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 필수라고 생각하는 미혼 남녀 30%도 안 돼···20대 결혼한 커플들 “결혼에 대한 확신 있었다”
노발 글렌 교수팀 논문서 ‘22-25세 결혼, 만족도 높고, 이혼율 낮아’
결혼을 하더라도 결혼 적령기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나이도 늦춰지고 있는 분위기다. 결혼정보업체 듀오에서 발표한 2022년 자료에 따르면, 성혼회원 평균 초혼 나이는 남성 37.0세, 여성 33.9세로 나타났다. 2005년 자료(남 33.8세, 여 30.4세)와 비교했을 때, 남성은 3.2세, 여성은 3.5세 늦춰진 결과다. 통계청이 조사한 ‘신혼부부통계(2021)’에 의하면 혼인 1~5년 차 부부들의 초혼 평균나이는 남편 32.7세, 아내 30.4세였다.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 시대에 평균보다 어린, 20대에 결혼한 이들도 주변에서 적잖이 볼 수 있다. 왜 그들은 일찍 결혼했을까.
결혼식보다 혼인신고 먼저···“확신 있었다”
프리랜서 마케터이자 구독자 13만여 명의 유튜브 채널 '초이프'를 운영 중인 유튜버 강초원(29·여)씨는 동갑내기이자 로스쿨 학생인 남편과 결혼 3년차다. 그는 24살 때 소개팅을 통해 만난 남편과 26살에 혼인신고를 하고 지금까지 결혼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강 씨는 연애 시절 남편이 “로스쿨에 도전해 보려고”라고 말했을 때, 결혼을 결심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장거리 연애, 오랜 학업 기간, 직장인과 학생의 차이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했다”며 “여자친구가 아닌 아내로서 곁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강 씨와 남편은 결혼식을 치르기 2년 전 혼인신고를 했다. 그는 “결혼식보다 나와 배우자의 마음과 믿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양가 가까운 가족만 모여 간단히 식사하고 반지를 나눠 끼는 작은 약혼식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당시 강 씨의 말을 들은 지인들이 걱정을 많이 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그때의 선택이 옳았다고 강 씨는 설명했다. 주부인 윤가람 (28·여)씨는 23살, 1살 많은 남편과 결혼했다. 6년 차 부부인 이들은 연애시절 강원도에 살던 윤 씨와 대전에 살던 남편은 1년간 장거리 연애를 이어갔다. 그는 “남편이 늦은 시간 일을 끝내고 4시간을 넘게 운전해 나를 만나러 오는 모습에 확신을 갖게 되었다”며 “양가 부모님도 우리의 진심을 알아보고 결혼에 적극 찬성해 주셨다”고 말했다.
2살, 4살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워킹맘인 김소현(26·여)씨는 휴가를 위해 본가를 찾았다가 중학교 선배였던 남편과 연인 사이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들은 처음에는 동거 허락을 받기 위해 소현 씨 부모님을 찾았는데, 김 씨의 아버지가 “동거할 거면, 그냥 혼인신고를 해라”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김 씨는 “그런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그냥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결혼을 준비하면서 “성격이 이렇게 다르면 파혼할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 결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이 싸웠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돌이켜보니 그때의 과정이 쌓여 결혼생활을 잘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선박회사에 근무 중인 김채현(25·남)씨는 24세 당시 31세던 장예지(33·여)씨와 결혼했다. 김 씨는 “아내와 함께하는 미래를 그렸기 때문에 이른 나이에 결혼한다는 두려움보다는 기대와 설렘이 더 컸다”고 전했다. 아내인 장 씨도 “연애하면서는 8살이라는 나이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했는데, 결혼 준비를 하면서는 조금 실감하기도 한 것 같다”며 “그래도 남편이 듬직한 스타일이라 큰 두려움 없이 결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장 커플처럼 연상연하커플은 국내에서 1%미만 커플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자료에 따르면, 여성 연상 커플은 19.2%에 불과하다. 특히, 20-24살인 남자와, 30-34살인 여자가 결혼한 경우는 전체의 약 0.09% 정도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평균 결혼 비용 2억 넘어…돈보다 마인드가 더 중요
최근 싱글남녀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경제적 요인’을 많이 꼽는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결혼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결혼자금이 부족해서’가 28.7%로 가장 많았고 ‘고용상태가 불안해서’가 14.6%로 그 뒤를 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주택을 비롯해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예물, 결혼식장 대여 등 비용 나갈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기 때문이다. 듀오에 따르면, 신혼부부의 총결혼 비용은 2억3,618만원이었다. 각 항목별로는 ▲주택 1억9,271만원 ▲예식홀 896만원 ▲웨딩패키지(스튜디오, 드레스,메이크업) 278만원 ▲예물 619만원 ▲예단 729만원 ▲이바지 79만원 ▲혼수 1,309만원 ▲신혼여행 437만원으로 나타났다.
