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화재, 5년간 1234건…매년 증가 추세
LG전자 에어컨 화재 건수, 삼성전자보다 높게 나타나
화재 예방할 수 있는 기능 들어간 제품 관심 받아
기상청은 이번 여름이 평년보다 더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상청이 발표한 ‘3개월 기온 전망’에 따르면 6~8월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확률은 40%다.
이른 더위에 에어컨 사용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화재도 늘어나고 있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NFDS) 분석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2022년) 에어컨으로 인한 화재는 1234건이고 사상자는 86명(사망 11명, 부상 75명)으로 나타났다. 선풍기로 인한 화재도 584건, 7명이 숨지고 38명이 다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는 더위가 시작되는 5월부터 화재 건수가 증가하기 시작해 7~8월 기간 동안 가장 많은 화재가 발생했다. 에어컨 화재의 주요 원인으로는 전기적 요인이 78%(957건)로 가장 많았고 선풍기 화재 역시 전기적 요인 64%(375건), 기계적 요인 30%(175건) 순이었다. 전기적 요인은 잘못된 이전 설치 등으로 인한 문제에 해당하고 기계적 요인은 제품 결함을 뜻한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LG전자의 에어컨 화재 건수는 삼성전자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소방청은 구체적인 제조사별 화재 원인은 공개하지 않았다.
LG전자 관계자는 “에어컨 화재는 대부분 전원선을 손으로 꼬아 연결하는 등 잘못된 이전 설치로 인한 전기적 요인으로 발생하며 제품 결함이 원인인 것은 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해당 통계의 화재 원인 항목에 ‘제품 결함’이 추가된 2020년 4월부터 2021년 5월 말까지 제품 결함으로 발생한 에어컨 화재는 단 한 건도 없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화재 예방 에어컨, 어떤 기능 필요할까삼성과 LG는 화재를 막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소비자들 가운데는 “그 기술까지 알아야 하느냐”고 할수 있지만 제품의 성능과 관련된 것인 만큼 따져볼 필요도 있다.
삼성전자는 △전기 접속 단자에 최고 등급 절연 성능 부품 사용 △설치 오류까지 계산한 화재 발생 감소 설계 △안전장치를 탑재한 핵심 부품 컴프레서 인버터 제어기 △과전류·과온도 감지 기술 등을 적용해 에어컨 화재를 예방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에어컨에 전원을 공급하는 전기 접속 단자에서 발생하는 화재를 줄이기 위해 절연 성능 최고 등급의 멜라민 소재 기반의 부품을 사용하고 있다. 접속 단자는 대전류로 인한 발열이 발생할 수 있는 부품으로, 삼성전자가 에어컨에 적용한 멜라민 소재는 우수한 절연 효과를 나타내는 비교 트래킹 지수(CTI : Comparative Tracking Index) 테스트에서 최고 등급인 0등급을 받았기 때문에 접속부 발열로 인한 화재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설치자의 숙련도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설치 오류에 의한 화재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2012년 이후 전 모델은 실내기에 파워코드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연결 접속부를 줄이는 최적화 설계를 실시했다고 강조한다.
냉기를 만들어 주는 핵심 부품인 컴프레서 인버터 제어기는 과열이 계속되기 때문에 대전류로 인한 고장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화재 발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지속적 발열의 대전류를 물리적으로 끊어 줄 수 있는 전원 제어용 ‘안전 릴레이’를 장착해 화재의 위험을 줄였다.
에어컨에는 AC 교류 형태의 실내 벽 전원을 에어컨 부품에 사용할 수 있는 DC 직류 전원으로 변경해 주는 지능형 파워 모듈(IPM : Intelligent Power Module)이라는 핵심 부품이 포함돼 있다. 삼성전자는 자사 제품에 IPM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과전류·과온도를 감지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탑재했다.
