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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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과 비금융 분야가 상호 융합하면서 산업 간의 경계가 흐려지는 ‘빅 블러(big blur)’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디지털화에 따라 IT와 금융의 융합, 산업자본의 은행업 진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기존의 경계를 지우고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는 서비스들이 등장했다.

특히 올 2월 금융당국에 의해 토큰증권(ST)이 합법화되면서 다양한 업체들에게 기회가 열렸다. 토큰증권이란 실물 자산을 바탕으로 발행된 증권으로, 블록체인 분산원장 기술을 통해 자본시장법상 거의 모든 자산을 증권화할 수 있어 성장 가능성이 무한한 곳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부동산과 미술품 등과 같은 유형자산은 물론, 저작권과 지식재산권과 같은 무형자산까지 기존의 경계를 뛰어넘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2024년 말까지 토큰증권(STO)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단계적인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으로 토큰증권(STO) 제도화를 위한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전자증권법에서 분산원장을 수용하는 토큰증권 발행을 허용하고,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을 신설하도록 하는 것이 개정안의 요지이다.

빅 블러 시대 토큰증권 합법화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은 바로 조각투자 시장이다. 부동산, 미술품, 선박 등 개별 투자가 어려웠던 고가의 실물자산들이 투자시장으로 편입되면서 다양한 수요를 창출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 가운데 이미 시장에서 두각을 보인 선발 업체들은 키 플레이어로서 기존의 경계를 뛰어넘은 시장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분야별 조각투자 현황
품목 플랫폼투자구조
부동산루센트블록(소유)다수의 수익증권을 발행해 배당금 및 시세차익 배분
음악뮤직카우음악 저작권료 청구권을 분할해 매매, 저작권 수익 정산
미술품아트투게더, 테사, 소투 등미술품 공동구매 후 판매 수익 배분
문화콘텐츠펀더풀영화, 드라마 등에 프로젝트 투자 후 만기 시 손익분기점, 시청률 등에 따라 수익 정산
시계, 와인 등 피스, 트레져러고가제품 지분 투자 후 판매 시세차익 배분
한우뱅카우 소에 지분 투자 후 경매로 수익 배분


루센트블록 ‘소유’, 국내 최초 STO 구조화… 투자자-소비자-건물주가 상생하는 빅 블러 구조 구축
부동산은 자산에 대한 감정평가, 장기적 안정성 등으로 가장 대표적인 조각투자 품목이며, 가장 먼저 제도권 진입을 시도한 영역이다. 루센트블록이 운영하는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소유’는 금융당국이 추구하는 STO 구조화를 국내 최초로 도입한 케이스다. 소유는 서비스 론칭 시점부터 독자적인 분산 원장 기술을 통해 운영하고 있으며 계좌관리기관인 하나증권과 협업해 견고한 금융소비자 보호망을 구축했다. ‘국내 최초 STO 구조화 사례’로서 금융당국이 장기적으로 추구하는 STO의 제도적 방향에 부합해 올 초 삼성증권 리포트에 기술과 제도적 준수 모두 앞선 사례로 게재됐다.

소유는 MZ세대들에게 핫한 F&B 매장, 청년 창업 및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공간을 공모해 소액 투자만으로도 투자자들에게 상시 할인, 바우처, 굿즈 등 건물주로서의 혜택과 경험을 제공한다. 지난해 서울의 ‘안국 다운타우너’, ‘이태원 새비지가든’과 대전의 ‘대전 창업스페이스’를 공모 청약을 모두 완판에 성공했으며, 최근 4호 공모 ‘문래 공차’를 조기 완판 시키며 존재감을 이어 나갔다.

소유의 배당 구조가 가진 가장 큰 특징은 투자자 – 소비자 – 건물주, 점주의 경계를 허물어 선순환 및 상생의 효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특정 건물의 경우 임대수익이 매출에 연동되어, 매출이 오를수록 투자자가 받는 배당금이 함께 늘어난다. 특히 4호 문래 공차는 투자자가 직접 점주가 되어 매출 상승을 위한 운영 방식을 선택하고 수익률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신개념 부동산이다. 매장 이익의 78% 이상이 투자자의 임대수익으로 지급되며, 일정 금액 이상을 공모한 투자자들은 ‘점주 패키지’ 혜택을 통해 매장의 매출, 손익 등을 확인하고 시그니쳐 메뉴, 프로모션 등을 직접 결정할 수 있다. 즉, 내가 좋아하는 F&B 매장에 투자해 건물주로서 혜택을 받고, 소비자로서 매출을 올려 수익률을 높이면서, 나아가 점주가 되어 직접 매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이 연결된 ‘빅 블러’ 구조인 것이다.

