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 개선·흑자 전환·화학적 결합 완수 최대 과제
그룹 내 에너지통·美 유력 정치가문 이사진 꾸려 지원사격
인수 총 지휘한 김동관 “글로벌 해양·에너지 선도 기업으로 키울 것”

[비즈니스 포커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사진=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사진=한화오션 제공
대우조선해양이 45년 만에 사명에서 ‘대우’를 떼고 ‘한화오션’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처음 시도했던 한화그룹은 우여곡절 끝에 15년 만에 한국의 3대 조선사 중 하나인 대우조선해양을 품에 안았다.

한화그룹은 잠수함과 구축함 등 대우조선해양의 특수선 분야 역량을 흡수해 ‘한국의 록히드마틴’이라는 오랜 꿈을 완성할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추게 됐다. 기존의 항공 우주·지상 방산에 해양 분야까지 더해지면서 육해공 통합 시스템을 갖춘 글로벌 방산 기업으로 도약하게 됐다.

대표이사와 이사진도 ‘한화맨’들로 교체됐다. 5월 23일 임시 주주 총회 직후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홈페이지를 한화오션으로 바꾸고 새로운 광고 캠페인을 론칭했다.

한화그룹의 에너지 사업 분야를 총망라한 이번 광고에는 새롭게 가족이 된 한화오션의 거제 옥포조선소와 에너지 운송 기술(LNG)이 한화그룹이 보유한 태양광·풍력·수소 기술 등과 함께 비중 있게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작업복·안전모에도 ‘한화’…‘대우’ 간판 역사 속으로

대우조선해양은 1973년 대한조선공사 옥포조선소로 출발해 1978년 대우그룹에 인수되면서 대우조선공업으로 이름을 바꿨고 대우조선해양이라는 사명은 2002년부터 사용했다. 2023년 한화그룹에 인수되면서 45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임시 주주 총회를 기점으로 현장에선 대우조선해양 흔적 지우기가 본격화됐다. 옥포조선소의 명물인 골리앗 크레인에는 ‘DSME 대우조선해양’ 글귀가 사라지고 ‘한화오션’이란 새 옷으로 갈아입을 채비를 마쳤다.

현장 작업복과 안전 헬멧 등 작업 장비에도 한화오션 로고를 입히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업무용 메일 주소도 기존 ‘아이디@dsme’에서 ‘아이디@hanwha’으로 변경됐다. 한화오션 직원들은 5월 23일부터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 7~8층에 입주를 시작했다.

전방위적 인력 채용에도 나섰다. 조선업 인력난이 가중되는 와중에 대우조선해양은 경쟁사 대비 낮은 연봉으로 인력 이탈이 심각했다. 2017년 말까지만 해도 1만 명이 넘었지만 2022년에는 8600명 규모로 감소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사진=한화그룹 제공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사진=한화그룹 제공
‘에너지통’ 권혁웅 대표 선임, 美 부시 가문도 합류

이 모든 작업은 2022년 12월 16일 본계약을 한 지 약 6개월여 만에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한화그룹은 한화오션의 조기 경영 정상화를 위해 김승연 회장의 최측근들을 요직에 배치했다.

한화그룹 내 에너지 전문가이자 전략통인 권혁웅 (주)한화 지원부문 부회장을 초대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권 대표는 인수 후 통합 작업(PMI)을 진두지휘하며 조선과 에너지 사업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권 대표는 취임 직후 ‘최고경영자(CEO) 레터’를 통해 한화 정신을 강조했다. 권 대표는 “한화오션의 임직원들은 옥포만 위에 세계적인 회사를 일궈낸 저력이 있고 한화에는 수많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역량 있는 기업과의 시너지로 핵심 사업을 이끌어 낸 성장 스토리가 있다”며 “한화오션의 장점인 기술 중심의 우수한 문화를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친환경 기술 기업, 세계 최고의 경쟁력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선 분야가 아닌 에너지 분야 전문가들이 핵심 경영진에 포진됐다. 김종서 전 한화토탈에너지스 대표는 상선사업부장을, 정인섭 전 한화에너지 대표는 거제사업장 총괄 역할을 맡는다.

