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일인 2022년 5월 10일 전후로 직전 1년간 전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무려 12.5%였다. 1년간 매매가 상승률이 두 자릿수에 달한 것은 2000년대 들어 2002년과 2006년밖에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상승률이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 시장 분위기가 달라졌다. 윤 정부 출범 이후 현재까지 1년간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9.8%나 하락했다. 전년 대비 하락률이 10%에 육박했던 것은 2000년대 들어서는 한 번도 없었던 일이고 1998년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사태 이후 최초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1년 전만 하더라도 펄펄 끓던 시장 분위기가 1년 사이에 싸늘하게 식었다. 역대급 상승세에서 1년 사이에 역대급 하락세로 바뀐 것이다.
전셋값 하락률 12.3%매매 시장뿐만 아니라 전세 시장에서도 분위기가 반전됐다. 윤 정부 출범 직전 1년간 전국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8.6%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1년간 전셋값 하락률은 12.3%에 달해 역대급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매매가와 마찬가지로 IMF 외환 위기 사태 이후로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한 것이다.
한국은행의 소비자심리지수 중 주택가치전망지수도 1년 사이 급락했다. 이 지표는 1년 후 주택 시장에 대한 일반인들의 전망으로, 100이 넘으면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고 100 미만이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그런데 윤 정부 출범 직전이던 2022년 4월 114였던 지수가 2023년 4월 87까지 떨어졌다. 그나마 작년 11월 61까지 떨어졌던 지수가 회복 중이지만 ‘87’이라는 지수 자체는 1년 후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 믿는 사람이 여전히 더 많다는 뜻이다.
수요 대비 공급 수준을 알 수 있는 지표인 미분양 물량도 지난 1년간 급격히 늘어났다. 2022년 3월의 전국 아파트 미분양 물량은 2만7974채였는데 1년이 지난 올해 3월 7만2104채에 이르고 있다. 1년 사이 미분양 물량이 2.6배가 된 것이다.
주택 시장과 관련된 각종 지표가 1년 사이 나빠진 것이다. 그러면 도대체 1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정권이 바뀌어 부동산 정책이 바뀌니 집값이 잡힌 것일까. 그렇지 않다.
지난 1년간 시장의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은 것은 바로 미국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때문이다. 윤 정부 출범 직전이던 2022년 3월부터 시작된 기준금리 인상은 역대급으로 빠른 속도로 이뤄져 2022년 3월 초에 0.25%였던 것이 2023년 5월 5.25%로 5.00%포인트나 인상됐다. 이렇게 단기간에 대폭으로 금리가 인상됐던 적이 없는 만큼 시장에 끼친 충격도 역대급이라고 할 수 있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니 주택 담보 대출 금리도 올랐다. 새로 집을 사고자 하는 잠재 매수자의 이자 부담이 과거 저금리 시대에 비해 몇 배나 커졌다는 의미다. 이러면 당연히 매수세는 줄어들게 된다. 더욱이 변동 금리 조건으로 기존에 주택 담보 대출을 받았던 사람의 경우 매달 지불해야 하는 이자가 늘어나게 되면서 매도를 고려할 수밖에 없게 된다. 매수자가 줄어드는데 매도자가 늘어나니 집값이 자연스럽게 떨어지게 됐다.
전세 시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전세 자금 대출 금리가 급등하자 전세보다 월세로 임대하려는 사람이 늘어났고 (대부분 변동금리인) 전세 자금 대출을 기존에 받았던 사람도 대출 이자가 급증하면서 전세를 기피하게 됐다. 이러니 전세 시장도 수급이 맞지 않게 되면서 전셋값 약세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전세 시장이 약세를 보이니 (주택 담보 대출을 받지 않고) 전세를 끼고 집을 사려는 사람의 자금 부담이 커지면서 주택 매수세 감소로 이어지기도 했다.
한마디로 지난 1년간 주택 시장에서 벌어진 일들은 윤 정부의 부동산 정책 변화에 기인했다기보다는 미국발 금리 인상의 폭발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여전히 국회 문턱 못 넘은 취득세 개편안
이런 급격한 주택 시장 변화에 대응해 주택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윤 정부에서 한 일은 그리 많지 않다. 물론 윤 정부에서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극단적인 여소야대의 국회에서 여당이나 정부에서 발의한 규제 개혁안이 통과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주택 거래 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취득세 개편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밖에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나 분양권 실거주 의무 폐지 등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법안이 한두 개가 아니다.
하지만 “야당의 비협조로 아무 일도 못한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변명이다. 규제 개혁이 지체되고 있는 현실을 야당 탓으로만 돌린다면 그것을 풀어 나갈 능력이나 의지가 현 여당이나 정부에 부족하다는 의미도 된다. 더 나아가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과 여전히 이중삼중 묶여 있는 규제 때문에 침체된 주택 시장의 현 상황들을 마치 본인들이 정책을 잘 세우고 집행해 그렇게 된 것처럼 오도하기까지 하는 경향도 있다.
윤 정부의 성적은 “1년 전 대선 때 국민들에게 내세웠던 공약이 얼마나 잘 지켜졌는지”를 기준으로 매겨져야 한다. 불과 1년 전에 내세웠던 공약들을 국민들은 잊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국회의 협조를 얻어야 하는 것들이 많고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는 것이 순서다. 지난 1월 있었던 규제 지역 해제나 2월부터 활성화된 특례보금자리론 같은 경우가 (국회의 협조 없이 규제를 완화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사례를 만들 필요가 있다. 거래 활성화를 위한 ‘토지거래허가지역 해제’라든지, 역전세난 방지를 위해 전세 보증금 반환 대출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예외 조치 같은 것은 국회와 아무 상관이 없는 규제 완화라고 할 수 있다.
안 되는 이유는 누구나 대기 쉽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일을 되게 만드는 것이 ‘진짜’ 능력인 것이다. 2년 차를 맞는 윤 정부를 국민들이 기대 반 의심 반의 눈초리로 보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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