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지의 IT뷰어]
(사진=한국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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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와 카카오가 1분기 엇갈린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네이버는 신사업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습니다. 반면 카카오는 데이터센터 화재 후유증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네이버는 8일 올해 1분기 매출액이 2조 2804억원, 영업이익 330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전년 동기대비 각각 23.6%, 9.5% 씩 늘어난 수치죠.

이에 앞서 실적을 발표한 카카오는 1분기 매출액 1조 7403억원, 영업이익 71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5%늘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55%나 감소했죠.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영업이익이 대폭 하락했습니다.

양사의 엇갈린 실적은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요. 네이버의 1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커머스와 콘텐츠 부문이 크게 성장한 것이 눈에 띕니다. 미국의 C2C 플랫폼 ‘포시마크’를 인수한 네이버는 ‘포시마크 편입효과’를 톡톡히 누렸습니다. 커머스 부문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45.5% 증가한 6059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콘텐츠도 전년 동기 대비 무려 94% 성장한 4113억원의 매출액을 냈습니다.

반면 카카오의 ‘어닝 쇼크'는 데이터센터 사고 후유증과 불경기가 합쳐진 결과 입니다. 우선 지난해 발생한 데이터센터 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다중화 조치와 CAPEX(자본적지출) 증대 등 인프라 구축을 위한 비용이 발생했죠. 카카오에 따르면 기계 장치 등 유형 자산에 647억원을, 콘텐츠를 비롯한 무형 자산에 317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여기에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광고주들이 보수적으로 마케팅을 집행했고, 계절적 비수기를 만나면서 광고 매출도 시원치 않았습니다. 특히 포털 ‘다음’이 담당하는 포털비즈는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한 836억원으로 매우 부진했습니다. 이 때문인지 카카오는 실적 발표 이후 다음을 사내독립기업(CIC)으로 분리한다고 밝혔죠.

울고 웃어도... '투자는 지속된다'

이렇게 양사의 1분기 상황은 희비가 교차했지만 공통적으로 투자를 밝힌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AI입니다.

네이버는 챗GPT의 대항마로 ‘하이퍼클로바X’를 올 여름 선보입니다. 영어에 특화된 챗GPT와는 달리 한국어에 능통한 초거대 AI입니다. 또 네이버는 실적 발표와 함께 B2B(기업간 거래) 서비스도 출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네이버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AI와 결합한 플랫폼을 내놓음으로써 기업간거래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뜻이죠.

카카오의 경우 당초 상반기 출시 예정이었던 ‘코지피티 2.0’의 출시일을 하반기로 미뤘습니다. 상반기 내로 메시지 기반 AI 챗봇 서비스를 테스트한 후 모델을 고도화해 파라미터(매개변수)와 데이터 토큰 규모가 확장한 언어모델을 내놓는다고 합니다. 이미지 생성 모델인 ‘칼로 2.0’은 이달 내 선보일 예정입니다.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 투자 총괄대표는 “AI 투자비용은 올해 3천억원으로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하반기나 내년 초부터 크게 줄어들 것”이라 말했습니다. 공격적인 투자로 인해 카카오가 앞으로도 영업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미리 언급 한거죠.

양사 모두 AI에 역점을 가하는 것은 지금이 아니면 AI 생태계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오픈AI의 ‘챗GPT’를 따라 잡아야만 한다는 거죠.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의 ‘빙’이 챗GPT를 장착해 구글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검색 엔진을 보유하고 있는 네이버로써는 더욱 긴장에 돌입할 수 밖에 없게 됐습니다. 메신저 기반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도 마찬가지죠.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