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민주 기자
사진=김민주 기자
CD와 MP3,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고 자란 2030세대가 LP판에 푹 빠졌다. 이들은 큼지막한 레코드판을 꺼내 턴테이블에 올려놔야 하는 불편함과 지지직거리는 특유의 저음질 재생 소리에 열광한다.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을 LP판으로 사 모으는 건 물론, 한정판 제품을 구하기 위해 오픈런을 하고, 웃돈을 주고 거래하기도 한다.

예스24에 따르면 국내 LP 판매량은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LP 수는 전년 대비 줄어든 반면, 판매량은 전년 대비 13.8%로 늘었다. LP를 구매한 이들 중 20~30대 비중은 36.3%, 40대까지 포함하면 71.3%에 달한다.
KREAM(크림) LP 판매페이지 갈무리
KREAM(크림) LP 판매페이지 갈무리
한정 발매 혹은 판매가 끝난 희소성 높은 제품을 비싼 값에 거래하면서 하나의 재테크 수단으로까지 자리 잡게 됐다. 한정 발매된 아이유의 ‘꽃갈피’ 앨범 LP는 2014년 출시 당시 발매가 4만900원이었지만, 현재 중고사이트에서는 최소 200만원에서 미개봉은 400만원대, 사인본은 무려 1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2020년 5만5000원에 발매된 백예린의 ‘Every letter I sent you’ 앨범도 리셀 사이트에서는 프리미엄이 1081.8% 붙은 48만9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는 국내 MZ세대만의 취향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시장 내 LP 판매량이 1987년 이후 처음으로 CD를 넘어섰다. 미국레코드산업협회(RIAA)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미국 내 LP판매량은 4100만장으로 CD(3300만장) 수치를 크게 앞질렀다. 이제 CD와 DVD, 카세트테이프 등 아날로그 음반시장에서 LP 점유율은 71%로 가장 높다.

LP 매출액도 16년 연속으로 상승해 왔으며, 2022년에는 12억 달러(약 1조5900억원)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약 17% 증가, 2년 전에 비하면 약 2배 넘게 커진 규모다.

LP의 아날로그 감성에 열광하는 젊은 층이 많아지자, 국내 곳곳에 레트로 컨셉의 LP 전용 카페와 바가 등장했다. 일부 매장은 평일에도 대기시간이 발생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기업들도 LP 청취 체험 팝업스토어를 개설하는 등 MZ를 겨냥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LP의 아날로그 감성은 디지털 시대에서 자란 젊은 층에게는 새롭고 신기한 경험이다. 또 희소성이라는 특징도 한정판 소유욕이 강한 이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MZ세대의 수집 욕구와 새로운 재미를 충족해 주고, 개성 표현 수단으로 자리 잡은 만큼 LP의 인기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