조각투자 넘어 ‘문화금융’ 지향하는 ‘뮤직카우’
뮤직카우는 일반 개인도 음악 저작권에 투자할 수 있는 시장을 개척했다. 뮤직카우는 저작권으로부터 발생되는 금전적인 권리를 권리자로부터 양도받아 투자자가 직접 가치를 부여할 수 있도록 옥션(경매)을 통해 공개한다.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이 음악 저작권료 청구권도 증권으로 인정하고 뮤직카우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제재를 면제하면서 제도권으로 편입됐다.

뮤직카우는 옥션 시작가 대비 상승한 금액의 일부를 원저작권자에게 창작 지원금으로 제공한다. 국내에서 매년 발생하는 음악 저작권료만 1조 5천억 원에 달하는데, 이 시장이 금융과 만나 비약적으로 성장해 15조가 정도의 규모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형성된 자금이 문화산업에 다시 유입 및 결합되는 방식으로 20조, 30조 시장이 형성되는 선순환 효과가 발생된다. 실제 뮤직카우가 만들어낸 시장의 성과로 약 2천억 원의 자금이 문화 시장으로 유입됐으며, 아티스트들의 창작 환경 지원에 보탬이 됐다.

뮤직카우는 올 초 뮤직카우의 복합문화공간 살롱 드 뮤직카우에서 국회 스타트업 의원연구모임 유니콘팜 모임을 가지며 문화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한 금융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해 '문화산업진흥 기본법 개정안'을 발의에 힘을 보탰다. 해당 법안은 지식재산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각종 금융 활동을 '문화지식재산금융'으로 규정하며, 정부가 문화지식재산금융 활성화를 위해 객관적 가치평가 기법 및 평가 체제 확립, 제도 개선 등을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이에 더하여 오는 6월 고객 실명거래 계좌를 도입해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고 제도권에 안착할 예정이다.

아트테크 선발주자 ‘아트투게더’, 협의체 참여해 STO 발전 방향 논의
국내 아트테크 플랫폼의 선발주자인 아트투게더는 2018년부터 고가의 미술품에 대한 분할소유권을 1만원의 조각 단위로 구매할 수 있는 공동구매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작품들이 판매, 매각되는 순환 과정에서 데이터를 모아 음지에서 거래되는 ‘히든 프라이스’의 문제를 해결하고 신인 등용의 업계 선순환을 꾀하고자 한다. 아트투게더는 미술품 조각투자 업체 중 한국예탁결제원의 ‘토큰증권(ST) 협의회’에 유일하게 포함된 곳으로서, 토큰증권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며 빅 블러 시대 문화금융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최근 NH투자증권 ‘STO비전그룹’의 참여사로서 토큰증권이 자본시장법상 '증권'으로서 요건을 제대로 갖추기 위한 준비사항, 투자자 보호 체계 마련 등 조각투자사업자들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부분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러한 구조적 안정성을 바탕으로 아트투게더는 카카오의 AI아티스트 칼로와 함께 온라인 경매를 진행하고, 경매시장의 블루칩 작가 에드가 플랜스의 작품에 대한 공동구매 모집했다.

현물 조각투자 플랫폼 ‘피스’, 이제 선박금융까지… 다방면으로 STO 협약 확대
현물 조각투자 플랫폼 ‘피스’를 운영하는 바이셀스탠다드 역시 다양한 경계를 허물며 적극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피스는 다양한 현물자산의 소유권을 조각처럼 나눠 공동구매한 후, 조각 소유 비율에 따라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는 국내 최초의 현물자산 조각투자 플랫폼이다.

피스는 첫 런칭 이후 명품, 예술품 등 조각투자 포트폴리오 22개를 모두 완판시켰으며, 현재 8호 상품까지 수익 분배 완료 후 평균 17%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이에 더하여 KDB인프라자산운용과 NH투자증권, 한국해양대학교 해양금융대학원과 함께 토큰증권을 활용한 선박금융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블록체인 기반 조각투자 방식으로 공모 펀드를 진행할 것을 추진 중이다.

피스는 지난해 미국 최대 전자박람회인 CES에 참가하고 국내 민간 선박 및 해운 산업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로 국토교통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지난 해 조각투자 및 토큰증권을 활용한 선박금융으로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해 인가를 기다리는 중이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