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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준금리 인상 중단 시기는 핵심 물가상승률과 기준금리가 맞닿을 때로 예상됐는데 5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준금리는 5.00~5.25%, 4월 핵심 물가상승률은 5.5%를 기록했다. 금리 인상의 마무리 단계가 머지않았다는 의미다. 금리 인상 중단 이후의 그림을 다시 한 번 그려볼 때다.
인상 중단을 변곡점으로 짚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의문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금리 인상 중단 전후로 주식 시장은 낙폭을 키운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과 둘째는 금리 인상의 중단이지 당분간 높은 금리 레벨은 유지될 것이니 경기는 더 위축될 것이라는 점이었다. 이 때문에 이번 분석에서는 유사 사례 평균의 함정보다는 케이스별로 접근했다.
두 가지 의문에 맞춰 참고가 될 수 있는 사례는 총 5차례다. 1980년, 1989년, 1995년, 1997년, 2006년이다. 경제의 기초 금리 체력을 의미하는 자연 이자율과 대비해 기준 금리가 어느 정도 높은 수준인지를 고려해 긴축의 강도를 측정했고 이 시기들은 해당 기준에서 +1표준편차 이상의 긴축 강도에서 금리 인상의 중단과 고금리가 2개 분기 이상 지속된 시기다.
금리 인상 중단 이후 주식 시장 성과는 전반적으로 양호 해당 시기 인상 중단 이후 주식 시장 성과는 양호했다. 1980년을 제외하고 1989년, 1995년, 1997년, 2006년 모두 첫째 금리 인하까지 상승 추세를 보였다. 업종별로는 1989년에는 헬스케어·비내구재·통신 등 경기 방어 업종이 우세했고 1995년, 1997년, 2006년엔 정보기술(IT)·경기 소비재 등 경기 민감 업종이 상대적으로 우세했다. 물론 평균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 그래도 우선 상승한 시기와 하락한 시기 간 차이를 먼저 구분한 후 상승한 시기별 내용을 보면 조금 더 명확한 기준을 세울 수 있을 듯하다.
1980년에는 왜 하락했을까. 상승과 하락을 나눈 원인은 금리였다. 1980년을 제외한 해는 단기 금리가 금리 인상 중단 이후 하락했다. 기준금리가 멈추면 시장 금리가 하락하면서 상대적인 유동성은 완화 효과를 가지게 된다.
반면 1980년 3월 정점을 거친 물가상승률이 8월 재차 두 자릿수에 진입했다. 금리 인상 중단에도 장·단기 금리는 계속해 상승했고 경기는 더블 딥으로 진행됐다. 기준금리는 멈췄지만 시장 금리가 상승하면서 시장 유동성 완화 효과를 주지 못한 것이다. 지금은 어떠한가. 현재 기준금리 5.25%에 모기지 금리는 6%대로 내려온 상태다. 포워드 가이던스 덕에 실제로 멈추지 않았지만 점차 시그널은 가시화되는 중이다. 아직 물가에 대한 노이즈는 불확실성 요소이지만 상승률 둔화가 이어져 준다면 인상 중단은 분명 주식 시장에 긍정적인 요소다.
시장 금리가 하락하고 있다면 다음은 높은 금리 레벨로 인한 문제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금리 인상 중단 이후 잦은 빈도로 경기 침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주식 시장에 큰 조정이 있을 수 있다는 근거이기도 하다.
다만 이는 외생적 요인과 내생적인 요인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외생적인 요인은 통제할 수 없는 충격이고 내생적인 요인은 금리 레벨로 인해 벌어진 이벤트인데 외생적 요인이 고금리 장기화 시기에 벌어졌다고 해서 그 충격을 높은 금리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상승한 시기 중 큰 조정을 거친 경우(1989년, 1997년)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나눠 보다. 상기한 두 시기의 조정 이유는 각각 걸프전과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라는 외생적 충격 때문이었다. 이를 제외하면 어떨까. 내생적 위기라고 볼 수 있는 것은 크게 보면 2008년 금융 위기라고 할 수 있지만 현재는 당시의 학습 효과로 상당히 정책의 대응이 빠르다.
