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지금 시대는 단순하게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어 단선적인 형태의 수익을 만드는 것보다 세계관의 중심이 되는 핵심 IP를 발굴해 이를 다양하게 확장시키고 고객이 요구하는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 포맷에 가장 잘 맞도록 변주하는 작업이 중요해지고 있다. 와이낫미디어의 이민석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금 미디어 회사들이 어떤 형태로 세계관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로 혁신을 이루는지 들어봤다.
이승윤 교수(이하 이승윤) 대표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민석 대표(이하 이민석) “저는 지금 17년 차 정도 되는 PD 출신의 창업자이자 와이낫미디어 대표입니다. ‘인간극장’을 비롯해 다큐와 드라마를 제작했죠. 방송을 매개로 한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등으로 기술 특허를 받기도 했어요. 앱 개발 과정에서 페이스북으로 마케팅을 하면서 콘텐츠로 승부가 갈리는 시장을 보고 콘텐츠 생산에 뛰어든 지금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이승윤 과거에는 영화 한 편을 완결된 형태로 봤는데 2010년부터 ‘마블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기획부터 조각화되고 이 조각들을 연결해 세계관을 구축하는 시도가 많이 이뤄지더군요. 미디어 제작사로서는 어떻게 보나요.
이민석 “이전에는 유통 환경이 제한적이었고 사람들의 선택지가 많지 않아 영화 한 편, 드라마 하나, 단행본 한 권의 힘이 컸죠. 이제는 기성 미디어를 넘어 OTT 등을 통해 도달할 콘텐츠들이 많아졌어요. 미디어와 채널 매체의 기능이 약해졌고 사람들은 콘텐츠 자체와 이를 즐기는 경험에 더 무게를 두죠. 그래서 메인 비즈니스가 아닌 콘텐츠 경험을 제공할 IP 사업으로 수입을 얻는 흐름이 되면서 세계관이 더 중요해진 것 같아요. 디즈니도 메인 비즈니스는 영화가 아니에요. 캐릭터들의 상품, 디즈니랜드 등이 더 수익을 많이 가져다줘요. 그래서 시리즈를 만들어 세계관을 구축하고 부가 비즈니스를 통해 성공하는 것 같습니다.”
이승윤 점점 세계관을 구축하는 형태로 흐름이 바뀌고 있군요. 와이낫미디어는 ‘전지적 짝사랑 시점’이 가장 유명한 시리즈고 최근에는 ‘일진에게 찍혔을 때’가 사랑받은 것 같은데 세계관이라는 틀 안에서 어떤 시도를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민석 “지금까지 만든 에피소드는 2000편 이상, 시리즈는 147개 정도 있을 거예요. 운 좋게도 첫 IP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바로 짝사랑에 대한 시점과 이야기를 녹인 웹 드라마 ‘전지적 짝사랑 시점’이죠. 제가 생각했던 독립된 형태의 미디어로 보여주면서 콘텐츠들이 세계관을 구축하려면 주기성이 중요해 시즌 형태로 진행했어요.”
이승윤 그렇죠. 세계관 구축에는 주기성이 중요하죠.
이민석 “시즌은 정해진 기한 내에 콘텐츠가 나와야 해요. 수고로움이 많이 들고 세계관의 원형 같은 마스터피스 콘텐츠를 내는 것은 쉽지 않아요. 한국에서 드라마를 통해 세계관을 구축하면 대중에게 다가가기 쉬운 소프트웨어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전지적 짝사랑 시점’을 지속적으로 각인시켜 줄 이벤트들을 많이 했습니다. ‘'전지적 짝사랑 시점’ 에세이도 내고 웹툰도 냈어요. 그 외에도 세계관을 스핀오프해 MBC 드라마로 스케일업한 ‘연애미수’라는 작품을 제작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해당 IP로 글로벌 OTT에 유통될 장편 시리즈를 준비 중이에요.”