LG전자는 ‘아크(arc : 전기불꽃)로 인한 가전제품 화재 예방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에어컨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아크는 △전선 일부가 단선되거나 찍힐 경우 △전원부 연결이 느슨할 경우 △전선이 가구에 의해 눌려 손상될 경우 △외부 환경에 의해 전선의 피복이 벗겨질 경우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에어컨 화재는 실내기와 실외기의 전원선을 연결할 때 손으로 꼬아 연결하거나 멀티 탭에 콘센트를 문어발식으로 꼽는 등 잘못된 설치로 인해 발생한 아크가 화재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LG전자는 이러한 에어컨의 전원선·콘센트 등에서 아크가 발생하면 실내기에서 실외기로 공급되는 전력을 자동으로 차단하는 방식으로 화재를 근본적으로 예방하는 혁신 기술을 개발, 에어컨에 적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LG전자는 “이와 별개로 설치 관련 규정을 강화하고 소비자 대상 냉방 기기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 인증받은 정식 업체를 통한 제품 구매·설치를 안내하는 등 화재 발생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최근 화재 발생 빈도가 높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누적 판매량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조사별 화재 정보 공개에 대해서는 반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어컨 자가 관리 팁은화재가 아니어도 스스로 에어컨을 점검할 수 있는 몇 가지 포인트가 있다. 에어컨 애프터서비스 중 약 30%는 고장이 아니거나 부품 교체 없이 간단한 조치로 해결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리모컨 건전지 방전, 전원 콘센트 연결 불량 등은 고객이 직접 해결할 수 있는 대표적 사례다.
에어컨은 벽면 콘센트에 단독으로 연결하는 것이 좋다. 단독으로 사용하지 않고 멀티 탭으로 다른 기기와 병행 연결하거나 전원 코드를 연장하면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전원 플러그와 코드 상태는 수시로 체크해야 한다. 전원 코드는 콘센트 끝까지 확실하게 꽂고 손상된 전원 콘센트엔 연결하지 않는 것이 좋다. 에어컨 전원 코드가 손상되면 서비스센터에 애프터서비스를 신청한다.
실외기 통풍 상태도 확인해야 한다. 실외기에서 나오는 따뜻한 바람이 외부로 잘 방출돼야 한다. 실외기 주변에 물건을 쌓아 두거나 바람 방출구를 막으면 과열로 화재나 고장이 발생할 수 있고 에어컨 성능도 저하된다. 외부에 설치된 실외기 주변의 낙엽과 쓰레기 등도 화재와 고장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주기적으로 제거해 줘야 한다.
실외기 덮개는 확실하게 고정해야 한다. 에어컨 실외기 전기 장치부가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실외기의 전원부 덮개를 고정할 필요가 있다.
분해와 수리는 전문 설치 기사에게 맡겨야 한다. 임의로 분해·수리·개조하면 안 된다. 이사 등으로 인해 재설치가 필요하다면 공인된 설치 기사에게 의뢰해야 한다. 겨우내 꺼둔 에어컨, 작동 전 해야 할 일은에어컨 전원 연결 상태를 확인할 필요도 있다. 에어컨 전원은 벽면 콘센트에 꽂고 에어컨 차단기 스위치가 켜져 있어야 한다. 가정집 차단기는 대체로 신발장·부엌·현관 입구에 있다.
장기간 사용하지 않은 리모컨은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한다. 건전지 수명이 다했으면 교체하고 내부에서 액이 나와 리모컨 단자가 부식돼 동작하지 않으면 리모컨 자체를 교체한다.
리모컨은 동작 방식에 따라 점검 방법이 다르다. 적외선(IR) 방식의 리모컨은 휴대전화 카메라 애플리케이션 실행 후 카메라를 향해 버튼을 누르며 센서부에 빨간 불이 들어오는지 확인한다. 블루투스 방식의 리모컨은 휴대전화의 블루투스를 켜고 리모컨의 페어링 버튼을 눌러 블루투스 연결 항목에 리모컨이 나오는지 확인한다.
에어컨 관리의 기본인 먼지거름 필터도 깨끗하게 청소해야 한다. 에어컨은 후면에서 공기를 흡입해 먼지거름 필터를 거쳐 전면으로 시원한 바람을 배출한다. 먼지거름필터가 오염되면 에어컨 내부에 먼지·세균 등이 유입되거나 시원한 바람 배출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
여름철엔 최소 2주 간격으로 먼지거름 필터를 청소하라고 제조사들은 권고한다. 먼지거름 필터는 미지근한 물에 중성 세제를 풀어 부드러운 솔로 세척하고 깨끗한 물로 헹궈 준다. 너무 강하게 문지르거나 물이 뜨거우면 필터가 손상될 수 있다. 세척 후 그늘에서 12시간 이상 충분히 말린 뒤 조립한다.
