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 패권 노리며 신흥국 광산 투자 확대
중국, 2년 뒤 세계 생산량 3분의 1 장악
업계에선 최근 리튬 광산의 개발·확장 프로젝트가 활발해지고 있지만 개발 기간(4~7년 후)과 급격한 수요 증가를 고려할 때 2025년 이후 부족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IRA, 유럽 핵심원자재법(CRMA) 등 급변하는 글로벌 원자재 시장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공급망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로 ‘하얀 석유’로 불린다. 전기차 배터리 생산 원가의 약 40%를 차지하는 양극재 중에서도 60~70%를 차지한다. 리튬 비용 상승이 곧바로 배터리와 전기차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전 세계가 리튬 확보전에 나서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는 리튬은 수산화리튬과 탄산리튬으로 구분된다. 탄산리튬은 노트북·정보기술(IT) 제품 등 소형 전자 기기의 배터리에 주로 사용되고 수산화리튬은 전기차 등 고밀도·고용량 배터리에 주로 사용된다.
중국의 리튬 매장량은 680만 톤으로, 볼리비아(2100만 톤)·아르헨티나(1930만 톤)·칠레(960만 톤)에 이어 세계 4위다. 자국보다 호주·칠레 등 해외 리튬 광산 지분 투자를 통해 생산하는 양이 더 많다.
미국지질조사국(USGS) 집계에 따르면 중국의 제련·가공 단계를 거친 제품의 점유율은 2022년 기준 65%에 달한다. 간펑리튬·텐치리튬 등 중국의 리튬 가공 기업의 점유율은 52.7%로 사실상 정·제련 등 가공 단계 공급망을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호주·캐나다가 자원 안보의 이유를 들어 자국 광산에 대한 중국 기업의 신규 투자를 제한하면서 중국은 안정적인 리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은 급성장하는 자국의 전기차 산업을 뒷받침하기 위해선 안정적인 리튬 공급망 확보가 필수다.
이에 중국은 남미와 아프리카 등 신흥국 광산에 투자를 늘리며 광산 선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스위스 투자은행(IB) UBS그룹은 중국 기업들이 자국과 외국의 광산에서 2022년 19만4000톤의 리튬을 생산했다며 2025년까지 세계 리튬 생산량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70만5000톤을 통제할 것으로 추정했다.
중남미 등 자원 부국에선 리튬에 대한 수출입 통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전 세계 리튬의 절반 이상이 매장된 ‘리튬 삼각지대(칠레·볼리비아·아르헨티나)’ 국가들은 중동의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모델로 리튬 협의기구도 추진 중이다.
볼리비아는 리튬 염호 개발과 관련, 공급망을 국가가 100% 통제할 계획이고 멕시코는 2022년 리튬 자원의 국가 독점을 위해 광업법을 개정했다. 아르헨티나도 올해 1월 리튬을 전략 광물로 지정하고 기업들의 채굴권을 중단시켰다. 세계 10위 리튬 매장국인 멕시코도 리튬 국유화 법안을 공포했다.
리튬의 공급은 가격 변동에 대해 비탄력적이기 때문에 수급 불일치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리튬 생산 계획은 1~2년 단위로 수립되고 광산 개발에 4~7년이 소요되는데 수요는 단기적으로 크게 변한다.
한국의 배터리·소재 기업들도 리튬 등 핵심 광물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유럽 리튬 생산 업체 독일 벌칸에너지와 5년간 수산화리튬 4만5000톤 공급 계약 체결했다. 세계 1위 리튬 보유국 칠레의 대표 리튬 업체 SQM과도 9년간 수산화·탄산리튬 5만5000톤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안정적인 원재료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직접 자원 개발 사업에 뛰어들어 광물 조달에서 가공·양극재 제조까지 전 주기 수직 계열화를 구축했다. 2030년까지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 등에서 연간 30만 톤의 리튬을 생산한다는 목표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