강초원 씨는 대학생 때 부모님께 지원받은 자취방 보증금을 밑천으로 신혼집을 마련했다. 살림살이도 각자 쓰던 것들로 시작한 강 씨는 “결혼을 준비할 때 나와 남편의 신념만 흔들리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다”며 “둘의 선택이 부족한 결혼이 아닌 용기 있는 사람들의 멋진 선택이 되기를 바랐었다”고 말했다.
김채현 씨 역시 “만약 아내가 화려한 결혼 생활을 생각했다면 아마 우리는 결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경제적인 면보다는 사람 자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른 결혼, 포기해야 하는 것도 많지만 얻을 수 있는 게 더 많아...
텍사스 대학교의 노발 글렌 교수팀은 2010년에 진행한 '늦은 초혼과 결혼의 성공' 논문에서 2만 개 이상의 설문조사를 근거로 나이에 따라 이혼율과 결혼 만족도가 다르다는 결과를 얻었다. 여기에서는 만 22-25세에 결혼한 사람들의 결혼 만족도가 가장 높고 이혼율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 씨는 “결혼을 일찍 해서 좋은 점은 생각보다 훨씬 많다”며 “나이가 어리다 보니 양가 부모님께서는 '사위' 혹은 '며느리'가 아닌 새로 자식이 생긴 기분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무엇보다 신혼생활이 길어 추억이 많다는 점이 가장 좋다”고 전했다.
김소현 씨는 “결혼 전에는 철없는 딸로 부모님 속도 많이 썩였지만, 가정을 꾸리고 아이가 생기면서 책임감이 엄청 강해졌다”며 “미혼이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희로애락을 겪으면서 나 자신이 많이 변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출산 후, 변화한 몸이 아쉽긴 하지만 일찍 결혼하면 하루라도 더 사랑하는 사람이라 함께 할 수 있어 좋다”고 전했다.
김채현 씨는 “결혼 직전에는 금전적 개념도 없고 자유롭게 살았다면, 결혼 후에는 좋은 방향으로 많이 변화했다”며 “세상 돌아가는 것이나 돈 관리 방법을 아내에게 배우고 건강한 생활 패턴을 갖는 등 더 성장한 느낌이다”고 말했다.
윤가람 씨 역시 이른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20년 뒤를 생각한다면 일찍 결혼하는 걸 추천하지만 당장의 감정으로 인해 결혼을 서두르는 건 절대 비추천”이라며 “결혼하게 되면 포기해야 하는 것도 많고 생각대로 되지 않는 일이 많아지기 때문에 신중히 생각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미정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그동안 결혼과 양육에 대한 부정적인 접근이 많았는데, 이제 긍정적인 접근이 필요한 때”라며 “일찍 결혼을 하면 생애에 대한 장기적 플랜을 세울 수 있고 빨리 자녀양육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빨리 결혼할수록 많은 정서적 자원을 동원할 수 있고 부부가 함께 축적하고 관리할 수 있는 자원이 생긴다는 이점도 있다“고 전했다.
'행복한 결혼을 위한 7원칙'의 역자인 노동욱 삼육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결혼을 하고 싶을 만큼 확신이 드는 사람을 일찍 만나더라도, 집이 있어야 한다거나 직장에서 자리를 잡아야 하는 등의 사회·경제적 요인들이 결혼을 가로막는 경우가 많다“ 며 "결혼은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동시에 타인의 시선보다 온전히 두 사람의 삶의 행복을 추구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남의정 대학생 기자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