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 계약직으로 입사한 제보자, 동료 간 불화 생기자 괴롭힘, 따돌림 당해
제보자 “사측,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 분리조치 요청에도 별다른 조치 취하지 않아” 주장
에이스라 불리며 동료들 사이에서 신임 쌓았지만 ‘근무태만’ 등 이유로 해고 통보
사측, 제보자의 괴롭힘 신고·부당해고 진정 이후 화해조서 보내 합의 종용
회사에서 속칭 ‘에이스’라 불리며 올 1월부터 4월까지 근무한 제보자는 같은 팀 내 직원과의 마찰로 팀장의 눈 밖에 나 부당해고까지 당했다며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직장 내 억울한 사연 제보방>의 문을 두드렸다. 제보자는 따돌림과 2차 가해로 사내 인사팀에 직장 내 괴롭힘 신고와 함께 분리조치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신고 이후 인사팀에 수차례 문의를 했지만 확인하겠다는 답변 외엔 별도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제보자는 덧붙였다.
따돌림 등 괴롭힘이 지속되자 4월경 제보자는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 으로 신고했다. 제보자의 신고 이후 회사 측은 수습기간 3개월 평가를 내세워 해고를 통보했다. 해고 사유는 근무태만과 동료 간 폭언이었다. 하지만 제보자는 입사 당시 수습기간 평가를 거쳐 근무 여부를 결정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또 입사 합격 당시 받은 안내문에도 수습기간 평가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측 대표는 이번 해고에 대해 “정상적인 해고 절차로 진행한 건”이라며 “수습기간 동안 두 번의 평가가 있었고, 사내 취업 규칙에 의거해 부적격 판정을 받아 정상적인 해고 절차를 거쳤다”고 말했다.
김소영 노무법인 신유 대표 노무사는 “근로자가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했다면 기본적으로 회사는 당연히 조사 의무가 있다. 신고 이후 즉시 조사를 해야 하는 것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취지”라며 “만약 회사 측에서 조사를 하지 않았다면 과태료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사측은 제보자에게 서울지방노동위원회를 통해 화해조서를 보냈다. 내용은 제보자의 부당해고 구제신청과 더불어 노동청에 제기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즉시 취하하는 조건이었다. 또 이 사건과 관련한 일체의 사실 및 화해조건 등에 대해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제보자가 이 조건이 적힌 화해조서에 사인하면 회사 측에서 375만원을 지불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제보자는 해고 사유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평소 동료들에게도 업무를 잘 처리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수시로 들었다”며 “업무시간 외에도 문제가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나서 해결하려는 자세로 임했는데 근무태만으로 해고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동료 간 불협화음이 왕따로 이어져
올 1월에 입사한 제보자는 같은 팀 내 동료와 마찰이 있었다. 당시 제보자와 함께 근무하던 ㄴ이 수시로 자리를 비우는 것이 발단이었다. 과외 플랫폼 상담업무 특성상 한 사람이 자리를 비우게 되면 남아 있는 인원이 민원콜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가 자신에게 과중됐다고 제보자는 설명했다. 며칠간 반복되던 ㄴ의 근무방식을 두고 제보자는 팀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제보자는 “팀장 면담에서 ㄴ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업무시간에 자리를 비우면 20~30분은 기본인데, 하루에도 몇 번씩 자리를 비운다. 민원 콜을 받는 건 전부 내 몫이다. 그리고 오처리(잘못 처리한 부분)도 많은데 고쳐지지 않아 힘들다”고 말했다. 돌아오는 팀장의 대답은 참으라는 말이었다. 제보자는 “팀장에게 보고했더니 ‘모두가 너처럼 에이스가 아니다’, ‘얘는(ㄴ)은 너만큼의 역량을 낼 수 없는 사람이니 이해하고 넘어가라’는 식이었다”고 설명했다.
면담 이후에도 해결점을 찾지 못한 제보자와 ㄴ씨의 갈등은 더욱 심해졌다. 내부 메신저로 설전이 있던 당일 저녁, 팀장은 제보자를 회의실로 따로 불렀다. 자리에 앉자마자 ‘내가 왜 불렀는 줄 아느냐’ ‘업무 누수는 관리자의 일이다. 네가 왜 참견하느냐’며 자신에게 소리치는 팀장의 행동에 순간 얼어붙었다고 주장했다.
