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만큼 매출 나오는 지역 없어…아모레·LG생건, 탈중국 하고 싶어도 못 해
오늘은 뷰티 쪽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패션'과 '뷰티'를 따로 놓고 보지 않으니, 뷰티도 패션의 한 영역이니까요.요즘 다시 '한한령(한류 금지령)'이라는 단어가 업계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한국의 대표 포털인 네이버는 중국 베이징 등에서 접속이 차단됐습니다. 접속이 된다고 해도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고요. 가수 출신의 배우 정용화는 중국에서 제작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출연이 불발됐다는 소식까지 들립니다.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후인 지난 22일부터 이 같은 문제들이 연속해서 일어나고 있는데요. G7이 중국을 겨냥해 공통의 이익을 위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성명을 냈기 때문입니다. 티베트와 신장 등에 대한 중국 인권을 우려하고, 대만과의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라는 내용도 담았습니다.
그래서 또다시 'K-뷰티'가 고래 싸움에 낀 '새우'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보복에 영향을 받은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죠.
2016년 말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가 결정됐는데, 중국이 이를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2017년부터 '사드 보복'이 시작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자국민의 불매 운동을 부추겼고,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우리나라의 뷰티기업이 불매의 대상이 됐죠.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가 2017년 1월 "서울 백화점이 중국 관광객에게 인기가 있지만 이들은 정체성이 있다"며 "중국인들은 한국 화장품 때문에 국익을 희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압박한 것이 대표적인 일화입니다.
화장품을 콕 집어 언급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만큼 관련 기업들의 중국 매출이 잘 나왔기 때문이죠.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매출 비중은 해외 매출의 70% 수준이었고, LG생활건강의 중국 매출 비중은 해외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이들 기업은 2010년 중반부터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왔습니다. 장사가 된다는 것을 인지한 시점부터 줄곧 중국에 공을 들여왔죠.
문제는 사드 이후 중국에서 한국 화장품에 대한 소비가 줄었고 중국을 대체할 시장을 미리 확보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까지 발생하면서 실적은 크게 내려앉았습니다.
1분기 실적만 봐도 여전히 회복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아모레퍼시픽은 1분기 매출 9137억원, 영업이익 644억원을 기록했는데요.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1.6%, 59.3% 급감했습니다. LG생활건강은 같은 기간 매출 1조6837억원, 영업이익은 1459억원을 기록했습니다. LG생활건강 역시 영업이익이 16.9% 줄었습니다.
실적을 설명하는 자료에 여전히 '중국'이라는 단어는 빠지지 않습니다. 아모레는 실적 악화의 원인에 대해 "중국 매출이 감소한 해외 시장도 전체적으로는 매출이 하락했다"고 설명했고요, LG생활건강은 "전반적인 중국 소비 회복 지연의 영향"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미국, 일본 등 새로운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열심히 나서고 있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입니다.
그래서, 올해도 어쩔 수 없이 중국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의 방역 완화로 올해부터 매출이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를 내비쳤는데요. 여전히 상황은 어렵습니다. 우리 정부가 1월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방역을 강화하면서 중국이 보복 조치를 시행, 이 과정에서 중국 내에서는 한국 제품의 불매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방역 이슈가 잠잠해지니, 이번엔 또 한한령이 재현될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우리 뷰티 기업들은 언제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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