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지의 IT뷰어]
네이버의 멀티미디어 검색 강화 예시.(사진=네이버)
네이버의 멀티미디어 검색 강화 예시.(사진=네이버)
유일하게 구글이 점령하지 못한 국가가 한국입니다. 네이버로 대표되는 토종 포털의 힘이 세기 때문이죠.

그런데 지난 20년간 지켜온 ‘네이버 천하’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습니다. 23일, 웹사이트 분석 업체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검색시장에서 네이버의 점유율은 55.2%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말 64.8%에서 반년 만에 10%포인트 가까이 줄어들었죠. 자칫하면 50%의 벽도 무너질지 모릅니다.

반면 구글의 기세는 무섭습니다. 같은 기간, 구글의 점유율은 26.8%에서 35.3%까지 올랐습니다. 네이버와의 격차는 19.9%포인트까지 좁혀졌습니다.

점유율이라는 건 올랐다가 떨어지기도 하는 거죠. 하지만 시장에서 이를 심상치않게 바라보는 것은 검색 엔진 시장이 챗봇 형태의 AI를 장착하면서 변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5월, AI 챗봇 ‘바드’의 출시를 발표한 구글은 이를 결합한 검색 엔진의 출시를 준비 중입니다. AI의 원조 강자였던 구글이 바드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의 검색엔진 ‘빙’이 오픈AI의 ‘챗GPT’를 장착하면서 점차 시장에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제 검색엔진은 챗봇 AI를 통해 ‘초개인화’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그간 한국의 검색 엔진들은 키워드를 검색하면 그에 맞는 결과를 보여주는 형식이었죠. 텍스트 위주의 정보를 보여줬는데, 무분별한 광고로 인해 진짜 ‘정보’를 찾는 게 갈수록 쉽지 않다는 볼멘소리도 나왔습니다. 여기에 영상에 익숙해진 Z세대들은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에서 정보를 찾는 비율이 늘었죠.

이러한 시기에 등장한 챗봇AI는 보다 개인화된 검색 결과를 보여줍니다. 사용자에게 공통된 정보를 노출하는 대신, 개인의 관심사와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맞춤 정보’를 보여준다는 거죠.

네이버도 대대적인 개편에 나섭니다. 26일, 네이버는 초거대 AI의 등장에 따라 검색의 UI(사용자 인터페이스)와 UX(사용자 경험)에 대해 개편에 나선다고 밝혔습니다. 디자인 개선을 통해 탭 검색 영역을 단순히 카테고리 분류 용도에 그치지 않고, 사용자의 탐색 의도를 파악해 적절한 동선으로 안내하는 일종의 내비게이션 역할을 수행하는 거죠.

여기에 검색 결과에서 쇼트폼, 이미지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 노출도 확대합니다. 인스타와 유튜브까지 견제하겠다는 의도죠.

네이버 검색 UI/UX 디자인을 총괄하는 김재엽 책임리더는 “이번 개편은 사용자 취향에 맞는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에어서치’에 최적화된 디자인이며, 나아가 연내 출시 예정인 서치GPT 사용성까지 고려했다”며 “새로운 검색 패러다임 변화로 사용자의 검색 경험을 한층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검색엔진 시장의 격변의 시대가 막이 올랐습니다. 네이버는 지난 20년간 지켜 온 왕좌 자리에 더 머무를 수 있을까요?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