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2+1 등 다양한 행사 프로모션 진행
대형마트 못지 않은 싼 가격으로 소비자 그러모아

[비즈니스 포커스]
편의점에서 장을보고 있는 한 소비자.   사진=BGF리테일 제공
편의점에서 장을보고 있는 한 소비자. 사진=BGF리테일 제공
서울 강남에 거주하는 주부 민지아(가명·40) 씨는 요즘 저녁거리나 생필품을 구매하기 위해 편의점을 종종 찾는다.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대형마트가 있지만 차를 타고 가기 번거로워 급하게 생필품이 필요할 때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편의점에서 장을 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가격이 비싸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것은 과거의 얘기”라고 말했다. 신 씨는 “요즘 편의점에는 1+1이나 2+1 등 할인하는 상품이 많아 오히려 고물가 시대에 더 알뜰하게 장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편의점이 대형마트의 오프라인 장보기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집 근처에서 알뜰하게 상품을 구매하는 최적의 유통 채널로 편의점이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편의점을 찾는 소비자들은 요즘 편의점이 매달 다양한 ‘할인 프로모션 행사’를 진행하고 있어 대형마트에 비해 오히려 가격이 저렴한 상품들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게다가 최근에는 생활용품뿐만 아니라 채소·육류 등 대형마트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신선식품까지 구비해 장보기 채널로 손색이 없다는 설명이다. ‘편장족(편의점에서 장보는 소비자들)’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실제로 편의점에서 얼마나 알뜰하게 장을 볼 수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5월 21일 서울 성동구에 있는 한 편의점을 찾았다. 점포 안에 들어서자 여러 제품들이 1+1이나 2+1 ‘할인 프로모션 행사’를 진행 중이었다.

이를테면 대형마트에서 약 1800원에 판매하는 칠성사이다(500mL)의 편의점 판매 가격은 2000원으로 약 200원 비쌌다. 하지만 1+1 행사를 진행하고 있어 한 개에 1000원꼴로 이를 구매할 수 있었다.

이 밖에 다양한 음료 제품들 가격표 앞에 1+1 또는 2+1 행사를 한다는 푯말이 붙어 있어 부담없이 상품을 담았다.

수입 맥주도 대형마트와 가격이 같았다. 4캔에 1만1000원에 판매 중이었는데 상품 종류도 대형마트 못지않게 다양했다. 오히려 대형마트에서 판매하지 않는 제품들도 판매해 선택의 폭이 넓다는 느낌을 받았다.
편의점 가격 협상력 강해져이 밖에 제과류·신선식품·냉동식품·라면 등 다양한 상품들이 프로모션 할인 행사 중이어서 대형마트 대비 비싸지 않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차를 타고 대형마트에 가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편의점에서 장을 보는 게 더 이득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물론 상품 수는 대형마트에 비할 바가 못 되지만 필요한 상품을 구매하는 데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바구니에 담은 상품을 계산하며 편의점 직원에게 “요즘 편의점에 장을 보러 사람들이 많으냐”고 묻자 “장보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는 “특히 요즘에는 할인 프로모션 행사를 하는 제품들 위주로 장을 보는 손님들이 많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편의점의 할인 프로모션 행사 품목은 매달 바뀐다. 최근에는 월평균 1500개 이상 제품들이 할인 프로모션 행사에 들어간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데 여기엔 다 이유가 있다.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 편의점이 가진 위상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과거 편의점들은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기 위해 제조사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협상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거절을 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편의점은 1+1과 같은 할인 프로모션을 통해 소비자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사진=이마트24 제공
편의점은 1+1과 같은 할인 프로모션을 통해 소비자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사진=이마트24 제공
하지만 요즘에는 제조사에서 먼저 할인 프로모션을 제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편의점에서 수많은 제품들 앞에 할인 프로모션 딱지가 붙어 있는 이유다.

“현재 전국의 편의점 수는 5만여 개에 달한다.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자사의 제품을 편의점에 입점시키고 할인을 진행하는 것은 제조사들에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A편의점 관계자는 이렇게 말하며 “편의점의 가격 협상력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특히 신제품의 경우 제조사가 이를 홍보하기 위해 대형마트가 아닌 편의점에 가장 먼저 러브콜을 보낸다. B편의점 관계자는 “주거지, 주요 상권 등 곳곳에 있는 편의점은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빠르게 알릴 수 있는 창구”라며 “신제품은 가장 먼저 편의점에서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이 자사 제품을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 됐다”고 설명했다.대형마트 앞지르는 건 시간문제간단히 식료품을 사던 공간에서 벗어나 이제는 장보기 고객들까지 흡수하며 편의점 시장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수치로도 엿볼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편의점 판매액은 31조1947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대형마트는 34조7739억원으로 집계됐다. 두 업태의 차이는 3조5792억원 수준이다. 전년도 격차(6조1474억원) 대비 약 절반을 줄였다. 온라인 쇼핑에 밀려 대형마트가 저물고 있는 최근의 업황을 감안하면 편의점 판매액이 대형마트를 앞지르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편의점들도 이런 추세를 간파하고 내부에 진열한 상품을 계속 업그레이드하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편의점들은 고물가를 반영해 대형마트보다 싼 제품들을 자체 브랜드(PB)로 선보이며 장보기 고객들을 그러모으로 있다.

예컨대 세븐일레븐은 초저가 상품 브랜드 ‘굿민’을 선보였다. 굿민흰우유(900ml), 굿민안심콩나물, 굿민안심달걀(15구), 굿민한끼두부, 굿민물티슈(70장) 등 20여 종의 상품을 초저가에 판매 중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파트너사와의 상품 원물과 생산에 대한 사전 계약을 통해 양질의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했다.

이마트24도 마진·광고비·유통 단계 등의 가격 인상 요인을 최소화한 PB 라면·생수·휴지 등을 대용량으로 선보이며 ‘편장족’ 사로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생수가 인기다. 2L 묶음 6병을 3000원대에 구매할 수 있어 많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GS25는 고객들에게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1+1 행사를 더욱 확대하고 나섰다. 상온 제품 외에도 최근에는 토마토·사과·버섯 등도 일부 점포에 구비해 놓고 할인 프로모션 행사를 진행 중이다.

CU는 ‘편장족’을 겨냥해 업계 최초로 모든 점포에 신선육(삼겹살·목살)을 내놓기도 했다. 가격도 대형마트와 비슷한 100g당 3000원대다. CU 관계자는 “CU 신선육은 신선하고 맛있다는 입소문을 타며 판매율 90%가 넘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며 “이를 앞세워 최근 식재료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상승했다”고 말했다.

주요 편의점들이 일제히 대용량 제품의 비율을 높이는 것도 최근 나타난 특징 중 하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생활용품들은 1인 가구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소용량 상품들이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최근 편의점 장보기가 보편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대형마트에서나 찾아볼 수 있던 대용량 휴지, 라면 생수 등과 상품들을 계속해 내놓는 있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