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 금융 '정보'가 이끌 것
인프라 강화, 민간 유입 위한 인센티브 필요
규제 미스매치 해소하고 금융 포용성 있어야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 FI) 아시아 태평양 지역 원탁회의 '지속가능 금융 규제 환경 강화' 세션에서 참가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아찰라 아비싱허 글로벌 녹색 성장 연구소(GGGI) 아시아 국장, 시게루 아리이즈미 일본 금융청 국제 담당 부국장, 기투 조시 인도 재무부 경제 고문, 주니스 여 에코 비즈니스 전무린 하비에르 필리핀 중앙은행 총재 보좌관,  서평석 한국은행 금융안정연구부 부장. 사진 : 이승균 기자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 FI) 아시아 태평양 지역 원탁회의 '지속가능 금융 규제 환경 강화' 세션에서 참가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아찰라 아비싱허 글로벌 녹색 성장 연구소(GGGI) 아시아 국장, 시게루 아리이즈미 일본 금융청 국제 담당 부국장, 기투 조시 인도 재무부 경제 고문, 주니스 여 에코 비즈니스 전무린 하비에르 필리핀 중앙은행 총재 보좌관, 서평석 한국은행 금융안정연구부 부장. 사진 : 이승균 기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보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해당 정보를 기반으로 한 지속가능 금융 활성화 정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아시아 태평양 지역 금융시장은 정책 자금의 투입 없이 단독으로 지속가능 금융 확대가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유인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이에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 FI)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지속가능 금융 규제 환경 강화'를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이번 토론은 UNEP FI가 5월 24일부터 25일까지 양일간 서울에서 개최하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원탁회의의 24일 세션이다. 토론은 주니스 여(Junice Yeo) 에코 비즈니스 전무가 좌장을 맡았다.

패널로는 기투 조시(Geetu Joshi) 인도 재무부 경제 고문, 시게루 아리이즈미 일본 금융청 국제 담당 부국장, 서평석 한국은행 금융안정연구부 부장, 린 하비에르(Lyn Javier) 필리핀 중앙은행 총재 보좌관, 아찰라 아비싱허(Achala Abeysinghe) 글로벌 녹색 성장 연구소(GGGI) 아시아 국장이 참여했다.

좌장을 맡은 주니스 여 에코 비즈니스 전무는 "기후 관련 유럽의 재보험 시장은 민간이 시장 기회를 포착하고 주도하고 있으나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정부 정책 자금 없이 진출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것은 굉장히 핵심적 메시지로 공공 부문의 자금 없이 아태 지역에서 지속가능 투자를 하는 것은 리스크가 있다고 금융시장이 판단하는 것"이라며 "아태 지역 규제 당국과 정책 입안자가 미래 지속 가능한 금융이 어떤 규제·정책 방향을 가져야 하는지 논의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지속가능 금융, '정보'가 이끌 것

토론에서 시게루 아리이즈미 일본 금융청 국제담당 부국장은 최근 개최한 G7, G20 정상회의에서 논의된 지속가능금융 안건을 전하며 지속가능 금융을 촉진하는 최우선 요소로 정보를 꼽았다.

그는 "건설적인 논의를 하기 위한 기반 정보가 있어야 투자 의사결정도 가능하므로 공시 정보가 지속가능 금융, 넷제로 경제로의 전환을 이끄는 핵심 드라이브가 될 것"이라며 "이러한 정보는 비교 가능성, 일관성,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오는 6월 최초의 지속가능성 및 기후 관련 보고를 위한 글로벌 표준을 발표할 예정이다. 시게루 부국장은 "공시 표준은 적절히 이행되고 다른 이니셔티브와 상호 운용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이를 위해 국제증권감독기구(ISOCO)는 ISSB와 함께 2024년까지 공시 가이던스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게루 부국장은 ISOCO 이사회 부의장이다.

지속가능 금융 시의성, 효과성 살펴야

기투 조시(Geetu Joshi) 인도 재무부 경제 고문은 지속가능 금융의 시의성과 효과성에 주목했다. 기투 고문은 "기후 행동을 위한 자금을 시의적절하게 조달하는 것과 전체 환경 시스템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정부와 다자개발 글로벌 펀드 등을 활용해 민간 금융도 기후 행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다수의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며 "민간 금융의 참여를 위해 가격 메커니즘을 보완하고 이를 통해 저탄소 경제와 금융을 연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격 메커니즘 보완은 탄소국경조정제도, 탄소 배출권 거래 등을 통해 탄소 비용을 비즈니스에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지속가능 금융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서 지속가능발전 목표와 연계한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는 "자연과 생물다양성에 대한 구체적 공시와 사회적 임팩트 투자에 대한 개념 확장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자금 투입의 효과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시장 실패 보완하고 인센티브 제공

서평석 한국은행 금융안정연구부 부장은 시장 실패를 보완하고 시장 메커니즘을 원활하게 만드는 데 지속가능 금융의 발전이 달려있다고 봤다. 서 부장은 "지속가능 금융의 모멘텀 강화를 위한 정부 역할은 인프라 강화와 인센티브 제공"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지속가능 금융과 관련해 민간의 이해를 제고하고 민주적인 과정을 통해서 국민의 동의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리스크에 대한 정보 뿐만 아니라 경제적 기회에 대한 정보도 제공해야만 지속가능발전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를 위해 먼저 정보 인프라를 강화해 민간이 주도적으로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적절한 탄소 거래 시장을 조성하고 탄소 가격을 형성해 민간에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서 부장은 "아시아 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여전히 녹색 금융에 대한 접근이 제한적 상황"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기후위기에 관한 성과를 측정하고 정보를 공개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책 미스매치 해소하고 포용성 있어야

아찰라 아비싱허 GGGI 아시아 국장은 지속가능 금융 규제와 인센티브 정책의 불일치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찰라 국장은 특정 국가를 예로 들며 "1990년대 마련된 에너지 법 등이 개정이 되지 않고 있어 법과 규제 환경을 실물 경제에 맞게 갱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아찰라 국장은 "공정한 전환(정책으로 구조조정에 직면한 산업이나 노동자의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방안)과 관련해 지역적 차원을 고려해야 한다"며 "우리의 논의가 기술적인 논의에 그치면 안 된다. 모든 기준은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켜야 하고 포용적인 부분을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속가능성) 공시만 보더라도 대기업은 필요한 자원을 충분히 갖추고 있으나 중소기업은 많은 경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역량 강화가 아주 많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들을 지원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이승균 기자 cs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