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과시용 소비에 대한 피로감 높아지면서 리퍼비시 제품에 관심 높아져

리퍼비시 제품, 가성비·합리적 제품이라는 인식 높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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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예비 며느리와 시어머니 사이에서 리퍼비시 혼수를 두고 논쟁을 벌인 이야기가 이슈로 떠올랐다. 리퍼비시 제품이라도 큰 흠이 없는 새 것이라는 젊은 며느리의 입장과 그 모습이 마뜩잖은 시어머니와의 갈등이 커뮤니티에서 화제였다. 그 논쟁의 흐름은 흠집이나 결함보다 좋은 제품을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인지 최근 리퍼비시 제품을 구매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리퍼비시란 구매자의 단순 변심으로 반품된 정상품이나 제조나 유통 과정에서의 오류로 미세한 흠집 등이 있는 제품 또는 단기 전시용으로 사용했던 제품 등을 보수 및 재포장해 새 상품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상품을 말한다. 리퍼비시 제품 구매가 늘어난 이유는 아무래도 경기 불황의 원인이 크다. 고물가 시대, 절약형 소비를 지향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리퍼비시 제품에 대한 관심도가 급증하고 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8명(77.6%)이 ‘리퍼비시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을 정도로 리퍼비시 제품에 관심이 높았다.

제품에 대한 관심도(72.9%)는 성별과 연령에 관계없이 높게 평가되고 있었다. 물가 상승으로 리퍼비시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67.0%, 동의율), 주변에 이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53.0%)는 응답도 적지 않아 고물가 현상이 리퍼비시 제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퍼비시 제품으로 혼수 마련한다는 며느리 vs 안 된다는 시어머니
리퍼비시 제품? 가성비·저렴·합리적 인식 UP / 저품질·싸구려 인식 DOWN
실제로 소비자들은 리퍼비시 제품을 잘만 고르면 횡재할 수 있고(64.6%, 중복응답), 가성비가 좋으며(59.2%), 저렴하고(58.2%), 합리적인(45.1%) 상품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반면 품질이 나쁘거나(20.1%, 동의율) 싸구려라는 인식(7.1%, 동의율)은 극히 드물었다.
리퍼비시 제품으로 혼수 마련한다는 며느리 vs 안 된다는 시어머니
주로 구매한 제품 유형은 이월상품(43.3%, 중복응답)이 가장 많았고, 유통기한은 짧지만, 사용에는 문제가 없는 상품(39.6%), 단순 변심으로 인한 반품 제품(38.0%), 매장에 진열되었던 전시용 제품(38.0%)이 뒤를 이었다. 구매 이유로는 정상 제품과 비교해 가격과 품질에 차이가 없고, 가성비가 좋다는 점을 가장 많이 꼽았다. 특히 단순 반품 제품이나 전시용 제품, 외형이나 포장에 문제가 있는 제품일 경우 사용에는 문제가 없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나 소비자들이 가격과 성능을 고려해 현명한 구매 결정을 내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과시용 소비에 대한 피로감에 몰리는 리퍼비시 제품···10명 중 8명 “남의 시선 의식하지 않는, 합리적 소비 많아질 것”
고물가 이외에 리퍼비시 제품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는 배경에는 과시용 소비에 대한 사회적 피로도가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10명 중 7명(66.3%, 동의율)은 과시하기 위한 소비에 피로감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평가했으며, 제값을 다 주고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는 응답(58.8%)도 절반을 넘었다. 이 때문인지 과시형 소비보다 절약형 소비가 대세인 시대라고 여기는 소비자(68.4%)도 늘어나는 추세였다.
리퍼비시 제품으로 혼수 마련한다는 며느리 vs 안 된다는 시어머니
더불어 앞으로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필요한 제품을 적절히 선택하는 소비 행위가 많아질 것 같다(81.5%, 동의율)는 의견도 10명 중 8명이 응답했다. 또 얼마나 가성비 있는 소비를 했는지 자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 같다(67.5%)는 의견도 높게 나타났다.

젊은층일수록 기왕이면 새제품 선호···그럼에도 리퍼비시 제품에 긍정적 인식
응답자 10명 중 7명(74.8%)은 향후에도 리퍼비시 제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전문 매장을 방문해보고 싶다는 응답은 81.9%에 달했다.
리퍼비시 제품으로 혼수 마련한다는 며느리 vs 안 된다는 시어머니
리퍼비시 제품 구입은 고물가 시대에 정상 제품 대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89.8%, 동의율)이며, 가전이나 가구 등 고가의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 좋다(79.6%)는 평가도 높게 나타났다. 리퍼비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똑똑한 소비 활동이라는 데에 공감하는 시각(76.9%)도 높았다. 물론 오래 사용할 계획이라면 새 제품을 사는 것이 낫고(59.9%, 동의율), 고가의 제품은 진열 제품보다 새 제품을 사는 것이 좋다(52.3%)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특히 저연령층일수록 비싸더라도 중고보다는 새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20대 52.8%, 30대 52.8%, 40대 42.8%, 50대 40.8%)이었다. 그럼에도 리퍼비시 제품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 인식이 높았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