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즈따라 다른 가격' 문제로 공정위 경고받자 시스템 개편 나서
이커머스 업계 낡은 관행이었으나 소비자 피해 없도록 관리

발란이 떠나는 고객을 잡기 위해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진=발란 홈페이지)
발란이 떠나는 고객을 잡기 위해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진=발란 홈페이지)
얼마 전, 온라인 명품 플랫폼 '발란'이 거짓·과장 광고 문제로 도마 위에 올랐었죠. 인기 스포츠 브랜드의 운동화를 30만원에 판매한다는 광고를 보고 클릭했는데 사이즈를 고를 때 가격이 두배 이상 뛴다는 것이 논란이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문제를 살펴보고, 경고를 주기도 했습니다.

이번 논란은 지난해 12월 발생한 것으로, 발란에 입점한 일부 업체가 인기가 많은 사이즈 판매가를 과도하게 높여 판매했는데요. 당시 발란은 판매자에게 소명을 요청하고 빠르게 시정했습니다.

이렇게 가격에 차이를 두는 건 리셀 또는 이커머스 업계의 낡은 관행이었습니다. 인기 사이즈의 경우 공급보다 수요가 많기 때문에 값을 올려도 팔린다는 이유입니다. 게다가 한정판 제품일 경우, 판매자가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가격 차이가 벌어지고요.

명품 카테고리의 특성상 희소성이 있는 인기 옵션의 가격을 높게 설정하거나, 재고 소진 목적으로 비인기 옵션의 가격을 낮게 설정하는 것은 업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입니다.

실제로, 스니커즈 판매 채널로 인기 있는 네이버의 리셀 플랫폼 크림에 들어가 보면 특정 스포츠 브랜드의 한정판 운동화 가격이 사이즈별로 최소 63만원부터 시작해 170만원까지 뜁니다. 발란 역시 이러한 행위를 입점사의 사업 건전성을 위해 필요한 정상적인 상거래 행위로 간주하고 '옵션추가금 기능'을 제공했고요.

논란이 심화하자 발란 관계자는 "이 제품은 희소제품이라 애초에 원가격(부띠크 가격)이 사이즈별로 다르고 특히 인기 사이즈는 더 비싸다"라며 "그래서 판매자가 사이즈별로 가격을 다르게 설정했다"고 말했는데요.

그러면서 "발란은 자동 시스템을 가동 자체적으로 상품 가격을 조사하고 있다"라며 "같은 상품의 최저가와 최고가의 차이가 20% 이상 발생할 경우는 직원이 나서서 사안별로 살펴보고 특수 상황인지를 검증하고 있다"고 덧붙였고요.

문제는 또다시 부정적인 이슈로 알려지자 여론이 안 좋아졌다는 거죠. 얼마 전 제가 작성한 발란 기사만 봐도 "발란은 뭐가 계속 끊이질 않는다", "말이 안 되는 마케팅 방식", "저렇게 장사하고 싶을까" 등 강도 높은 비판 댓글이 달렸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이용자가 줄어 명품앱 업계 전체가 안 좋은 상황에 이런 논란까지 발생한 거죠. 발란은 지난해 1월에는 이용자 43만명을 기록했는데, 1년 만에 25만명으로 감소했다고 합니다.

실적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매출은 891억원으로 전년 대비 70.8% 급증했는데, 같은 기간 영업적자는 186억원에서 374억원으로 두배 이상 늘었습니다. 지난 2년간 쌓인 누적 적자액만 560억원에 달합니다.

그래서 오늘(27일) 발란이 떠나는 고객을 잡기 위해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돼온 '유인판매'를 근본적으로 없애겠다고 선언한 건데요. 오는 6월부터 발란에서 '옵션추가금 기능'을 없앱니다. 동일 상품 내에서 옵션별로 다른 가격 설정은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또, 상품이 품절되면 결제액의 3%에 해당하는 보상금을 고객에게 지급하는 '고객 보상 책임 제도'를 5월 22일부터 시행합니다. 입점 업체가 재고가 없는 상품(품절)을 허위로 등록하는 행위를 막겠다는 취지고요.

발란 측은 "관행과 손익에 연연하지 않고 가장 믿고 쇼핑할 수 있는 명품 플랫폼으로서 고객 경험을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는데요. 이번 발표로 발란이 고객들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지,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