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조사한 ‘한국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OECD 중 꼴찌···5~14세 우울증 환자 9천 여명 훌쩍 넘어

아동학대 행위자 84%가 ‘부모’···보육기관 아동학대도 심각, 예방 위해선 교사 근무환경 개선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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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어린이날이 다가왔다. 현재 우리는 그리고 사회는 어린이들의 행복을 위하고 있을까.

2021년 한국방정환재단이 공개한 ‘한국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에서 조사 대상인 OECD 22개국 중 꼴찌였다. 국제아동 삶의 질 조사(ISCWeB)에서도 만 10세 아동의 행복도 순위가 35개국 중 31위로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아이들의 우울증도 심각한 수준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의 5-14세 우울증 환자는 9621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결과로 봤을 때 우리나라의 어린이들은 행복하지 않은 세상에서 살고 있다. 특히 뉴스에 보도되는 아동학대 문제는 해가 바뀔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아이들의 생활환경 속 일어나는 학대는 아이들의 기본권인 안전 그리고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아동학대 37,605건 발생, 학대행위자는 부모가 가장 많아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가혹행위를 말한다. 그리고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동학대의 유형은 총 4가지로 그 종류는 신체학대, 정서학대, 성학대, 방임이 있다.

보건복지부의 학대 피해 아동 보호 현황 조사에 따르면, 아동학대는 2021년에만 37,605건 발생했으며,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유형별로 보면, 정서학대가 12,351건, 신체학대가 5,780건, 방임이 2,793건, 성 학대가 655건이다. 아동학대로 인해 사망한 사례는 한해 40건에 달한다.

학대 행위자는 부모가 압도적으로 많다. 학대 행위자와 피해 아동과의 관계는 부모가 약 84%로 가장 많고, 대리양육자가 9%로 뒤를 이었다. 대리 양육에는 가정위탁, 입양, 시설보호가 포함된다.

가정에서 일어나는 아동학대, 감시자 역할을 하는 사람 없어
가정에서 일어나는 아동학대는 보육 기관에서의 아동학대보다 폐쇄적이라 예방 및 신고가 어렵다. 강동훈 아동권리보장원 아동학대 예방본부 과장은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80% 이상의 학대 행위자가 바로 부모”라며 “밖에서는 감시자의 역할을 하는 다양한 사람과, 상황을 관찰하고 있는 CCTV가 있는 반면, 가정은 아동에게 일어나는 상황을 확인하기 어려운 폐쇄적인 환경”이라고 말했다.

친모와 친부가 생후 15개월 된 C 양의 시신을 김치통에 넣어 약 3년간 유기한 사건은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친모 A씨는 1살인 C양을 홀로 방치하고 감옥에 있는 친부 B씨에게 여러 차례 면회를 갔으며, 약 18차례 이상 행해져야 했던 예방접종도 3번만 접종시켰다.

A씨는 C양이 사망하자 시신을 여행 가방에 넣어 친정 붙박이장에 두었다가, 이후 시신을 김치통에 담아 B씨와 함께 집으로 이동시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재로선 시신이 부패해 정확한 사망원인을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심지어, A씨와 B씨는 지방자치단체가 한 달에 20만 원씩 지급하는 양육수당도 챙겼다. 숨진 C양의 이름으로 지급된 양육수당은 총 600여만 원에 달한다. 모든 혐의를 인정한 B 씨와 달리, A 씨는 사체은닉 및 사회보장급여법 위반 혐의만 인정하고 아동학대치사 혐의에 대해선 부인하고 있다.

울산에서도 31개월 된 여아가 아사하는 사건이 있었다. 친모 A씨는 5개월간 C양에게 밥 한번 준 적이 없었으며, 계부 B씨가 가끔 우유를 주거나 라면에 밥을 말아줬다. 배가 고팠던 C양은 개사료와 배설물을 먹거나 쓰레기 봉지를 뒤졌고, 이 모습을 본 B씨는 음식을 주기는커녕 C양의 머리를 가해하는 영상을 찍기도 했다.

결국, C양은 영양결핍 및 뇌출혈로 사망했다. 그는 사망 당시 7kg으로 또래 아이들의 절반밖에 안 되는 몸무게였다. A씨와 B씨는 1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고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으나 2심에서도 원심 형량이 그대로 유지됐다.

어린이집·유치원 교사, 아동학대 원인이 과중한 업무 및 스트레스
보육 기관에서의 학대사건 역시 큰 충격을 안겨줬다. 지방의 한 어린이집 원장 A씨는 보육대상인 B군을 학대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현재 재판 중이다. A 원장은 B군 위에 이불과 쿠션을 올리고 그 위에 약 14분간 올라타 B 군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B군이 잠을 자지 않자 이런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B군의 움직임이 없자 올라타는 행동을 중지했지만, B군은 3시간 동안 이불이 덮여있는 상태로 방치됐다. A씨는 그런 B군 옆에서 다른 아동들의 밥을 먹이기도 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하기도 했다.

보육 기관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의 가장 큰 원인으로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의 과중한 업무 및 스트레스라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강영욱, 채신영 교수가 2021년 발표한 <보육교사의 인성과 아동학대 관계에서 직무 스트레스의 매개 효과> 논문에 따르면, 어린이집 보육교사와 유치원 교사 201명을 대상으로 아동학대 발생 원인에 대한 인식을 살펴본 결과 1순위는 과중한 업무 및 스트레스로 39.3%를 차지했다. 이 외에 32.3%는 아동 발달과 보육에 대한 지식 부족을, 27.9%는 업무와 스트레스를 이유로 답했다.

또 유치원 교사 162명을 대상으로 아동학대 원인 및 예방대책에 대한 인식을 살펴본 결과, 아동학대 예방 대책으로 교사의 근무 환경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43.8%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교사 대 아동 비율 감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39.5%로 뒤를 이었다.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 제10조 별표2에 따르면 만 4세 이상 유아의 반별 정원 기준은 20명이 원칙이다.

아동학대 예방, 그리고 아이들이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아동권리보장원과 보건복지부, 아동 관련 NGO, 전문가가 모여 부모와 자녀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긍정 양육 129원칙’을 제시했다.
[출처=아동권리보장원]
[출처=아동권리보장원]
긍정 양육 129원칙은 아동을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 독립된 인격체로서 인식하는 1가지 원칙을 전제로 하며 아동과 부모의 서로에 대한 이해와 믿음을 2가지의 긍정 양육 실천 원리로 내세운다. 실천 원칙은 ▲자녀 알기 ▲나 돌아보기 ▲관점 바꾸기 ▲같이 성장하기 ▲온전히 집중하기 ▲경청하고 공감하기 ▲일관성 유지하기 ▲실수 인정하기 ▲함께 키우기로 총 9가지 항목이다.

강동훈 과장은 “부모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아동을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우리 사회는 아직 아동을 인격체로 존중하는 인식이 부족하고 부모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는 폐쇄적인 가정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바른 부모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인식개선 및 교육을 제공하여 아동학대가 발생하기 전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홍민 기자 / 남의정 대학생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