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이마트 매출 뛰어넘으면서 새로운 강자로
1분기 매출, 쿠팡-이마트-롯데쇼핑 순으로
롯데쇼핑 마트 부문, 이마트와 격차 커져…백화점은 접전
쿠팡의 성장세는 무섭다. 신세계 유통 계열사 전체의 매출 규모는 여전히 쿠팡보다 크지만 이마트와만 비교하면 쿠팡이 이를 넘어선 상태다. 롯데쇼핑의 매출은 쿠팡과 이마트보다 한참 밑돈다. 유통업계의 경쟁 구도는 ‘롯데-신세계’ 구도에서 ‘쿠팡-신세계 그리고 롯데’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1분기 실적 보니…격차 벌어지는 ‘롯데-신세계’주요 유통 회사들의 1분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됐다. 1분기 주된 변화는 신세계와 롯데의 매출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마트는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7조1354억원, 영업이익은 137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1.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0.4% 급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작년 실적이 좋았던 역기저 효과와 물가 상승으로 인한 장바구니 부담 상승의 영향이다.
백화점과 면세점 사업부문이 포함된 신세계는 매출 1조5634억원, 영업익 1524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쇼핑은 1분기 매출 3조5616억원과 112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신세계그룹과 비교하면 매출 규모에서 차이가 난다. 이마트와 신세계의 합산 매출은 8조6988억원으로, 롯데쇼핑의 매출보다 2.4배 많다.
‘마트’ 부문에서 양 사의 매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롯데마트(슈퍼 포함) 부문의 매출은 1조7730억원, 영업이익은 400억원이다. 같은 기간 이마트(트레이더스·노브랜드 포함)는 4조1099억원의 매출과 64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마트의 매출은 롯데마트의 2.3배다.
또한 롯데쇼핑이 ‘업계 1위’를 유지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백화점 사업은 신세계와의 매출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한국 백화점 가운데 가장 많은 점포(32개)를 운영하고 있지만 신세계(13개)·현대(16개)와 매출 격차는 1000억~2000억원 수준이다.
1분기 롯데백화점의 매출은 7960억원, 영업이익은 1310억원이다.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은 매출 6209억원, 영업이익 1103억원을 기록했다. 양 사의 매출 격차는 1751억원으로 줄었다. 현대백화점 매출은 5727억원, 영업이익은 952억원이다.
5년 전인 2018년 1분기와 비교하면 그 변화를 알 수 있다. 당시 롯데백화점 매출은 8218억원으로, 신세계백화점(4257억원)과 2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개별 점포 경쟁력 면에서도 롯데가 앞선다고 말하기 힘들다. 지난해 기준 전국 백화점 점포 가운데 매출 1조원 이상을 기록한 곳은 11개다. 신세계가 4곳(강남점·센텀시티점·대구점·본점)으로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현대와 롯데가 각각 3곳에서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40여년간 한국 백화점 매출 1위를 기록해 온 롯데 본점은 2017년부터 신세계 강남점에 자리를 내줬다. 뒤바뀌는 업계 판도, ‘쿠팡-신세계’ 구도로 정착 중특히 최근 가장 경쟁이 치열한 이커머스에서는 이미 격차가 크게 벌어진 상태다. 쿠팡이 독보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고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사업부문이 이를 추격하고 있다. 반면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사업부문은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1분기 이마트 자회사로 있는 SSG닷컴과 G마켓의 총매출은 7244억원이다. 회사별로 SSG닷컴이 4213억원, G마켓이 3031억원을 기록했다. 마케팅과 물류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영업이익은 내지 못하고 있다. 두 회사의 영업 적자는 265억원이다.
‘롯데온’을 운영하는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부문의 매출은 290억원에 그친다. 영업 적자는 200억원이다. 롯데쇼핑은 “지난해부터 수익성 개선에 집중한 결과 3개 분기 연속으로 영업 적자가 큰 폭으로 줄었다”고 설명했지만 매출 성장세는 더디다.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사업부문의 매출은 2020년 1분기 480억원에서 2021년 1분기 280억원으로 줄었고 지난해 1분기 260억원에 그쳤다. 올해 1분기는 이보다 소폭 늘어 290억원까지 올랐지만 경쟁사와 비교하면 매출 격차가 크다.
이에 따라 유통 판도는 과거 ‘롯데-신세계’ 구도에서 ‘쿠팡-롯데-신세계’ 구도로 변화하고 있다. 쿠팡은 매출 규모 면에서 롯데를 제친 것은 물론 신세계와 이마트까지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은 1분기 매출 58억53만 달러(약 7조3990억원), 영업이익 136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됐다. 같은 기간 이마트의 실적(7조1354억원)을 넘어섰다. 쿠팡은 지난해 3분기 103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이후 3분기 연속 영업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김범석 쿠팡 의장은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전체 유통 시장보다 몇 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활성 고객도 늘고 있다”며 “우리의 여정은 이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한국 소비자들이 방문 가능한 1인당 오프라인 소매점 공간 규모는 미국 대비 10% 이하”라며 “고객은 오프라인에서 제한된 상품군, 높은 가격을 마주한다. 쿠팡이 유통업 침체에도 계속 성장하는 이유는 기존 오프라인과 상반된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활성 고객(꾸준히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유료 고객)’이 점차 늘어나는 점도 쿠팡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쿠팡의 1분기 활성 고객은 1901만 명으로 전년 동기(1811만2000명) 대비 5% 증가했다. 이 기간 1인당 고객 매출은 305달러(약 38만9050원)로 전년 동기 대비 8% 늘었다.
롯데쇼핑도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구조 조정을 단행하며 수익성 개선에 중점을 뒀다면 올해는 사업부문별 경쟁력을 강화해 매출을 다시 늘릴 계획이다.
우선 백화점은 ‘강남 1등 점포’를 만들기 위한 전략을 이어 가는 한편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집객 프로모션을 확대해 상권 내 경쟁력을 강화한다. 마트와 슈퍼는 올해 본격적인 시너지 체계 구축을 통해 그로서리 사업에 집중한다. 이를 위한 통합 소싱 조직을 구축하고 있다. 이커머스는 정보기술(IT) 역량 내재화, 물류비 절감을 위한 배송 효율화, 고마진 상품 중심 운영, 고객 만족(CS) 대응 시스템 고도화 등을 통해 적자 축소 기조를 이어 간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쿠팡의 흑자 전환은 시장에서 전망했던 시기보다 1년이나 일렀다”며 “전통적인 유통 업체들은 이미 경쟁에서 밀려난 상황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몸집을 불릴지 무서울 정도다. 쿠팡을 중심으로 유통 시장이 재편되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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