마지막으로 에어컨 시험 가동을 통해 시원한 바람이 잘 나오는지 확인한다. 에어컨을 냉방 모드로 설정한 뒤 희망 온도를 실내 온도보다 2~3도 낮게 설정해 시원한 바람이 잘 나오는지 확인하면 된다.삼성전자·LG전자, 불붙은 에어컨 경쟁 에어컨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치열한 경쟁도 이어지고 있다. 점유율부터 고효율 기술 마케팅 등 다양한 부분에서 맞서고 있다.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발표한 자료에서 시작됐다. 5월 초 삼성전자는 시장 조사 업체 GfK 자료를 기반으로 1분기 한국 에어컨 시장에서 점유율 48.6%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에너지 소비 효율 1등급 무풍에어컨이 인기를 끌면서 점유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한국 에어컨 시장에서 2013년 43.6%의 점유율을 기록했고 2018년 43.0%, 2019년 37.6%, 2020년 40.4%, 2021년 41.7%, 2022년 41.0% 등 40%대의 높은 점유율을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삼성전자가 에어컨 시장에서 LG전자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자 LG전자는 구체적인 판매량을 공개한 적이 없다고 반박에 나섰다.
LG전자 관계자는 “우리는 GfK에 공식적으로 제품 판매량을 공개한 적이 전혀 없는데 왜 그렇게 집계됐는지 의문”이라며 “삼성이 발표한 GfK 데이터에는 LG전자 제품을 가장 많이 판매하는 LG베스트샵 판매량이 정확히 반영되지 않아 실제 한국의 시장점유율과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는 대신 4월 초부터 경남 창원시에 있는 에어컨 생산 라인이 풀가동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마케팅도 치열하다. 이들은 ‘고효율 기능’과 ‘친환경’을 앞세워 적극적으로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고효율 기능은 전기요금 인상으로 에어컨 가동 부담이 커지자 이를 겨냥한 마케팅 전략이다.
LG전자는 올해 선보인 에어컨 전 라인업은 에너지 소비 효율 1~2등급 제품을 갖췄다. ‘듀얼 인버터 컴프레서’도 탑재된다. 이 부품은 에어컨 냉매를 압축하는 실린더가 2개로 구성된다. 한 번에 많은 양의 냉매를 압축할 수 있어 일반형 제품 대비 성능과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절전 신기술을 탑재한 것도 효율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다. 올해 선보인 타워에어컨 럭셔리 제품에 최신 절전 기술인 ‘외출 절전’ 기능을 새롭게 적용했다. 레이더 센서로 사람의 움직임과 유무를 감지해 거실에 사람이 없으면 에어컨이 알아서 절전 모드로 동작한다. 최대 냉방 모드인 아이스쿨파워 대비 최대 72%까지 전기를 아껴 줘 짧은 외출 시 따로 신경 쓰지 않아도 전기료 걱정 없이 에어컨을 켜 놓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6월 1일부터 7월 말까지 ‘삼성 절전 가전 페스타’를 개최한다. 총 10개의 품목 가운데 에어컨을 대표 상품으로 앞세웠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가정용 무풍 시스템 에어컨은 전 모델 에너지 소비 효율 1등급을 받았다”며 “창문형 에어컨 무풍 에어컨 윈도우핏도 에너지 소비 효율 1등급을 획득했다”고 설명했다.
양 사 모두 신제품에 탄소 배출 저감에 도움을 주는 ‘R32 냉매’ 적용을 확대해 친환경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R410A는 에어컨에 흔히 사용되는 수소불화탄소(HFC) 계열의 냉매지만 지난해 온실가스를 배출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주목받으며 가전업계에서 R410A를 대체하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R32 냉매는 지구온난화지수(GWP)가 기존 R410A 대비 4분의 1 수준이지만 냉각 효과는 우수하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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