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유류분소송 중 사망, 아들이 이어 소송가능할까.
“할아버지께서 큰아버지께만 모든 재산을 물려주신 탓에 아버지께서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셨습니다. 문제는 아버지께서 소송 도중 돌아가셨다는 겁니다. 아직 판결도 나오기 전이라 저희 유족입장에서는 당황스럽기만 합니다”

유류분권자가 자신의 권리행사를 하지 못한 채 사망했다면 권리도 함께 소멸하는지를 두고 당사자 간 눈치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류분권이 대위(본인을 대신하는) 할 수 있는 권리인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엄정숙 변호사는 “유류분권은 권리자가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는 법적 권리 중 하나”라며 “법률상 유류분청구권은 당사자 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권리지만 권리자의 상속인이라면 권리자를 대신해 청구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유류분제도는 상속금액의 최소 기준을 정한 법률이다. 만약 형제가 두 명이라면 받을 상속금액의 절반은 유류분으로 계산된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남긴 총 재산이 2억 원이라고 할 때 각각 상속금액은 1억 원이다. 유류분은 각각 5000만원이다.

‘유류분청구소송’은 돌아가신 분 유언에 따라 모든 재산을 물려받은 상속자를 상대로 나머지 상속자들이 유류분권리를 주장하는 소송이다.

엄 변호사는 “상속은 법률상 물질적인 재산뿐 아니라 피상속인(돌아가신 분)의 재산과 관련된 의무와 권리도 상속된다는 특징이 있다”며 “법률상에는 이를 ‘포괄적 승계’라 하는데 법률적으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유류분권을 포괄적 승계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당사자 간에도 해석이 엇갈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망인(돌아가신 분)의 상속인이 유류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판단한 대법원 판례가 있다. 해당 사건은 유류분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한 채 사망한 피상속인(돌아가신 부모님)의 상속인이 대신해 유류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가 쟁점인 사안이었다.

대법원에서는 ‘유류분 권리자의 상속인은 포괄승계인으로서 유류분청구권을 별다른 제약 없이 행사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즉 유류분 권리자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 채 사망했다면 그의 상속인이 대신 유류분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

따라서 유류분반환청구소송 도중 사망한 유류분권자의 경우에도 그의 상속인이 권리를 승계받아 소송을 이어나갈 수 있다.

반면 유류분권자의 상속인이더라도 유류분청구권을 대신해 행사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유류분권자가 사망 전 상속에 관한 포기 의사를 밝힌 경우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사진=한경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