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6조원대 영업손실…8분기 연속 적자
26조 자구안 발표…한전 사장 자진 퇴진
전기요금 4인 가구당 월 2400원 오를 전망

서울 중구의 한 건물에 에어컨 실외기가 설치돼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서울 중구의 한 건물에 에어컨 실외기가 설치돼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한국전력공사(한전)가 2023년 1분기에만 6조원대 영업 손실을 냈다. 한전은 2021년 2분기에 7529억원의 적자를 낸 이후 8분기 연속으로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전은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매출액이 21조5940억원, 영업 비용 27조7716억원으로 6조1776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고 5월 12일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31.2%, 영업 비용은 14.5% 증가했다.

영업 손실은 전년 동기 대비 20.7% 줄었으나 당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5조원대보다 손실 규모가 컸다.

한전은 1분기 적자와 함께 2021년 5조8000억원, 지난해 32조6000원까지 44조6000억원 규모의 누적 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1분기 적자 폭 감소는 전력 구입비 등 영업 비용이 늘었지만, 전기요금 인상 등 매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감소(78.9%→70.8%)하면서 전기 판매량은 2.0% 줄었지만, 2022년 2분기부터 2023년 1분기까지 4차례의 요금 인상과 연료비 조정 요금 적용으로 판매 단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영업 비용은 연료비와 전력 구입비 증가 등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3조5206억원 늘었다. 세부적으로 자회사 연료비는 1조4346억원, 민간발전사 전력 구입비는 1조5882억원 증가했다. 전년도 연료 가격 급등 영향으로 자회사 연료비가 늘었고 전력 시장 가격(SMP)도 30% 이상 오른 영향이다.

한전은 서울 여의도 남서울본부 빌딩 매각, 전직원 임금 동결 추진안 등이 포함된 25조7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발표했다. 같은 날 정승일 한전 사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정 사장의 임기는 2024년 5월까지지만 한전의 방만 경영, 태양광 사업 및 한전공대 비위 의혹 감사가 잇따르면서 여당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아온 만큼 자진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여당은 한전의 재무 상황을 고려해 오는 5월 15일 당정협의회를 열어 올해 2분기 전기요금 인상안을 결정할 방침이다.

정부와 에너지업계에선 ㎾h당 7원 안팎의 인상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전력 수요가 증가하는 여름철 냉방비 폭등 등 국민 부담 우려와 함께 물가 상승 압박을 고려할 때 10원 이상의 전기요금 인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h당 7원으로 결정된다면 월 평균 307㎾h를 사용하는 4인 가구 기준(주택용 저압) 전기요금은 5만9740원으로 예상된다. 4인 가구는 현재 5만7300원에서 2440원을 더 내야 한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