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남녀 10명 중 8명 결혼은 필수 아닌 선택, 자녀 출산 역시 선택 90.0%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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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를 중심으로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이 같은 인식이 확산되는 이유는 현실의 장벽을 마주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결혼’과 ‘출산’에 대한 필요성은 높게 평가한 반면, 이를 더 이상 필수가 아닌 선택사항으로 여기는 태도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10명 중 7명(71.3%)은 ‘결혼’을 인생에서 필요한 경험으로 여기고 있었고, ‘출산’ 역시 필요한 과정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했다(74.9%). 전반적으로 결혼과 출산 경험이 인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71.3%)하는 반면, 생애주기에 맞춰 당연히 해야 하는 ‘의례’로 생각하는 인식은 옅어진 모습이었다.
‘결혼·출산은 필수 아닌 선택’ 남성보다 여성, 특히 20대女 높았다
10명 중 8명 이상의 응답자(82.9%)들이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 사항이라 답했으며, 결혼을 하더라도 자녀를 낳는 것 역시 선택의 문제라는 응답이 90.0%에 달했다. 이러한 인식은 연령에 관계없이 모두 높은 공감도를 보이고 있었다. 특히 여성과 20대 저연령층에서는 결혼(남성 16.8%, 여성 38.2%/20대 32.8%, 30대 28.0%, 40대 26.8%, 50대 22.4%)과 출산(남성 13.4%, 여성 34.0%/20대 35.2%, 30대 26.8%, 40대 18.4%, 50대 14.4%)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고 평가하는 경향이 타 연령층 대비 높았다.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 결혼 및 출산으로 여성들의 경력이 단절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아무래도 개인의 성장에 관심이 많은 사회 초년생과 여성의 비혼, 비출산 의향이 타 연령대보다 높게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결혼 어렵게 만드는 장벽, ‘경제적 부담감’이 가장 커
그렇다면, 비혼주의가 늘어난 배경은 무엇일까. 현실적으로 결혼을 어렵게 만드는 장벽으로 안정적인 주거 마련의 어려움(57.0%)과 경제적 상황이 여유롭지 못한 점(41.4%)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사회초년생들의 비중이 높은 미혼자들의 경우 결혼자금으로 모아 둔 돈이 없어서(40.0%), 취업준비 등 경제적 불안정(38.1%)을 이유로 결혼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높았다.
‘결혼·출산은 필수 아닌 선택’ 남성보다 여성, 특히 20대女 높았다
전체 응답자 10명 중 9명(89.6%)은 우리나라는 돈이 없으면 결혼하기 힘든 사회라는 데 높은 공감을 하고 있다. 오히려 결혼하지 않고도 혼자 충분히 잘 살 수 있다(79.8%), 혼자서도 잘 사는 사람들이 멋있어 보인다(50.9%)는 응답이 높게 나와 비혼의 삶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혼자들 아이 낳지 않는 이유 역시 경제적 부담감 때문
출산은 선택이라는 인식 역시 경제적 부담감의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기혼 응답자 10명 중 8명(76.6%)이 앞으로 자녀 계획은 없는 편이라고 답할 정도로 향후의 출산 의향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은 했지만 자녀를 갖지 않는 이유로는 경제적 부담(31.5%)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자유로운 삶의 어려움(30.3%), 임신 과정에 대한 두려움(29.2%), 육아 부담감(29.2%)이 뒤를 이었다.
‘결혼·출산은 필수 아닌 선택’ 남성보다 여성, 특히 20대女 높았다
전체 응답자 10명 중 7명(70.6%)은 육아 및 교육비용에 대한 큰 부담감이 현실적으로 출산을 어렵게 하는 장벽이라고 응답했다. 자녀를 ‘잘’ 키울 만큼의 경제적 수준을 만들기가 어렵고(64.1%, 중복응답), 가정의 경제 상황이 여유롭지 못한 점(53.4%)을 언급한 것으로, 실제 자녀를 낳고 싶어도 돈이 없어 낳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는 응답이 80.2%에 이를 만큼 경제적 부담감이 출산 기피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나아가 미래의 자녀에게 경제적 지원을 해줄 수 없다면 차라리 낳지 않는 것이 좋다(54.5%, 동의율)는 인식도 절반 이상에 달하기도 했다.

출산율 감소 시대적 흐름, 임시방편 정책은 해법 안돼
응답자 절반 이상이 ‘출산율 감소’ 문제는 어쩔 수 없는 시대적 흐름(58.9%)이란 인식이 뚜렷했다. 때문에 앞으로 합계 출산율은 더욱 낮아질 것이며(85.0%) 이로 인해 한국사회에 심각한 문제가 초래될 것(89.3%)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게 나타났다. 결혼과 육아 비용에 대한 부담감(68.7%), 젊은 세대의 경제적 어려움 가중(53.3%),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운 노동 환경(48.8%) 등 사회 구조적 문제가 출산율 저하의 핵심 이유로 지목된 만큼 근본적인 사회 시스템의 개선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특히 임시방편의 현금성 지원만으로는 출산율 증가를 위한 뚜렷한 해법이 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었다.
‘결혼·출산은 필수 아닌 선택’ 남성보다 여성, 특히 20대女 높았다
응답자들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출산 및 육아 휴직 확대 시행(53.7%, 중복응답), 출산 및 육아 수당 지급(53.1%), 노동 환경 개선(51.2%) 등 부모의 육아 부담을 덜어주고, 자녀를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해 보이며, 무엇보다 부동산 시장 문제 해결(80.4%, 동의율) 등의 근본적인 사회 구조 개선안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