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 교체 이어 클라우드 위주로 개편 선언
다음, CIC로 분리... 카카오페이도 새로운 청사진 그려
올해만 네 번째 서비스 장애로 쓴소리 이어져

[이명지의 IT뷰어]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모습.(사진=한국경제신문)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모습.(사진=한국경제신문)
카카오 그룹사들이 5월 들어 사업 재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먼저 B2B 전문 기업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입니다. 지난 17일,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이경진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습니다.

이 신임대표는 클라우드 분야에서 약 20년의 경력을 보유한 ‘클라우드 전문가’입니다. 이러한 경력을 지닌 이 부사장이 신임 대표에 낙점된 데에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체질 개선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이 대표의 선임과 함께 클라우드 중심으로 사업을 개편합니다. 이미 타사의 점유율이 높은 공공시장보다 기업 시장을 중심으로 공략한다고 하네요.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사업 재편에 나선 것은 지속된 적자 때문입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1405억원으로 전년 대비 500억원 이상 늘었죠. 그간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물류 플랫폼과 업무용 메신저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쳐왔지만, 지금부터는 '선택과 집중'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겁니다.

물론 클라우드 시장 역시 쉽지만은 않죠.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외국 기업들이 이미 7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와 KT 등 국내 기업들의 활약도 만만치는 않죠.

이에 대해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31일 글로벌 기술 수준의 멀티 가용 영역(AZ)을 출시해 맞섭니다. 멀티AZ는 애플리케이션의 내결함성과 가용성을 향상시키는 데 매우 중요하죠. 하나 이상의 데이터 센터의 워크로드를 배치해 하나의 가용영역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 안정적인 운영을 가능케 하는 것입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외에도 다른 ‘카카오 패밀리’의 재편도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먼저 포털 ‘다음’이 CIC(사내 독립 기업)로 분리됩니다. 신속하고 독자적인 의사 결정이 가능한 조직 체계를 확립해 다음 서비스만의 목표를 수립하고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라고 하네요. 또 급변하는 트렌드에 맞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규 서비스도 출시한다고 합니다.

재편에 나선 것은 실적 영향도 있어 보입니다. 카카오의 지난 1분기 실적에서 다음이 속한 포털비즈 부문은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한 836억원으로 매우 부진했습니다. 이 때문에 카카오는 다음을 분리시켜 새로운 동력을 찾으려 하죠.

카카오페이 역시 ‘3년 내 금융거래 100억건’이라는 목표를 들고 나왔습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부터 성장통을 호되게 앓고 있죠. 주가 하락에 이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손실 130억원을 기록하면서 다시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3년 내 금융거래 100억건’을 위해 카카오페이는 앞으로는 ‘손 안의 개인 금융 비서’로 플랫폼을 발전시킵니다. 획일적인 혜택 대신 가맹점이 고객을 위해 설계한 혜택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내 주변’ 서비스, 카카오가 개발중인 코GP T 2.0에 금융 데이터를 학습시켜 금융 비서를 업그레이드 하는 방안 등이죠.

이처럼 카카오 공동체들이 사업 재편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가운데, 먼저 선행돼야 할 것이 있습니다. 지난 15일, 카카오페이의 기자회견 직후 서비스가 두 시간 되지 않는 이른바 ‘먹통 사태’가 발생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는데요.

올해 들어 카카오 계열 회사의 서비스 장애는 벌써 네 번째입니다. 지난해 10월 카카오는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장기간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브랜드에 큰 흠집을 낸 바 있습니다. 대국민 사과까지 했지만 2023년에도 이어지는 잦은 서비스 장애로 소비자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습니다.

사업 개편으로 ‘반전 드라마’를 쓰려는 카카오 공동체들. 하지만 승부를 겨루기 위해선 기초 체력부터 다져야 할 것입니다. 개편된 서비스를 소비자들이 맘껏 사용하려면 ‘먹통’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할테니깐요.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