인수 작업을 주도했던 김동관 부회장은 기타비상무이사로 경영진에 합류했다. 김 부회장은 한화오션의 빠른 경영 정상화와 해외 시장 확장을 지원할 예정이다. 김 부회장은 “‘정도 경영’과 ‘인재 육성’을 통해 한화오션을 글로벌 해양·에너지 선도 기업으로 키워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외이사진도 화려하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손자이자 부시 전 플로리다주지사의 장남인 조지 P 부시를 선임했다. 조지 P 부시는 미국 공화당 소속 현역 정치인이자 텍사스 주 토지공사 토지집행관을 역임했다.

조지 P 부시가 사외이사로 선임된 배경에는 김 회장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깊은 인연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한미교류협회를 이끌던 2001년 그의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했었다. 조지 P 부시의 부인인 어맨다 부시는 2020년부터 한화솔루션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서울 중구 한화그룹 본사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한화그룹 본사 사진=연합뉴스
20년간 ‘사실상 공기업’…노조 달래기 등 과제 산적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화그룹 앞에는 적지 않은 과제도 놓여 있다. 한화오션이 지난 20년간 KDB산업은행의 그늘에서 사실상 공기업 체제나 다름없었던 만큼 경영 정상화와 체질 개선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한화오션은 최근 2년 사이 누적 적자가 3조원을 넘어섰고 2023년 1분기에도 영업 적자 628억원을 내면서 10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1분기 말 부채 비율이 1858%에 달해 재무 구조 개선이 시급하다.

상황은 녹록지 않지만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 가치 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중심으로 3년 치에 해당하는 약 40조원 규모의 수주 잔량을 보유하고 있어 빠른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나온다.

한화오션은 LNG 운반선, 이중연료추진선 등 고부가 가치 선박과 수상함 등 함정 위주의 수주 전략을 통해 일감과 안정적인 이익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전략이다.

노조와의 관계 개선도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강성 노조로 분류되는 만큼 협렵적인 노사 관계 정립도 주요 이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최근 인수에 따른 위로금 지급을 요구했지만 한화그룹은 현재 경영 상황을 고려할 때 위로금 지급은 어렵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이와 관련해 한화그룹은 2023년 일정 수준의 매출 목표치를 달성하면 기준 임금의 30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잠정 합의한 상태다.

물리적 결합 이후 새로운 경영진과 기존 직원들 간의 화학적 결합도 중요 과제다. 통합 과정은 M&A의 성패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단계다. 점령군과 피점령군의 관계를 만들어 피인수 기업의 핵심 인력들이 반발해 이탈하게 되면 M&A는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2022년 10월 세부 실사가 진행되기 직전 한화그룹에 고용 보장과 단체 협약 승계를 요구하면서 “노사 관계를 경험하지 못한 한화그룹이 대우조선의 문화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듯이 다가와야 할 것”이라며 “점령군과 같은 행동을 하다가는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김 회장이 1981년 회장에 오른 뒤 40여 년간 14차례에 걸친 굵직한 M&A로 한화그룹을 성장시킨 만큼 화학적 결합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고 한화오션도 성공적 M&A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김 회장은 2002년 한화생명(구 대한생명), 2015년 삼성의 방산 및 석유화학 부문 4개사를 인수하는 빅딜로 한화그룹을 재계 7위 그룹으로 일궜다.

한화솔루션·(주)한화·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의 경영 성과와 함께 한화오션의 흑자 전환 달성 여부가 김 부회장의 경영 능력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회장의 장남이자 후계자로 자리매김한 김 부회장이 경영진에 합류해 직접 사업을 챙기는 이유는 한화오션이 그만큼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상징성이 크다는 의미다.

실제 한화오션은 한화그룹이 재계 6위로 도약하는 데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산 총액 기준 재계 7위인 한화(83조280억원)와 37위인 한화오션(12조3420억원)의 공정 자산 총액을 단순 합산하면 한화그룹의 자산 총액은 94조원대까지 늘어나게 된다. 김 부회장을 중심으로 신사업을 본격화한 한화그룹은 한화오션 인수 효과에 힘입어 5대 그룹 진입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안옥희 한경비즈니스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