 시스템을 쓰므로 초기 투자 비용만 넘어서면 이 전략이 비용 면에서 낫다. 더 나아가 택배비 마진으로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 아마존 스스로 ‘택배 업’까지 겸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고객 빅데이터를 직접 보유한다. 다른 업체를 통하지 않은 양질의 고객 빅데이터를 직접 보유·관리·분석·저장할 수 있고 연관 서비스에 재사용할 수 있다.
테슬라는 ‘전기차 플랫폼’을 넘어 ‘에너지 플랫폼’으로 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테슬라는 ‘전기차 플랫폼’을 넘어 ‘에너지 플랫폼’으로 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테슬라, 록인 전략 가동전기차를 이동 수단에 머무르게 할지, 재생 에너지를 담아두는 스토리지로서 전력망에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이 활발하다. 규제와 부양책으로 친환경차 보급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전력망에 부담을 줄 전기 수요를 효과적으로 분배해야 한다는 정부와 업계 공동의 숙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완성차 업체나 정부가 전기차를 단순한 모빌리티로 활용하지 않고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총량을 전력망의 잠재적 스토리지로 활용할 것은 자명하다.

전기차 제조 사업,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 충전 서비스 사업, E로밍 사업, V2G(Vehicle to Grid) 사업 같은 고도화된 폭넓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자체 개발하는 회사는 현재 테슬라가 유일하다.

V2G를 통하면 에너지 소비자도 동시에 에너지 생산자가 된다. 에너지 소비자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뜻이다. 전기차 이용자는 스마트 충전을 통해 피크 시간대를 피해 전기차 충전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전력 수요가 집중되는 시점에 전기차 배터리에 저장된 전력을 다시 전력망으로 흘려보내면서 돈을 벌 수도 있다. 미리 저렴하게 충전한 전기 가격과 피크 시간대 높아진 전기 가격의 차이로 수익을 낸다. 전기차 배터리는 최적의 충전 시간대와 판매 시간대를 효율적으로 계산한 스마트 스토리지로 활용된다. 전력 수요가 몰리는 시간대에 미리 충전해 둔 전기를 전력망에 내보내면 전력 재판매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꼭 테슬라뿐만 아니라 많은 완성차 업체들이 시도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V2L(Vehicle to Load)이다. 전기차 자체를 하나의 커다란 전기 배터리로 보고 별도의 제어기나 연결 장치 없이 110V나 220V 같은 일반 전원을 전기차 내·외부로 공급하는 기능을 말한다.

차량 내부에서는 차 안의 전등이나 차 내부의 전자 기기에 전원을 공급할 수 있다. 차량 외부에서는 캠핑용 선풍기를 충전하거나 캠핑용 빔 프로젝터를 충전하거나 캠핑용 요리 기구를 충전할 수 있다. 충전이 필요한 다른 전기차에 전기를 내주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전기차에는 모터·인버터·반도체·배터리 관리 시스템과 같은 하드웨어가 들어간다. 인포테인먼트·인공지능(AI)·V2X 같은 소프트웨어도 들어간다. 테슬라는 이들의 내재화에 매진하고 있다. 전기차라는 하드웨어 대중화와 소프트웨어 기능 개선을 통해 테슬라는 ‘전기차 플랫폼’을 넘어 ‘에너지 플랫폼’이 되려고 한다. 이 플랫폼 사업이 테슬라의 주력 사업 모델이다.

테슬라는 단일 전기차 인프라 플랫폼을 사용한다. 타사 전기차 충전도 테슬라 충전 시스템을 통해 구현한다고 한다. 따라서 E로밍도 필요 없다.

다른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는 전력 사업자나 개별 서비스 업체가 가진 장점을 공유하기 위해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운영에 협업하고 있다.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 계속 다른 사업자의 상태·조건·싱크를 맞춰야 하고 독자적인 새로운 전략이나 새로운 서비스 추구가 어렵다.

테슬라는 대중에 보급된 전기차와 에너지 시스템을 통해 무얼 더 할 수 있을까. 구독 서비스다. 각종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 Over The Air), 차량용 소프트웨어 구독 서비스, 태양광 에너지 구독 서비스, 완전 자율 주행 기능 업데이트를 할 때 기존 전기차 고객은 테슬라 플랫폼 안에서 한 방에 편리하게 연결된다. 많이 낯익지 않은가. 전형적인 플랫폼 사업을 통한 고객 록인 전략이다. 기업들의 인하우스 개발은 궁극적으로 그 업의 ‘완전한’ 일등 플랫폼이 되는 것에 힘을 실어준다. 그래서 기업들이 목을 매고 있다.

정순인 ‘당신이 잊지 못할 강의’ 저자·IT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