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부문 적자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
위기 속에서도 1분기 투자 10조7000억으로 역대 최대

사진=한국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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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만 4조5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글로벌 메모리 업황 악화가 원인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이다. 최악의 실적을 받아든 삼성전자는 역대급 투자를 앞세워 위기를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640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95.5%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7일 공시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대 이하로 주저앉은 것은 2009년 1분기(5900억원) 이후 처음이다.

매출은 63조7454억원으로 나타났다. 작년 동기 대비 18.1% 감소한 수치다. 순이익은 1조5746억원으로 86.1% 줄었다.

이는 지난 7일 공시한 잠정 실적(매출 63조원, 영업이익 6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며 수요가 부진하고 재고가 늘며 가격이 하락하는 등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악화된 것이 원인이다.

부문별로 보면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 무려 4조58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DS 부문 매출은 13조7300억원에 그쳤다.

작년 동기(매출 26조8700억원, 영업이익 8조4500억원)와 비교하면 매출은 반토막 났고, 영업이익은 무려 13조원이 증발한 셈이다.

메모리반도체는 재고 자산 평가 손실의 영향 속에 고객사 재고 조정이 지속되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해 실적이 대폭 감소했다.

D램의 경우 서버 등 고객사 재고가 높아 수요가 부진했다. 다만 낸드는 수요 약세에도 고용량 제품 수요에 적극 대응해 비트그로스(bit growth·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가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시스템LSI는 모바일과 TV 등의 수요 부진으로 주요 제품의 수요가 급감해 실적이 하락다.

파운드리의 경우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요가 위축됐고 고객사 재고 증가로 주문이 감소해 실적이 하락했다.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1분기 매출 46조2200억원, 영업이익 4조2100억원을 기록했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 사업은 갤럭시 S23의 판매 효과로 모처럼 호실적을 내며 반도체 부문의 적자를 만회했다. 수익률도 두 자릿수 이상으로 회복됐다.

가전은 수요 위축과 비용 부담으로 부진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어려운 환경에서 미래 대비를 위한 투자는 크게 늘렸다.

올해 1분기 시설 투자액은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한 10조7000억원이다. 역대 1분기 기준으로 최대 금액이다.

반도체는 9조8000억원, 디스플레이(SDC)는 3000억원 수준이다. 연구개발비는 6조5800원으로 지난 분기에 이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