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유류분반환청구 소송은 ‘가족의 전쟁’으로 불린다. 소송 과정에서 은밀한 가족 간 돈거래가 속살을 드러내며, 드라마 속 막장 서사가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전쟁의 서막은 대개 예견된 일이 많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누구나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고는 하지만 으레 더 마음이 가는 자식이나 형제가 있기 마련이다. 더욱이 현대사회에서 평균 수명이 늘고, 이혼, 재혼, 졸혼 등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등장하면서 그 ‘공평의 기준’이 누군가에게는 상처로 적용되는 일이 적잖이 발생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런 가족 간 갈등의 골은 점점 더 늘어나는 양상이다.
실제 대법원 유류분소송 통계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전국 법원에 접수된 유류분청구소송 건수는 1444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0년 전(452건)보다 219% 증가한 수치다.
본래 우리나라는 조선시대는 물론 제정 민법 당시에도 유류분 제도가 없었지만, 민법이 1977년 12월 31일 법률 제3051호로 개정되며 비로소 유류분 제도가 도입됐다. 유류분 제도는 상속받을 사람의 생계를 고려해 법정 상속인 몫으로 유보해 놓는 상속재산의 일정 부분을 말한다.
즉, 상속인 또는 근친자에게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해 일정한 형태의 권리를 인정함으로써 피상속인의 재산 처분의 자유를 제한하는 제도다. 현행 민법에서 유류분은 직계비속과 배우자의 경우 법정상속액의 2분의 1,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3분의 1을 인정하고 있다.
당시 관련 자료들을 보면 유류분 도입 주장은 법정상속에서 남녀평등의 요청이 관철되는 것을 전제로 보완장치로서 주장되거나 여권신장, 상속재산에 대한 기여의 청산 보장 등을 근거로 하면서 가부장적이고 남녀차별적인 일부 세대의 상속 관념을 개혁하고자 한 것이 골자다. 하지만 유류분은 균등한 상속재산 분배라는 당초 취지에도 불구하고 분쟁의 불씨가 돼 왔다. 비단, 이는 우리나라뿐만의 일은 아니다.
해외에서도 우리나라처럼 유류분 제도를 현대사회에 맞게 다시 수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다. 특히,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등 유류분 제도가 있는 나라에서는 피상속인이 유류분에 대해 제한을 가할 수 있도록 법에 명시하고 있다. 독일은 2010년 1월 1일부터 시행하는 민법 개정을 통해 유류분 반환 비율을 줄였다. 상속 개시 전 1년간 증여가 이행된 경우에는 증여재산이 100% 산입되고, 상속 개시 전 1~2년간 증여가 이행된 때에는 90% 산입하는 식으로 해서 상속 개시 전 9년에서 10년 사이에 증여가 이행된 경우에는 10%가 산입되며, 그 이전의 증여는 산입되지 않는다고 한다.
오스트리아 민법에는 ‘피상속인이 곤경에 처해 있을 때 자녀가 조력을 제공하지 않고 방임한 경우’에 자녀의 유류분권을 상실시키도록 하고 있고, 체코의 민법에는 ‘피상속인이 질병, 고령이나 기타 곤경에 처해 있을 때 조력을 제공하지 않은 때’에 직계비속의 유류분을 상실시킬 수 있도록 했다. 일본도 유류분 제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상속법’을 개정해 특별수익에 산입되는 기간을 명문화하는 등 관련 법 개정에 속도를 내온 만큼 이번 우리나라 헌재 결정에도 변화의 바람이 깃들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헌재는 17일 논의된 청구인 측 대리인, 법무부, 참고인들 진술을 종합해 유류분을 규정한 민법 조항들에 대한 위헌성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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