이승윤 ‘전짝시’라는 세계관 안에서 다양한 콘텐츠가 나오면서 기존 세계관에 친밀도가 높은 사람들이 에세이를 사거나 웹툰을 보는 형태로 이어지는 모습을 많이 봤겠군요. 그리고 쇼트폼도 만들고 이걸 또 미드폼·롱폼으로 만드는 일을 계속하는데 형식이나 제약성도 달라 쉽지 않을 것 같거든요. 힘들었거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뭔가요.
이민석 “저는 수익 구조 위주로 이야기를 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익 비율이 좀 달라요. 쇼트폼은 광고에서, 미드폼과 롱폼은 광고와 유통을 함께 묶어야 해요. 특히 롱폼은 수익을 철저하게 다양한 방식의 유통 사업에서 얻어요. 그런데 유통 과정에서 콘텐츠를 사 가는 매체(플랫폼)는 그 수익을 광고나 가입자에게서 얻죠. 각 수익이 중요하지만 쇼트폼·미드폼·롱 폼을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는 구조 자체가 쉽지 않더라고요. 끌고 가는 포인트가 다른 거예요. 예를 들면 쇼트폼은 고객에게 맞추면서도 브랜드 친화적이어야 할 것. 롱폼은 유통과 고객 양쪽을 공략해야 해요. 이것을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제작을 인하우스에 뒀어요.”
이승윤 참고할 사례가 있나요.
이민석 “신카이 마코토 감독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어요.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이지만 다른 거장들과의 차이점은 광고 애니메이션을 많이 제작했다는 거예요. 흥미롭게도 광고 애니메이션에서 시도된 장면을 장편 영화에도 쓰고 있어요. 브랜드 광고 애니메이션을 하고 미드폼처럼 중간 사이즈로 ‘언어의 정원’ 작업도 했죠. ‘너의 이름은’ 역시 그 과정을 보면 미드폼이 있었어요. 즉 자신이 기존에 썼던 것을 장편에 써요. 제작 기반에서 보면 쇼트폼·미드폼·롱폼 역시 환경과 고객들이 다르잖아요. 쇼트폼은 주로 무료 고객, 롱폼은 유료 고객이란 식으로…. 우리도 시도했던 기획들을 스핀오프해 장편에 던질 수 있고 장편에서 일부 외전을 쇼트폼화할 수도 있고 브랜드로 만들면서 유연하게 대처할 것 같아요. 이렇게 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홍보와 동시에 IP의 생명력을 길게 이어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승윤 단순히 세계관 구축을 넘어 수익 구조와 콘텐츠 형태마다 다른 소비자도 함께 생각해야 하는 중요한 부분이네요. 마지막으로 와이낫미디어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세요.
이민석 “일단 내부에서 IP 개발은 쇼트폼 위주로 하고 있지만 중·장편으로도 나아가기 위해 인프라 구축에 힘쓰고 있어요. 최종적으로는 한국에서 제작했던 IP를 세계적으로 확장하는 부분에도 관심을 두고 있고 크로스오버를 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예를 들어 일본에 중요하고 좋은 IP들이 잔뜩 쌓여 있잖아요.”
이승윤 네, 맞아요.
이민석 “우리 작품이 일본의 OTT인 아베마TV에서 1등도 해서 대중적으로 알려졌어요. 그래서 일본의 주요 출판사나 게임사의 IP들을 가지고 프랜차이즈 작업을 하거나 우리 IP를 출판이나 게임으로 만들 작업도 생각하고 있어요. 일본은 원작 IP성에서 강하고 우리는 제작이니까…. 가교를 넘는 작업을 계속하고 싶어요. 결과적으로 이 과정을 통해 구축한 작품들을 주기적으로 보여줄 수 있도록 활동 계획을 세우고 있어 많은 관심을갖기를 바라고 있어요.” 이승윤 건국대 경영대학 마케팅분과 교수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