그 일로 제보자는 견책 징계를 받고 시말서를 작성해야 했다. 소리를 지른 팀장에게 인사팀을 통해 정식 사과를 요구했지만 받지 못했다. 팀장과의 면담 이후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총 네 명의 팀원이 근무하는 팀에서 제보자의 따돌림이 시작됐다. 팀장은 업무 회의 중 제보자가 하는 발언은 자르고, 사내 메신저에 작성한 내용은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수차례 공개 비판했다. 점심시간에도 팀장은 제보자를 제외한 팀원들만 불러냈다. 제보자는 “동료들이 저와 함께 휴식을 하거나 이야기 하는 모습만 봐도 팀장이 의도적으로 끼어들어 막았다”며 “팀장의 이러한 행동에 주변 동료들이 너무 불편해 했다”고 주장했다.
사측, 괴롭힘 신고·가해자 분리조치 요청에도 ‘묵묵부답’
이뿐만이 아니었다. 타부서에서 제보자에게 요청한 업무를 처리하던 중 갑자기 팀장이 왜 월권하느냐며 소리를 지른 적이 있었다고 제보자는 설명했다. 제보자는 “팀장에게 상황설명을 하니 그 뒤로 아무 말이 없었다”며 “앞뒤 따져보지 않고 꼬투리를 잡으려는 상황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제보자는 인사팀에 괴롭힘 신고와 함께 팀장과의 분리조치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4월 초 인사팀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이어졌다. 제보자가 인사팀에 괴롭힘 신고와 가해자 분리조치 요청 등 구호의 손을 내밀었지만 문제해결은커녕 전직원 개별면담을 통해 제보자에게 징계조치가 내려질 것이라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제보자는 “동료들이 네가 징계를 받을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그때 개인 간의 감정싸움이 개인 대 회사의 싸움으로 커졌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가 있으면 풀어야 하는 게 맞는데, 왜 내가 당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팀장이 타부서 사람들에게 했던 제 뒷담화가 다시 저에게 들려온다. ‘너무 심한 것 같다’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걱정해주는데 정작 저는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나에게 왜 그러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덧붙였다.
제보자와 친한 동료에 2차 가해···제보자에 “나 이미 왕따야” 메시지 보내기도
4월 25일 제보자가 해고된 이후 회사 내부에서는 2차 가해 조짐이 보인다고 내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제보자와 친하게 지냈던 동료 ㄷ씨는 제보자 퇴사 이후 비슷한 따돌림을 당한다고 전했다. ㄷ씨는 가해자가 자신을 배제한 채 팀원들을 호출하는 등 따돌림을 당해 급작스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보자와의 카톡에서 ㄷ씨는 ‘이미 오후출근부터 왕따야’라며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제보자는 “그 일이 있고 저 다음으로 피해자가 생겼다”며 “그 친구뿐만 아니라 다른 피해자도 있다”고 주장했다.
제보자 해고 이후 팀장은 팀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제 지시를 따르라. 전 여러분들의 상사다. 이의제기를 할 수 있지만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하라. 저의 가이드보다 더 좋은 방안이 있어도 따로 기회를 보셔서 말씀해 달라. 그게 회사다. 제가 지시를 하는 사항은 검토하지 말아 달라. 본인이 잘한 것도 아무데나 어필하지 말아라. 보기 좋지 않다. 서로 예의를 갖춰 달라. 동료가 거슬린다면 첫 번째는 참아야 한다”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이어 “내가 얘기했던 것 마음에 담아두지 말아라. 정말 좋은 팀으로 다시 시작하자. 잘 부탁한다”고 10여 분 이상 지시사항을 전달하기도 했다.
한편, 김소영 노무사는 “따돌림은 당연히 직장 내 괴롭힘으로 분류가 된다. 특히 제3자가 객관적으로 봤을 때 따돌림이 시행되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괴롭힘에 대한 신고의 불이익 처우로 해고를 했을 경우 형사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노동위원회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 [끝까지 간다]는 직장 내 괴롭힘 등 억울하고 불합리한 일을 겪고 있는 분들의 제보를 받습니다. 끝까지 취재해 세상에 알리겠습니다. 제보는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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