매크로 환경은 시장 금리의 완만한 하락 속 위험 자산에 ‘숨통’을 트이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서 가장 수혜를 볼 수 있는 업종은 무엇일까. 시장 금리 하락이 위험 자산에 미치는 경로는 투자·소비·밸류에이션 개선(수급)이다. 그리고 수요가 경기와 무관하다는 전제하에선 대규모 자금 투자가 필요한 수주 산업도 금리 하락의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금리 인상에서 가장 피해를 본 업종은 신재생에너지 업종이다. 신재생에너지는 정책에 기반한 경기 무관한 수요를 가진 산업이지만 지난해 말부터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으로 피해를 본 업종이다. 풍력 기준 신재생에너지 발전 단지 자금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대출 자금 조달이 80%이고 초기 자본적 지출 비율이 높다. 초기 자금력과 금리 수준이 수주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의미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해상풍력특별법’이 프로젝트 허가 기관과 절차를 간소화해 정책적인 불확실성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신재생에너지에 트리거 이벤트가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현 정부는 태양광에 대해 상당히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고 수소 발전은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RPS) 요건에서 제외됐다. 발전사들의 RPS 충족을 위한 선택지가 줄어든 것이다. 해상 풍력 외에 대안이 적다고 볼 수 있다.
2023년 1월 10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에선 공격적인 목표가 발표되기도 했다. 현재까지 발전 사업 허가는 20.8GW다. MW당 60억원의 사업비를 가정하면 120조원이 넘는 시장이 개화하는 시점이다. 금리 환경이나 정책 환경 모두 신재생에 우호적인 하반기가 예상된다.일본에 대한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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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협력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하반기 이슈로 일본의 전반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증시 상승의 이유는 역시 실적이다. 글로벌 증시 중에서 실적 상향이 두드러지는 국가는 일본과 유럽이다.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12M Fwd. EPS)은 미국과 한국이 하향 조정되고 있는 반면 일본과 유럽은 상향 조정되는 중이다.
일본 내 실적이 상향되는 종목들을 세부적으로 보면 광학센서·집적회로 등 IT 부품, 전선·전력 계통, 자동차·반도체로 구분된다. 그리고 이들의 강세는 일본 수출에서 증명된다. 한국이 수출 악화 속에서 공급망 변화의 수혜를 보는 특정 업종이 있듯이 일본 또한 대외 인프라 수요에 힘입어 글로벌 전력망 확충에 따른 전력 계통(전력량계, 통신 모듈, 집적회로) 등의 수출이 좋았다. 한국은 이러한 종목들이 알파 종목이었지만 일본은 이들이 주도주였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다만 해당 제품들의 수출 모멘텀은 기저 효과와 함께 다소 둔화된 상태다. 실적의 주체는 대외 수요에서 내수로 이동하고 있다. 내수 확장의 기반은 투자다. 일본은 내부 설비 투자와 소프트웨어, 연구·개발(R&D) 투자가 다른 나라들과 달리 늘어나고 있다.
일본에서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일본의 디지털화와 연관이 크다. 일본 정부는 정부·산업·디지털화 기초와 기반 등 세 갈래로 나뉘어 전반적인 디지털화를 내세우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과거와 달리 민간에서도 디지털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비대면 생활을 경험하고 효율화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디지털화에 알맞게 소프트웨어가 투자의 축이다. 2023년도 신규 도입 가능성은 1위 전자계약·계약관리, 2위 인공지능(AI)·머신러닝, 3위 5세대 이동통신(5G), 4위 사물인터넷(IoT) 순이다. 투자증감지수는 1위 BI·데이터 분석, 2위 5G, 3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순이다.
일본을 바라보는 포인트는 선진국이지만 디지털화 여력이 크다는 것이다. 신흥국 대비 수요 여력이 크고 안정적이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가려면 우리 예상보다 더 역동적으로 바뀌어야 할 듯하다. 지난 20년간 미국은 80%, 프랑스·독일이 40~60% 정도 투자를 늘려 오는 동안 일본은 제자리걸음이었다. 정부가 2021년 추가경정예산에서 정보통신기술(ICT) 투자에 1년 과학기술진흥비보다 더 큰 예산을 배정하기도 한 이유다.
해외 기업들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TSMC·구글·마이크론·에퀴닉스 등 글로벌 IT 기업 일본 현지 투자 확대 중이다. 거시적으로 일본에 유입되는 외국인 직접 투자(FDI) 금액은 2021년부터 2배 이상 급증했고 해외 투자처로 핫한 인도와 유사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0년에 걸쳐 공공·민간 부문에 150조 엔 이상을 투자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기도 했다.
한국은 일본의 디지털화에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모두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올해부터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간의 협력이 본격화되고 있는 듯하고 하반기 공급망 협력 이벤트가 많다. 하드웨어 부문은 이미 일본이 잘하고 있는 부문이기도 하고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해제 등의 이해관계는 한국과는 방향성을 잘 봐야 할 이슈다.
소프트웨어는 이야기가 다르다. 디지털화에서 뒤처진 일본은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레벨업이 필요하다. 이 부문에서 네이버의 약진이 기대된다. 일본 정부의 AI 전략에서 ‘클로바’를 가진 라인이 중심적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기술 침투와 함께 이어질 리레이팅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이종빈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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