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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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시작된 미국작가조합(WGA) 파업이 장기화하고 있다. WGA는 미국 영화 및 드라마, 예능 대본을 작성하는 할리우드 작가 1만 1500여명으로 구성된 노동조합이다.

이들은 영화·TV 제작자 연합(AMPTP)과의 임금 협상이 불발되자 98% 찬성률로 15년 만에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WGA는 넷플릭스나 월트디즈니 등 스트리밍 플랫폼의 작가 처우와 근무 환경 개선, 그리고 인공지능(AI) 사용 제한을 요구하고 있다.

할리우드 작가는 에피소드 편수로 계산해 임금을 받고 있는데, 공중파에 비해 편수가 적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콘텐츠가 주류로 자리 잡으며 소득이 그만큼 줄어들게 됐다. 비용 절감을 위해 작품당 최소한의 작가만 배치하거나 최저임금을 주고 프리랜서 형태로 고용하는 상황도 빈번해졌다.

올해 들어 디즈니와 애플, 아마존 등 플랫폼 업체들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콘텐츠 제작자를 해고한 소식이 줄줄이 전해지기도 했다.

또 작가 고유의 영역이었던 창작, 즉 대본 작성이 AI에 의해 침해받고 있다. 제작사들은 AI로 대본 초안을 만들어 낸 후 작가들에게 이를 수정, 보완하는 작업을 지시한다. 그리고 수정/보완 작업에 대한 금액만 정산을 해주는 방식이다.

인공지능에 작가들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작가조합은 AI를 활용한 대본 작성과 수정 및 재작성을 금지하고, 작가의 작업물을 AI 학습 훈련에 사용할 수 없다는 조건을 임금 협상안으로 내걸었다.

한편, AMPTP에 포함된 유니버셜, 디즈니, 넷플릭스, 아마존 등 350개 기업은 파업이 길어지면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토크쇼는 물론 드라마, 영화 제작이 중단됐다.

파업에 유명 작가들도 동참하면서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 시즌 5를 비롯해 ‘왕자의 게임’ 속편, 영화 ‘블레이드’도 제작이 중단된 상태다. 당장 타격이 큰 공중파는 이미 방영했던 과거 영상들을 다시 내보내거나 대본이 필요 없는 리얼리티 쇼를 급하게 만들어 대체하고 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